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올린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금리를 올린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미국 연준의 주요 인사들은 요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리를 생각보다 빨리 올려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윌러 이사는 내년에 금리를 두 번 이상 올릴 수도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기 금리 인상 거론하는 연준?: “인플레이션 상승이 한시적이며 내년엔 목표치인 2%로 복귀할 것으로 믿고 있지만, 올해 남은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 또 내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5%대에 머물러 있다면 테이퍼링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내년에 한 차례 이상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

랜들 퀼스 이사는 최근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내년 봄에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4%이거나 이와 비슷하다면 금리 인상에 있어 속도를 재평가해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의 발언을 요약하면 물가 상승세는 일시적일 것 같긴 하지만 그 일시적이라는 게 생각보다 ‘긴 일시적’일 수 있고, 실제로 그리 된다면 금리를 올려서 대응해야 할 것 같다는 겁니다. 더 짧게 요약하면 금리를 생각보다 빨리 올린다는 겁니다.

연준의 진짜 속내는 : 금리를 올려야겠으면 그냥 올리면 되지 왜 시장에 대고 계속 경고성 발언을 하는가 그 내심을 살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금리를 올리기 싫은 속내가 담겨있습니다. 아직 고용이 회복되지 않아서 제로 금리를 계속 유지해야하는데, 자꾸 물가가 들썩이니 이 물가를 좀 낮춰야 합니다. 그런데 물가 자체를 말로 잡을 수는 없으니 고민 끝에 금리를 올릴지도 모른다는 매파적 발언을 자주 던지는 것입니다.

물가-임금 동반상승의 악순환: 그러면 사람들은 “아 물가가 요즘 계속 오르긴 하지만 연준이 저렇게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하니 조만간 물가도 잡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형성되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물가는 시중 상품의 가격표가 오르는 현상이지만 그것이 위협적이려면 결국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물가 상승률 예상치 즉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라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물가가 많이 오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으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그러면 사람들은 임금 상승을 요구합니다. 그럼 실제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연준이 매파적 발언을 통해 시도하는 것은 바로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실제로는 금리를 올리지 않고 계속 제로 금리를 유지하면서 경기 회복과 고용 증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도 며칠전 기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믿지만 에너지 부족과 공급망 혼란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계속 이어지면 중앙은행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역시 금리를 올리고 싶다기보다는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걸 안타깝게 생각 중이며 가능하면 안 오면 좋겠다는 내심을 담고 있습니다. 경기가 충분히 살아나기 전에 금리를 올리는 일이 생기면 경기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는 발언을 자주 던지는데, 금리를 올렸을 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덜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금리를 실제로 올리지 않고도 올린 것과 같은 효과를 주려는 의도가 더 강합니다.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은 대체로 그런 식입니다.

대출 규제로 아파트 가격 잡을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수도권 외곽 저가 아파트들과 지방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을 막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세 15억원 이상 아파트에서는 종전부터 대출이 안 나왔기 때문에 대출 규제 영향을 받지 않지만(그래서 서울 아파트는 8주째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대출이 허용됐던 저가 아파트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내년의 대출 규제 전망은?: 관건은 내년 초 대출 규제가 풀리면 다시 매수세가 몰릴 것인지, 즉 대출 한도 소진으로 대출을 못 해준다던 은행들이 다시 대출을 시작하게 될지일 텐데요.

전세 대출은 풀고 다른 대출들은 줄인다는 정부의 대출 규제 방향은 올해 연말까지만 그럴 것입니다. 올해 내로는 대출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고 문제는 내년인데요.

상반기엔 대출 숨통 트이나: 내년에도 대출 규제를 강하게 해야 한다는 발언이 어제 금융위원장으로부터 나온 것은 꽤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구체적으로 내년에 어떻게 규제를 하게 될지 모르지만 올해처럼 연간 기준으로 한도를 맞추라는 요구는 은행들에게는 적어도 상반기에는 대출을 넉넉히 해줘도 된다는 메시지로 읽힐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매월 전년 동월 대출 규모 이상을 해주지 않도록 규제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요. 그렇게 좁아진 대출 문에 대출 소비자들이 몰려서 금리가 오르거나 아니면 또 다른 대출 규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올해 3분기 24만대가 넘는 차량을 인도하며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올해 3분기 매출 역시 136억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작년 동기 매출보다 50억 달러 가까이 늘어나는 수치인데요. 테슬라는 최근 물류대란 이전부터 다른 경쟁 업체들과 달리 핵심 칩들을 직접 설계하고 반도체 업체들과 직거래하는 등 공급망 관리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덕분에 다른 업체들의 주가가 타격을 입는 동안 테슬라의 주가는 최근 860달러대까지 상승해 올해 초 기록한 역대 최고치 883달러에 거의 다다른 상태입니다.

🌃 최근 미국의 MZ세대를 중심으로 친구·동료들과 함께 주택을 공동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가족이나 연인 대신 지인 여럿이 모여 집의 지분을 나눠 구매하고,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건데요. WSJ에 따르면 가족 관계가 아닌 미국인들의 주택·아파트 공동 구매 건수는 7년 전에 비해 올해 8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MZ세대의 결혼과 육아 시기가 점점 늦춰지는 데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렌트비가 크게 늘자 차라리 공동으로 주택을 매매하자는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코스피를 평균 3470 수준으로 내다봤습니다. 20일 기준 코스피 종가의 평균값이 3144 정도인데요. 내년 유동성 장세가 끝나 증시가 당분간 조정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는 것 치곤 낙관적 전망입니다. 정부는 이 예상을 바탕으로 증권거래세 세수를 7조5380억원으로 추계했습니다. 올해(8조2820억원)보다는 적지만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4조4733억원)보다는 많습니다. 통상 증시 전망이 낙관적이면 세수가 과다 추계돼 재정건전성이 좋아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