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

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새로운 사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올리며 초저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연 0.50%)를 적용한 지 15개월 만입니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작년 3월 기준금리 0.5%포인트를 한 번에 낮추는 이른바 ‘빅커트'(1.25%→0.75%)를 단행했고, 5월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내렸습니다. 코로나의 충격 확산을 막기 위한 극단적 조치가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금통위의 금리인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경기 과열 때 꺼내는 카드: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경기가 너무 좋을 때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일반인 입장에서 경기가 너무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죠.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은 연일 들리니 말입니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은 지난달에 이주열 총재가 한 발언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는데요. “금융 불균형 문제를 거시건전성 정책과 함께 거시경제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통화 정상화로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커졌다.”

자산 가격이 너무 과열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번엔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었는데요.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악화되는 정도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물가가 오르고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금융 불균형이란 ‘금융자산(부채) 규모가 한 경제의 생산역량에 근거한 미래소득의 현재가치를 크게 상회할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쉽게 말하면 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고, 또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죠.

물론 금리를 올린다고 집값을 잡을 수 있을 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지만, 적어도 부채를 늘려서라도 집을 사고 싶어하는 심리는 누를 수 있을 겁니다.

선진국은 계속 돈 풀고, 신흥국은 조이고: 어쨌든 우리나라는 금리를 올렸는데, 다른 나라 상황을 한번 볼까요? 우선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금리인상은 아직 먼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테이퍼링을 당장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약 1조달러 수준의 현금유동성은 더 공급될 가능성이 높고, 금리인상 역시 2023년에나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ECB와 BOJ 역시 테이퍼링이라는 단어는 꺼내지도 않고 않을 만큼 현금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금리 인상 이야기는 없습니다.

반면, 신흥국중에서 이미 터키, 브라질, 러시아, 헝가리, 멕시코, 체코 등이 이미 금리를 인상했고, 우리나라도 이 반열에 포함되었습니다.

부루마불로 보는 경제: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부루마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부루마블을 하다보면, 한 사람이 돈이 없어서 더 이상 게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때 게임에서 지게 된 사람이 조심스럽게 이렇게 이야기하죠. ‘우리 은행에서 200만원씩 빼서 쓸까?’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게임을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결과가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격차가 더 심화될 뿐이죠.

여기서 은행에서 돈을 빼서 쓰는 것을 ‘양적완화’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지게 되는 사람을 신흥국, 이기는 사람을 선진국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과 현실의 차이는 여기서 나타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똑같은 대응책을 쓰더라도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어려운 쪽(신흥국)이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이러한 상황을 IMF는 ‘폴트라인*’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경고한 바 있습니다. IMF는 지난 7월 “폴트라인*이 확대되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는데요. 신흥국과 선진국 간의 경제 회복의 차이가 확대되는 것을 넘어 끊어지게 생겼다는 건데요. 게다가 델타변이도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고, 백신의 보급속도까지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는 점이 상황의 심각성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렵더라도 더 심화되진 않길 바랄 뿐입니다.
* 지진이 일어나는 판을 이야기하는 지질학 용어.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가 금융위기를 예측한 책의 제목.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삼성 낸드 점유율 단숨에 따라잡는 WD
오늘의 이슈

Western Digital-Kioxia in talks to create chipmaker giant -source

새로운 사실: 일본의 반도체 제조사 키옥시아를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인수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뉴스입니다. 두 회사 모두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로 시장점유율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가 4위) 두 회사가 이번 M&A로 한 회사가 되면 낸드 업계의 플레이어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생산품의 수익성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변수는 중국 정부: 문제는 중국이 두 회사의 인수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기업의 M&A는 주요국 정부가 독과점 여부를 심사해서 승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승인하지 않은 해당 국가에서는 사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 하이닉스도 아직 여러 국가들의 반독점 심사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중국의 빅테크 때려잡기에 담긴 시사점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들과 사교육 기업을 규제하고 있는 이면에는 ‘공동부유론’이라는 새로운 정책 방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런 용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앞으로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공산당 재경위 회의에서도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필수 요건이자 중국 현대화 핵심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경제정책을 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써왔습니다. 덩샤오핑 시대부터 중국 정부는 ‘선부론’을 강조하며 일부 부자들이 먼저 부를 이루는 게 전체의 부를 늘리는 길이라는 정책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중국이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을 이어온 것도 그런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그런 중국이 요즘은 다시 사회적 평등과 부의 재분배를 우선하는 기조로 정책을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 마오쩌둥 시절에도 ‘공부론’이라는 다 함께 잘살자는 개념의 정책 방향이 있었지만 당시의 공부론은 양극화 해소와 분배라기보다는 다 함께 노력해서 다 함께 가난에서 벗어나자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이젠 양극화 해소에 초점: 그러나 최근 언급되는 공동뷰유론은 양극화 해소와 부의 분배, 일부 기업 독주의 제동에 초점이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도 이런 기조를 파악하고 자발적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쿠팡으로 불리는 핀둬둬는 어제 약 2조원 규모의 사회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 정부가 앞으로 내수를 부양하는 정책을 강하게 펼칠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부유층을 억압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적절하게 분배된 부가 소비에 사용되면서 내수 경제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말고는 없기 때문입니다. 부의 재분배를 강화하는 정책의 가장 큰 약점은 그로 인해 성장의 주체인 대기업과 부유층의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입니다.

양극화 해소가 경기 둔화 타개법?: 중국의 공동부유 정책이 경제성장의 둔화로 연결되기보다는 오히려 중국이 공동부유를 새로운 정책 기조로 내세우는 것이 거꾸로 경제성장의 둔화 탓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그것이 일자리 문제로 번져갈 경우 생기는 사회적 불안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사회적 불만과 불안요인이 될 수 있는 양극화 문제에 미리 대응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빅테크 규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시사점: 아무튼 중국의 이런 변화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는데요. 1️⃣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내수 부양이 될 것이다. 2️⃣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 3️⃣ 중국의 고성장 기업들에 대한 정책 규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삼성전자 주요 TV 제품의 국내 배송 소요 기간이 4주가량으로 늘어났습니다. 동남아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현지에 생산·부품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 운영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이달 초 60%대로 하락했던 삼성전자 베트남 호치민 공장 가동률은 최근 3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현지 제품 및 부품 공급 부족이 국내 판매망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배송을 기다리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다림도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엔진컨트롤유닛(ECU) 수급도 어려워지면서 완성차 인도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 SK텔레콤 자회사인 11번가가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 직구 포털’로 변신합니다. 물류시스템을 갈고 닦은 쿠팡, 수많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보유한 네이버에 비해 밀리던 11번가는 아마존과의 제휴를 통해 반전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11번가는 한국 소비자가 구매하기 편한 환경을 구현해내는 데 방점을 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