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시대 마침표. 달라진 투자환경

제로금리 시대 마침표. 달라진 투자환경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요즘 금융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냥 오르는 게 아니라 매우 빠르게 단기적으로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승세가 계속될지 이러다 말지가 관건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 금리가 오르는 건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9월 FOMC 이후 미국의 10년 국채금리는 1.3%에서 1.54%까지 0.24% 포인트 상승하였고, 독일의 10년 국채금리도 계속 올랐습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 때문입니다. 미국의 연준 위원들이 2024년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6번 더 오른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점도표를 통해 전망했는데 이건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빠른 금리인상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독일의 금리 상승은 재정지출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던 메르켈 정부가 물러나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옹호하는 정치세력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총선 결과에 따른 결과입니다.*
*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금리가 오릅니다.

타격 받은 성장주들: 미국에서는 국채 금리 상승이 증시에 나쁜 영향을 미쳤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일반적으로 성장주들의 주가가 좋지 않은데 나스닥 시장이 그래서 많이 하락했습니다. 반면 채권가격의 반대방향으로 베팅하는 채권 인버스 ETF나 금리가 올라가면 돈을 더 많이 버는 은행주들의 주가는 좋아집니다.

금리 상승 흐름이 지금처럼 계속 심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아직 높고 완전고용이 이뤄질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미국의 모기지 채권(MBS)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과정에서 나타나는 헤지투자 때문이라는 설명도 제기됩니다.**
** 그런 이유 때문이니 이제 곧 금리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모기치 채권의 헤지거래가 금리 상승을 자극하는 원리는 이 뉴스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쉽게 요약하면,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집을 살 때 고정금리로 돈을 빌린 소비자들은 대출 갈아타기를 하지 않고 계속 그 대출을 유지할 것이므로 그런 소비자들에게 돈을 빌려준 주택저당채권(MBS) 투자자들도 이자를 받는 기간이 길어집니다(이걸 설명할 때 듀레이션이 상승한다는 표현을 씁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의 입자에서는 만기가 긴 장기채권에 더 많이 투자한 상황과 비슷해지기 때문에 위험 노출을 피하기 위해 만기가 긴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채권 값이 하락하고 금리는 더 낮아집니다. 쉽게 말하면 주가가 떨어질 때 투자자들이 그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팔게 되고 그래서 주가는 더 떨어진다는 설명과 비슷한 것입니다.

자동차 사고 나이롱 환자 줄어든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후 꾀병과 엄살로 입원 기간을 늘리고 보상금을 더 받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추진됩니다. ‘만약 이 정책이 성공하면’ 자동차 보험료도 좀 내리고 손보사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 같습니다.

인사사고도 과실비율대로: 바뀌는 자동차 보험 정책의 요지는 운전자나 승객이 다치는 인사사고의 경우 현재는 상대방 차의 보험사가 모두 보상하게 되어 있는데 그걸 각자의 과실비율대로 부담하도록 바꾸는 것입니다.

지금은 예를 들어 A차량과 B차량이 접촉사고가 났는데 A차량의 과실비율이 90%일 때라도 A차량 운전자나 탑승자가 다친 것은 B차량 보험사가 100% 부담합니다. 반대로 B차량 운전자가 다친 것은 A차량 운전자가 모두 부담합니다. 인사사고는 치료비를 부담할 때 과실비율을 따지지 않고 상대방 보험사가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방식입니다.

이걸 앞으로는 A차량 피해자의 치료비와 B차량 피해자의 치료비를 한 바구니에 넣고 각자의 과실비율에 따라 그 바구니의 치료비를 부담하는 쪽으로 바꿉니다. 이렇게 하면 나이롱 환자의 경우 계속 늘어나는 치료비중에 본인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비율만큼은 본인의 자동차 보험에서 부담하게 되고 그러면 자동차 보험료가 할증되므로 엄살에 따른 장기 입원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가능한 영끌 부동산 매수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한 중국인이 타워팰리스 꼭대기층을 89억원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본인 자금은 하나도 없이 모두 100% 은행대출로 조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89억원짜리 아파트를 내국인이 살 때는 대출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데(15억원 이상 아파트이므로) 왜 외국인은 대출규제가 없느냐는 것인데요. 대출규제는 정부의 입김이 통하는 국내은행에만 적용되는 규제여서 해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우리나라 부동산을 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매수 자체를 막지 않는 이상 해결 어렵다: 이런 매입을 막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의 한국 부동산 매수 자체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만, 쉽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전체 거래 가운데 외국인들의 한국 아파트 매수 비중이 높지 않아서 그걸 금지한다고 집값이 잡히는 데 도움이 되느냐는 논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택 거래량은 한 달에 약 10만건 수준인데 1년 동안 외국인이 사는 주택은 1만건이 채 되지 않습니다(외국인 거래비중이 1% 미만이라는 의미).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한국에서 머무는 데 불편함이 없는 정주여건 개선이 필수적인데 주택 거래를 못하게 하는 것은 취지와 배치되는 정책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캐나다는 외국인 때문에 집값이 너무 오른다는 지적 때문에 2년간 한시적으로 외국인의 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정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초고속 인터넷 업체 SK브로드밴드가 세계적 OTT 기업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反訴)를 제기했습니다. 두 업체는 이미 한 차례 망 사용료 갈등으로 법정 다툼을 벌였는데, 1심서 패소한 넷플릭스가 판결에 불복하자 SK브로드밴드가 반소로 맞불을 놓은 겁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한국에 5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냈다”며 버티기에 나설 전망이라 갈등은 상당 기간 이어질 듯합니다.

🏭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국내 제조업에 탄소세(炭素稅)를 걷으면 생산 비용이 최대 4.5% 불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국은행이 어제(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전망이 제기됐는데요. 한은은 탄소세가 철강 등 제조업 수출에 타격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 EU가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최소 2027년까지는 지속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입니다. 유럽은 친환경 에너지 발전 비중을 계속 높여왔지만 올해 풍력 같은 자연 발전이 시원찮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천연가스 가격까지 폭등해 전력난을 겪자 천연가스에 다시 관심을 두게 된 거죠.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EU의 목표에도 제동이 걸린 모양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