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되는 대출 조이기, 사람들의 적응법

강화되는 대출 조이기, 사람들의 적응법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정부의 대출 규제 여파가 여러 곳으로 번지면서 다양한 뉴스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몇가지 소개해드리면 일단 빠르면 내일부터 신용대출의 한도가 연봉 규모를 넘지 못하고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도 5000만원까지만 가능해질 예정입니다.

신용대출도, 마통도, 주담대도 모두 조이기 : 주택담보대출도 3분기 한도가 다 차서 더 이상 대출을 내주지 못하는 은행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아직 3분기가 끝나려면 1개월 이상 남았지만 우리은행은 대출한도가 다 차서 더 이상 대출을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가 4분기 한도를 끌어와서 겨우 급한 불을 끄고 있습니다.

이런 은행들은 대출을 해주더라도 이미 상담을 진행한 건만 취급하고 더 이상의 소비자는 받지 않거나 대출 조건을 매우 까다롭고 금리를 높게 해서 사실상 대출거절을 하는 식으로 대출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대출 늘리는 대출 규제 : 문제는 이런 대출규제가 오히려 더 많은 대출가수요를 불러오면서 당초 당국의 목표였던 가계부채 증가율 축소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언제 신용대출이 막히게 될지 모르는 탓에 너도나도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 개설 건수는 1주일 전보다 무려 60%나 늘었습니다.

대출 규제 시대의 적응법 : 정부의 대출규제가 최근에 더 강해지긴 했지만 대출규제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다주택자는 대출이 중단되고, 1주택자가 새로운 집을 구매해서 집을 업그레이드 하더라도 기존 주택을 6개월 안에 팔아야 대출을 해주는 등의 규제가 있었습니다. 그런 탓에 대출을 항상 최대치로 받고 여윳돈이 생겨도 대출을 갚지 않는 게 대출규제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요령이 됐습니다.

예를 들어 전세집을 구할 때는 여유자금이 아무리 넉넉해도 반드시 전세대출을 신청해서 최대한의 금액을 받는 게 필요해졌습니다. 언제든지 돈이 필요하면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다면 굳이 대출을 그렇게 받아놓지 않을 사람들이 대출 규제때문에 거꾸로 불필요한 대출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마스크가 부족한 시절 어디서 마스크를 팔기만하면 구매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스크를 사들였던 경험을 떠올리면 대출 수요자들의 최근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값은 잡히나? :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주택 매수 수요의 증가 때문이라면 결국 주택가격 상승이 멈춰야 대출 수요도 줄어들 것입니다. 아직은 그런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정부는 대출 규제가 주택 가격의 상승세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사실상 그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는 것으로)보고 대출 규제를 강하게 하는 중입니다.

사는 사람만 급해진 부동산 시장 : 최근 서울의 아파트값은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계속 신고가를 경신하는 중입니다. 대출 규제 탓에 수요자도 줄어들었고, 세금 때문에 매도자도 굳이 매도해서 얻을 게 없으니 매물을 거둬들인 탓에 거래는 매우 뜸하지만 간혹 나타나는 거래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래가 줄어든 시기에는 매도자와 매수자 중에 누가 더 초조한가에 따라 가격의 방향이 정해집니다. 매수자가 마음이 초조해지는 이유는 앞으로 인기 지역의 주택 공급이 충분히 늘어날 가능성이 낮아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최근 주택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해 ‘사전청약 물량을 증가시키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미래에 공급될 물량까지도 앞당겨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정책이지만 소비자의 눈에는 미래에 공급될 물량을 가져와야 할만큼 당장 공급이 어렵다는 신호로 읽히기에도 충분합니다.

예금금리, 대출금리. 둘 다 오르는 이유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한국은행이 지난주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도 오를 것이라는 뉴스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 여파는 예금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일단 작용합니다.

예금 금리가 오르는 이유 : 이유는 이렇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단기 금융시장의 금리가 올라가서 증권사 CMA 나 MMF의 수익률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시중 자금은 단기자금시장 운용 수익률을 제공하는(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꽤 주는) CMA 등의 상품으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은행들도 자금을 유치하려면 예금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대출 금리가 오르는 이유 :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보다는 대출 수요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출수요가 많으면 기준금리가 가만히 있어도 대출금리는 올라가고 대출수요가 많으면 대출용 자금 조달을 위해 예금금리도 올라갑니다. 반대로 대출 수요가 적으면 기준금리를 올려도 대출 금리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올라간 금리에 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가 적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출 수요가 줄어들면 예금 금리도 다시 내려갑니다. 굳이 예금을 비싼 이자를 주고 받아봐야 대출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중의 예금이자율, 대출이자율은 결국 대출 수요에 따라 정해집니다.

최근 대출금리는 빠르게 상승하는 중입니다. 이미 대출 받은 소비자들이 내는 변동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새로 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에게 제시되는 금리는 매우 높아졌습니다.  대출 수요는 많은데 대출규제로 공급이 축소되는 바람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HMM이 돈 벌어도 성과급 못주는 까닭은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해운회사 HMM의 직원들이 이번주에 파업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파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업의 이유는 ‘실적이 좋으니 월급과 보너스를 올려달라’는 일견 매우 단순한 조건입니다만 일반적인 회사와는 다른 HMM의 사업구조나 현황 때문에 계산이 좀 복잡합니다.

돈 번 만큼 보상해 달라는데… : HMM은 올해 4조원 가량의 이익을 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이 회사의 실적을 보면 올해의 실적이 매우 이례적입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는 계속 적자였는데 이 10년간의 누적 영업손실이 3조원이 넘습니다. 2020년에 처음으로 1조원 가량의 이익을 냈고 올해는 이익규모가 4배로 커질 전망입니다.

해운업의 독특한 생태 : 해운업이라는 산업의 특징이 여실히 드러나는 실적 흐름입니다. 해운업은 경기가 좋아지면 운임이 올라가고(물건을 실어나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매우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최근 컨테이너선 운임은 평소의 5배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그 운임수입을 노리고 수많은 배들이 발주되는데 그러다 경기가 꺾이면 늘어난 배들이 덤핑운임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어서 해운사의 적자폭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회사는 그동안 누적된 적자를 겨우 메운 정도이니 파격적인 임금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고 근로자들은 그동안 임금 동결을 수년간 감당해왔으니 이제 연봉을 올리자는 주장입니다. 산업은행이 이 회사의 경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 이슈에 대한 산업은행의 입장이 중요해보입니다. 이 회사의 직원이 400명 남짓이기 때문에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수백억원 수준이라 사측이 요구를 받아들이고 타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노조는 경쟁업계의 임금보다 너무 낮다는 주장이고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의 임직원 급여는 경쟁사보다 낮은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왜 근로자들은 다른 회사로 이직 안할까? : 생각해볼 포인트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회사라도 복사기나 PC를 더 싸게 구입해서 쓰는 건 불가능하고 그걸 요구할 수도 없는데(그걸 요구하면 PC나 정수기를 그 회사에 안팔고 다른 회사에 팔면 됩니다) 왜 근로자의 임금은 더 낮을 것을 요구하고 그게 받아들여질까 하는 점입니다. (HMM의 근로자들 임금은 수년간 동결되면서 경쟁업체들보다 수십퍼센트 가량 낮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근로자들의 노동력은 자유경쟁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해고 불가) 또는 노조나 기업 카르텔이 더 저렴한 인건비의 근로자를 선택해서 고용하는 걸 어렵게 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임금을 많이 올려주는 해운사에도 노조와 근로기준법 등 근로자 보호 시스템이 있어서 연봉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고 해고하거나 교체하기 어렵고 그래서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낮은 연봉을 받는 근로자들을 좀 더 높은 급여를 주고 채용할 수 없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미국 연준 의장의 지난주 잭슨홀 연설에서는 별다른 충격은 없었습니다. 테이퍼링을 올해 안에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일정을 밝히지는 않으면서 일자리가 계속 잘 생기는지, 그리고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괜찮은 상황인지를 판단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시장은 경기가 나빠지면 테이퍼링을 내년으로 미룰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안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도체 제조 전문회사인 TSMC가 반도체 제조가격을 최대 20%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은 많은데 그 주문에 모두 부응할 수 없을만큼 일손이 딸리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그 가격을 낼 회사만 주문을 하라는)는 의미입니다.

가격을 올리건 안올리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의 물량은 달라지지 않으니 이런 변화가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의 큰 변수는 아니지만 반도체를 사서 쓰는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반도체 원가가 올라가니 그 반도체가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제품들의 생산원가도 함께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반도체가 사용되는 제품 안에서 반도체 가격이 전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