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과격하게 긴축하지 않을 이유

연준이 과격하게 긴축하지 않을 이유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새로운 사실: 미국의 8월 소비자 물가가 작년 8월 대비 5.3% 올랐습니다. 물론 평소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월가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낮은 숫자였습니다.

시장은 미국 중앙은행(연준)이 연내에 테이퍼링*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이 물가 지표가 발표된 후 테이퍼링 시점이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물가 상승이 아닌 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 다양한 걱정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해설해드리겠습니다.
* 경기 부양을 위한 자산 매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정책

자장면 가게 이야기: 올해 세계적으로 경기가 조금씩 회복하면서, 물가가 오른단 뉴스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다만 이 같은 물가 상승이 꾸준히 이어질 거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자장면 가게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자장면 가게에서는 양파와 밀가루를 사와서 자장면을 만들어서 팝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장면 집 입장에서는 양파와 밀가루 가격은 안 오르는 것이 좋지만, 자장면 가격은 되도록 높게 받으면 좋죠.

여기서 양파와 밀가루 가격은 생산자 물가(PPI)라고 하고, 자장면가격은 소비자 물가(CPI)라고 합니다. 올해 천연가스, 석유 등 생산자 물가는 빠르게 올랐습니다. 다만 이번 8월 소비자 물가지표에서 볼 수 있듯이, 생산자 물가가 소비자 물가까지 빠르게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주목하는 건 소비자 물가입니다.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가계 형편이 나빠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소비자 물가는 크게 오르고 있지 않으므로 연준이 기존에 계획했던 정책보다 심한 긴축 정책을 펴진 않을 것 같습니다. 계획대로 연내에 테이퍼링은 시작하지만, 그 강도가 더 강력해지진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임금 뒷받침돼야 물가 계속 오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물가를 두고 한 발언을 요약하자면, “임금이 물가 상승을 이길 수 없다”였습니다. 자장면 집의 비유로 돌아가보면, 1만원이면 먹을 수 있었던 자장면 가격이 2만원까지 상승해도, 손님들의 임금이 2배로 오르지 않는 이상 2만원짜리 자장면은 팔리지 않을 거란 뜻입니다.

임금 그대론데, 물가만 급하게 올랐다: 올해 있었던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복기해볼까요? 처음에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가 없으니, 차를 만들 수가 없었고, 마침 차를 사려고 했던 미국 사람들이 새 차가 없으면 중고차라도 사야지 하는 생각으로 중고차 시장으로 몰려가다보니, 중고차 가격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크게 상승했죠.

하지만 최근에 나온 경제지표를 보면, 이미 4개월 연속으로 자동차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무리 자장면이 먹고 싶어도 갑자기 2배 비싸진 값을 내면서까지 자장면을 먹진 않는다는 거죠. 차가 필요해서 사고는 싶지만, 이렇게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사고 싶진 않다는 겁니다. 결국 가격을 진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높은 가격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수요가 그만큼 감소하니 말입니다.

물가 상승이 심각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당시 석유 파동에서 비롯된 물가 상승은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갔고, 꽤 오랜 시간 지속됐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도 결국은 임금 상승에 있습니다. 그땐 노동조합의 힘이 강했고, 이는 임금 상승을 이끌어냈습니다. 자장면 가격이 2배 올라도, 임금이 따라서 2배 오르면 그 자장면을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자동화로 인해 임금 인상 폭 제한적: 하지만 2020년대의 경영진은 1970년대와는 달리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금이 가파르게 올라가면, 직원 수를 줄이고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기계와 프로그램으로 노동자들을 대체해나가고 있습니다.

연준이 친시장 정책(자산 매입, 제로 금리 등)을 축소하면, 당연히 자산 가격은 일부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연준이 급격하게 긴축 정책을 펴진 않을 겁니다. 인플레이션은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임금이 인플레이션만큼 상승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파월의 생각이니까요.

전 헤지펀드 매니저이며, 지금은 SK증권에서 주식전략을 담당합니다.

오피스텔로 주택 공급 늘린다
오늘의 이슈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규제가 다른 이유: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비슷해보이지만 서로 다른 법규의 규제를 받습니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곳과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땅은 서로 다릅니다. 도심의 사무실이 모여있는 지역에는 오피스텔만 가능합니다. 아파트가 이런 지역에 들어서면 도심의 아까운 땅에 놀이터도 만들어야 하고 주차공간도 널찍하게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오피스텔은 도심 자투리 땅에 쉽게 지을 수 있고주차공간을 덜 확보해도 됩니다(오피스텔은 0.5~1대 아파트는 1.5대 이상). 그래서 오피스텔이 주택으로 사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 주거용 오피스텔도 85m² 이상의 전용면적은 바닥난방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젠 오피스텔도 아쉬운 상황: 문제는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 공급을 추가로 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습니다. 그러나 도심에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재건축∙재개발이 각종 규제나 세금에 막혀서 지지부진하자 시장에서는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공장)까지 주택의 대체재로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금까지 규제하고 있던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오피스텔로도 내 집 마련하게끔 바뀐다: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전용면적 120m²까지 허용한 것입니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120m²는 아파트로 치면 국민주택 규모(84m²)와 비슷한 크기입니다. 오피스텔을 많이 지어서 주택으로 사용하게 하겠다는 쪽으로 정책을 바꾼 것입니다. 1~2인 가구 전용으로 짓던 도시형생활주택(그래서 주차공간 확보를 덜 해도 됩니다)도 방을 4개까지 만들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구입해서 내 집 마련을 하는 걸 허용 또는 권장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변화의 장점은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분들이 오피스텔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1~2인 정도가 거주하거나 업무를 보는 공간으로 사용할 것을 가정하고 주차장 확보를 덜해도 됐던 오피스텔이 3~4인 거주용으로 사용되고 판매되기 시작하면 거주하는 분들은 주차난을 겪게 될 수 있단 겁니다.

정부가 노리는 효과는 내 집 마련용 주택의 공급 뿐 아니라 곧 닥치게 될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지난 2009년에 전세난이 심각할 때도 정부가 발표한 전세시장 안정대책도 주차장 규제를 완화한 도시형 생활주택을 도입하는 안이 골자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도시 곳곳에 주차난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런 정책은 도심에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이 더 많이 지어질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런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을 소유한 소유주들의 매각 차익이나 개발 이익은 과거보다 더 커집니다. 어차피 도심의 사유지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규제를 풀면 당연히 그 사유지 소유자의 이익은 커집니다.

재건축 아파트는 이런 차익을 정부가 가져가겠다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도입하면서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서울은 이렇게 어떤 지역의 개발 차익은 환수해서 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인근 어떤 지역의 차익은 높여서 주택 공급을 늘리는 서로 다른 방향의 정책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재건축 규제도 완화한다
오늘의 이슈

도심에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재개발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 때문에 조합원들이 재건축 진행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다소 완화해서 분양가를 좀 더 높여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안을 검토 중입니다.

문제는 분양가를 좀 더 올리면 ‘로또 분양’을 기대하던 무주택자들의 시세 차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수 있고 정부는 이런 정책을 추진하려면 여론의 부담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분양가 상승 폭이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럼 무주택자들의 반발은 줄어들지만, 반대로 유주택 조합원들의 불만이 생겨서 다시 재건축 일정이 미뤄집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