저소득자는 대출받기 더 어려워진다

저소득자는 대출받기 더 어려워진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들이 몇가지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요약해보면 크게 두 가지 입니다. 1. 금리가 올라간다 2. 저소득자 대출이 더 어려워진다.

금리 올려서 대출 수요 줄인다 :  금리가 올라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부가 대출을 줄이라고 하니 은행들은 대출 총량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창구에는 대출받으려는 고객들이 더 많이 몰려오는 이 상황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대출금리의 인상입니다. 높은 금리에도 받을 고객은 계속 줄을 서고 금리가 높아서 부담되면 줄에서 나가라는 의미입니다.

만약 대출금리를 계속 높여도 대출 신청이 줄어들지 않으면 ‘선착순’ 방식이 도입될 수도 있습니다. 올해도 지난 9월까지는 해주던 대출을 10월 들어서는 대출금액 한도가 다 찼다는 이유로 해주지 않고 있는데 이 역시 사실상 선착순 방식의 대출 배분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유자금 7억에 고연봉자만 서울 아파트 산다 : 저소득자 대출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앞으로 DSR 규제를 더 강화해서 대출을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입니다. DSR 규제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저소득층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12억원인데 이 아파트를 대출을 받아서 사려면 약 5억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매월 원리금 납입액은 240만원이므로 다른 대출은 없고, 여유자금이 7억원 이상, 연봉이 7200만원 이상인 근로자들만 서울의 중위 가격 아파트를 대출 받아 살 수 있게 됩니다.

대출규제 풍선효과, 빌라로? : 아파트 가격 상승과 대출규제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나 다세대 주택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다만 빌라나 다세대 주택은 가격지수라는 게 없어서 어떤 빌라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는 없고 이번달에 매매된 빌라의 평균 매매가 지난달에 비해 얼마나 변했는지만 알려줍니다. 그래서 새로 지어진 신축 빌라가 많아지면 새집 가격을 받기 때문에 비싼 것인데도 전반적으로 빌라가격이 오른 것으로 오해되기도 합니다. 요즘 서울의 빌라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신축 빌라 분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플레 인플레 하는데 뭐가 오르나
오늘의 이슈

새로운 소식 :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경제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9월에도 5.4%가 올랐습니다.

이렇게 오르는 물가에 대해 그동안 “매우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던 연준은 요즘 살짝 말을 바꿔서 생각보다는 그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섰습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인플레가 이어질 수 있는데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는 걸 앞당길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기까지는 물가가 생각보다 계속 강하게 오르고 있다는 사실 정도입니다.

경기 위축시키는 에너지 값 상승 : 요즘 신경쓰이는 것은 물가 상승 그 자체보다는 어떤 품목의 물가가 오르느냐는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고차 같은 품목의 가격이 올랐지만 요즘은 석유 가격을 중심으로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중입니다. 공산품 가격의 상승은 가격이 덜 오른 다른 공산품으로 수요를 옮겨가지만(자동차가 비싸면 자동차를 안사고 그 대신 컴퓨터를 구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다른 공산품 수요를 위축시킵니다.(석유가격이 비싸도 석유를 사고 그 대신 컴퓨터 구매를 미룸) 그래서 요즘의 물가 상승이 더 신경쓰입니다.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 걱정은 No : 물론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경기가 위축되고 그래서 그 결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투자와 생산이 줄어들고 다시 에너지 가격이 낮아집니다. 그래서 요즘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바뀔 것이라는 잭 도시의 주장은 별다른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정부가 지폐의 공급을 과도하게 남발해서 화폐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그 여파로 화폐가 공급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악순환이 그 본질이라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나타나려면 공식 화폐에 대한 불신과 그 근거가 명확하게 공유되어야 합니다.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물가 상승은 공급망의 문제나 에너지 생산의 부족 등 실물 부문에서 발생한 명확한 이유 때문에 생긴 결과여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의 근거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외국인의 주택 구매를 막는 것이 허망한 이유
오늘의 이슈

외국인때문에 집값이 오른다? :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국민감정이 별로 안좋습니다. 안그래도 집값이 오르는데 그들 때문에 더 오른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도 외국에 나가서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집을 사지 말라는 건 부당한 규제입니다. 다만 캐나다처럼 아예 집을 비워두는 빈집에 대해서는 빈집세를 따로 부과해서 외국인들의 매수 수요를 견제하는 제도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주로 외국인들이 집을 비워놓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외국인에게만 빈집세를 매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외국인들의 주택 매수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는 압박이 여론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정부가 고민끝에 임대사업자 등록시 규제를 하기로 했지만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외국인의 주택 매수나 임대를 규제할 근거도 이유도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주식은 되는데 부동산은 안된다? :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우리 국민들이나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주식을 살 때 더 비싸게 사야 하지만 반대로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우리 국민들이나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 때 더 비싸게 팔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달러가 우리나라로 유입되어 외환보유액이 증가합니다. 삼성전자를 서울 아파트로 바꿔서 생각해도 똑같습니다.

우리 국민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나 취득세, 양도소득세 중과 등 각종 부동산 규제의 적용을 받지만, 외국인은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서 문제라는 주장도 있지만, 원래 세금은 자국의 제도를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미국 주식이나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서 얻은 이익도 미국 정부에 내지 않고 한국 정부에 한국 세법에 따라 냅니다. 같은 이유로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택에 투자해서 얻은 이익은 외국의 세법에 따라 자국에 내는 것입니다. 외국인도 우리나라에서 집을 두 채 이상 사면 양도세를 중과하라는 것은 국제적인 세금 부과 체계를 모르는 주장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미국, 유럽의 유명한 부호들이 우주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한 MBC의 기사입니다. 요약하면 ‘돈이 된다’는 건데요. 일단은 관광 수요도 꽤 큽니다. 1시간에 수억원 가량의 비용을 걸었는데도 유명 연예인을 비롯한 수백명이 우주여행을 예약했다고 합니다. 그보다 더 큰 시장은 지구 궤도로 인공위성을 나르는 것입니다. 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술을 보조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통신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인공위성이 필요한데, 이 인공위성을 셔틀버스처럼 수시로 날라주는 재활용 우주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요즘 명품 판매가 늘어났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는데요. 특히 20~30대 ‘영앤리치(Young & Rich)’가 소비를 이끌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 젊은 세대가 어디서 돈이 나서 수천만원짜리 가방, 수억원짜리 자동차를 구매하는지 분석했습니다. 실제 소득이 늘어났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단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이 중단되면서, 여행에 쓸 돈을 명품 소비에 쓰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증하면서 내집 마련을 포기하고 현재를 즐기기 위해 명품 소비를 한다는 설명도 있고요. 같은 부동산 가격 급증 원인으로 부모로 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