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또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환율은 또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달러-원 환율이 1200원선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올해 초 1100원 이하에서 오가던 환율입니다. 1년 사이 환율이 10% 넘게 오르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인플레, 환율 상승의 주범: 환율이 오르는 이유를 딱 한 가지만 들라고 하면 인플레이션입니다. 특히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서 이런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물가가 꽤 많이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환율을 올리는 메커니즘은 [인플레이션 현실화 → 미국의 금리 인상 → 수익률 좋은 미국으로 자금 이동 → 달러 수요 증대]의 흐름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닥치면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지금 지구상에서 금리를 올리기 제일 쉽고, 금리를 올렸을 때 충격이 제일 적을 것 같은 나라가 미국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제일 쉽게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불경기에 빛나는 달러: 인플레이션이 닥치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어려워지고 그러면 경기가 나빠져 불경기가 되는 흐름도 달러 강세(환율 상승)를 잘 설명합니다. 모든 나라가 불경기를 겪을 경우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고 환율이 올라갑니다. 불경기에는 이머징 마켓 자산보다는 미국 내 달러 자산이 더 좋은 것이죠.

물론 미국은 아직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신흥국들은 이미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그래서 오히려 미국의 금리가 더 낮음). 그럼에도 달러화가 계속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 더 빠르고, 그래서 미국의 금리는 올라갈 것인 반면 신흥국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긴 했으나, 미국처럼 계속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운 취약한 경제 상황이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이미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도 이런 환율의 영향이 큽니다. 환율이 계속 오르는(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은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만히 있어도 자산 가치가 녹아내리는 것이어서 한국 주식을 계속 보유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축 통화국의 위력: 미국의 경기 회복이 빠른 이유는 미국이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가장 과감한 재정 통화 정책을 펴서 시중에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으론 이렇게 돈을 많이 찍어서 퍼부으면 그 나라 화폐 가치가 하락하게 됩니다(그래서 많은 신흥국들은 함부로 돈을 찍어 시중에 공급하는 게 어렵지만).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공급된 자금이 흘러 넘치지 않고, 계속 그런 자금을 받아내고 빌려가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기축 통화국이란 이렇게 해당 화폐의 대량 공급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끊이지 않는 나라를 의미하며 필요한 경우 대량의 자금 공급이 가능해 위기를 벗어나기 용이합니다.

친환경 원조 유럽이 다시 원전으로?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유럽이 천연 가스 가격 급등으로 겨울철 난방이 어려워지자 다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이나 우라늄(원자력 발전) 등을 그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탄소 저감 친환경 정책을 전 세계로 확산하고자 앞장 섰던 유럽이 본인들 사정이 어려워지자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인데요. 이에 친환경 정책 기조가 계속 힘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다시 주목받는 원자력: 특히 그간 원자력 발전에 우호적이었던 프랑스가 유럽의 가스 공급난을 빌미로 원자력 발전을 더욱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친환경 시대의 보조 에너지로 각광 받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력의 70% 이상을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원전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기로 했었죠. 이 같은 분위기가 최근 에너지 대란으로 바뀌며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준수해야 할 대상으로 각인돼 온 탄소 저감 친환경 정책이 상황이나 여론 변화에 따라 얼마든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석탄 가격도 뛴다: 유럽에선 최근 수개월간 석탄 가격도 오르고, 석탄 사용시 함께 구입해야 하는 탄소 배출권 가격도 올해 들어 두 배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천연 가스 가격 상승폭(4배)에 비해선 덜 올랐다는 이유로 석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유럽이 이렇게 석탄 소비를 늘리면서 안 그래도 석탄 가격 상승으로 고생 중인 중국에서는 석탄가격이 한동안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전기 공급 가격이 탄력적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전기를 만드는 원료인 석탄이 비싸지면 손실을 우려한 발전소들이 전기 생산을 중단합니다. 중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이례적으로 전력 회사가 높은 석탄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모든 전력이 시장 가격으로 거래되도록 가격을 자유화한 겁니다.

친환경 두고 갈라진 유럽: 유럽에서는 최근 이 상황을 둘러싸고 양쪽으로 분열을 겪고 있습니다. 과도한 친환경 정책이 석탄, 천연 가스 등 전통 에너지들의 공급을 위축시킨다고 보는 국가들과 천연 가스 가격 급등에도, 그간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 설비를 늘려온 덕분에 고통이 조금은 덜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국가들로 말이죠. 적어도 친환경 정책이 앞으로 그동안의 흐름처럼 일사불란하지는 못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유럽의 가스 부족 사태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LNG 운반선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가스 생산 국가의 협상력이 높아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과거엔 LNG의 경우 파이프 라인을 통해 특정 생산국이 특정 소비국으로 보내는 방식이어서, 양쪽 모두 거래의 자유도가 낮아 가격 인상이 쉽지 않았습니다(매수자가 거부하면 공급할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그러나 LNG 운반선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많아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다른 나라로 판매처를 옮기기 쉬워지면서 가격이 더 자주 오르게 됐습니다.

실제 올해 유럽으로 공급된 LNG가 작년에 비해 감소한 원인은 유럽보다 판매 수익률이 높은 아시아와 남미 지역으로 가스 공급이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이미 겨울을 목전에 둔 유럽은 올해 겨울철 필요한 가스 소비량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겨울을 앞둔 유럽의 가스 저장 시설은 68%정도만 채워져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비대면 사회가 지속되면서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5년엔 국내외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800억달러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는데요.  메타버스 시장이 팽창하면서 진출 업계도 다양해졌습니다. 최근엔 백신 업체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메타버스에 적용 가능한 딥러닝 기반 얼굴 인식 기술 개발로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에 글로벌 물류 대란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거래가 일상이 되면서 폭증한 세계 물류 수요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그나마 있는 공급 대기 물량을 실을 선박과 항공기마저 부족해, 지난달 홍콩-북미 노선 항공 화물 운임은 1㎏당 9.7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해운 운임 역시 중국·북미·유럽 등지에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설상가상 미국·유럽 등 각지 항구와 공항은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린다고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