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증시 흔든 헝다그룹 사건의 전말

연휴 증시 흔든 헝다그룹 사건의 전말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추석 연휴 동안 가장 중요한 뉴스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설이었습니다. 이 이슈 때문에 월요일 S&P500지수, 닛케이지수, 상하이지수 등 주요국 증시는 한때 2% 내외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회사는 부채는 많고 현금은 부족해서 언제라도 부도가 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벌어진 일의 요약 정리는 이 뉴스가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헝다가 돈이 부족해진 과정: 부동산 개발회사는 부채를 끌어들여서 토지를 사들이고 건물을 지어서 팔아 빌린 돈을 갚은 구조로 사업을 하는데 1. 건물이 잘 팔리지 않거나 2. 부채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신용카드론으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다가 되파는 사업을 생각하시면 간단합니다.

이런 문제를 대비하는 방법은 대출이 막히더라도 자기자금으로 해결할 수 있게 여윳돈을 갖거나 여윳돈이 부족하면 사업규모를 축소해서 대출이 막히거나 집이 안팔려도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 됩니다만, 헝다그룹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헝다그룹은 처음에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지어놓으면 무조건 팔리는 호시절이어서 사업이 순조로웠지만 작년부터 자기자본이 많지 않은 개발사는 아파트 사업을 줄이라는 정부 규제가 나오면서 어려워졌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벌여야 그 사업에서 나오는 돈으로 이전에 벌였던 사업의 부채를 틀어막는 구조인데 새로운 사업이 줄어들면 돈을 마련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복구 불가능해진 헝다: 이런 사업은 한 번 기울기 시작하면 시장에서 그 누구도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어려워집니다. 헝다그룹이 내놓는 자산과 매물들도 좀 기다렸다가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매입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헝다그룹이 결국 파산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 정부가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서 지원해줄 것인지입니다. 여러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은 파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헝다그룹이 어려워진 것이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빼기 위해 밟아온 정책 규제 프로세스에 따라 생긴 결과인데 이제와서 헝다그룹을 살려주는 건 그동안 정부가 밝혀온 정책 방향을 흔드는 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헝다그룹의 파산으로 중국의 부동산 개발 시장 전체가 흔들리거나 다른 영역으로 전이될 경우에는 중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입니다.

중국 정부 판단에 달렸다: 중국 정부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진단이 나오는 건 이번 사태의 본질이 결국 국영은행들이 헝다그룹에 빌려준 돈을 당장 받으려고 하느냐 아니면 나중에 받느냐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헝다그룹의 부채가 결국 중국 은행에서 빌린 위안화 부채라면 중국 은행들이 그 부채를 너그럽게 용인해주면 되는 일입니다.

문제는 중국 은행이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에게 빌린 달러부채입니다. 이 부채는 중국 정부가 맘대로 연장하거나 삭감할 수 없습니다. 위안화 부채를 갚지 못하면 빌려준 은행들이 타격을 입지만 이 은행들은 국영은행이므로 중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면 해결됩니다. 그러나 만약 달러부채를 갚지 못하면 헝다그룹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고 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준 다른 투자자들로 연쇄 충격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충격이 있을지는 미리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옛말 된 “빌라는 사면 안 된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수도권의 빌라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빌라 매매가는 지난 6월 0.22% 7월 0.59% 8월 0.82% 상승하면서 월간으로는 올해 최고 상승률을 경신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상승률도 2008년(7.87%)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 실수요 증가: 빌라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내 집 마련을 위해 패닉바잉을 하는 무주택자들이 아파트 가격이 부담스러워지면서 빌라로 눈을 돌리기 때문입니다. 무주택자들은 2년후 계약갱신청구권이 없어지는 시기가 오면 전월세가 폭등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정부가 전세대출마저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자 거주하는 지역의 빌라를 매수해서라도 거주지를 확보하려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2️⃣ 재개발 노린 투자수요 증가: 두 번째 이유는 서울의 주택 공급을 할 토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오래된 빌라를 헐고 재개발을 하는 케이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빌라 재개발도 수익성이 생기기 시작했고 정부의 정책도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빌라 밀집지역의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인센티브를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개발 노린 투자의 리스크: 매수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고민거리는 지금 구입하는 빌라가 공공재개발의 대상이 되면 현금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올해 6월 30일 이후에 매입한 빌라나 주택은 해당 지역이 공공재개발이 되면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합니다. 투기를 막기 위한 규제이지만 빌라를 새로 구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 이들이 현금청산을 막기 위해 ‘공공재개발’에 반대하면서 재개발이 더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금융위원회에 신고되지 않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원화 마켓은 24일 이후 종료됩니다. 그런데 이들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입한 국내 사용자들이 최소 222만명에 달하고, 예치금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측이 나서 이용자에게 영업 종료 사실을 공지하고 최소 30일 동안 이용자가 출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의사항을 발표했으나, 강제력이 없어 미신고 거래소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 지난 16일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701조568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69%(31조4141억원) 증가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올해 관리 목표 5~6%에 바싹 다가선 겁니다. 연말까지 남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한도는 약 8조8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돼 개인들의 돈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