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에 숨은 조연, 온라인 쇼핑몰들

머지포인트 사태에 숨은 조연, 온라인 쇼핑몰들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끝나지 않은 머지포인트 논란: 100여만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외식 및 쇼핑용 선불식 상품권을 판매하던 머지포인트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일부 환불이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명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고, 이 사태에 대한 경찰도 조사도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던 일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외식업에 한정되는 상품권 발행업으로 영업을 시작했으나 사용처를 늘리는 과정에서 등록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고, 이에 대해 발행사인 머지플러스와 금감원이 협의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숨은 조연: 그런데 정작 사태가 이렇게 커지는 과정에 분명히 큰 역할을 한 온라인 쇼핑몰들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고 있는 점은 매우 의외입니다. 1000억원에 가까운 머지포인트를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사들에는 거의 언급조차 되고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이 사태에 어떤 역할을 했으며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머지플러스의 사업이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8년 6월 모바일 바우처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용 식권 솔루션 사업을 시작한 머지플러스는, 그해 말 사업의 방향을 머지포인트를 통한 외식업 할인 상품권 사업으로 변경했습니다.

머지포인트의 주요 판매처: 그렇게 만들어진 머지포인트가 판매된 주요 채널은 온라인 쇼핑몰들이었습니다. 각종 온라인 쇼핑몰들의 할인 정보를 공유하는 뽐뿌의 게시판에는 그간의 경과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머지포인트 관련 게시물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8년 12월이었습니다.

초기에는 티몬에서만 머지포인트를 15% 정도 할인 판매하다, 2019년 3월부터 위메프가 합세합니다. 그리고 이디야, 설빙, 드롭탑 등 외식업체에 한정되었던 사용처에 편의점 GS25가 추가된 그해 8월부터는,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도 본격적으로 머지포인트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부터 이들 쇼핑몰들의 머지포인트 판매 경쟁에 불이 붙게 됩니다. 쇼핑몰들이 제공하는 추가적인 수단까지 동원하면 20%가 넘는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게시물들이 일주일에 몇 번씩 올라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중 티몬과 위메프가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상품권 판매로 현금 확보한 쇼핑몰들: 쇼핑몰들이 그렇게 머지포인트의 판매에 열을 올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중요한 실적 목표인 거래금액(GMV)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금에 가까운 상품권을 높은 할인율로 판매할 경우, 쉽게 고객들의 결제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죠. 경쟁사 대비 더 많은 금액의 거래를 일으킨 것으로 포장하기 좋은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머지포인트의 판매가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머지포인트의 판매 금액은 구매자의 카드사에서 수수료만 떼고 며칠 내로 쇼핑몰들에 입금됩니다. 쇼핑몰들은 적어도 한 달, 길게는 몇 달 후에, 자신들의 수수료까지 추가로 떼고 머지플러스에 판매 대금을 지급을 해주었습니다.

이른바 ‘음의 운전자본'(네거티브 워킹캐피탈)이라고 불리는 그러한 결제 방식을 활용하여, 쇼핑몰들은 결제 금액이 늘어남에 따라 현금도 비례하여 손쉽게 늘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막대한 적자를 기록해온 티몬이나 위메프 입장에서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현금이 회사의 운영에 매우 필요했을 것이기에 머지포인트를 적극적으로 판매했던 것입니다.

물론 쇼핑몰들이 머지포인트가 가진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적극적으로 판매한 머지포인트로 인해 이번 사태가 발행한 것은 명확하므로, 도적적인 비난으로부터는 일부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번지는 대출 축소 바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금융권의 대출 중단 또는 대출 축소 여파가 확대되는 중입니다. 카카오뱅크와 삼성생명도 대출을 줄이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는 뉴스입니다.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줄이려면 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는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대출수요는 사금융으로: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해주지 않으면 대출수요는 금리가 높은 사금융으로 이동합니다. 과거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대부업체나 제2금융권에서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는 흔한 일이 됐습니다. 금리는 매우 높아서 10%에 육박합니다. 공인중개사가 사채를 소개해서 매수자의 잔금 마련을 돕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느려지는 경제회복 속도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미국의 경기 둔화가 수치로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지표는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입니다. IHS 마킷이 발표한 8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델타 변이 확산 속에 미국 기업 활동이 3개월 연속 둔화했음을 시사했습니다.

제조업 PMI는 61.2, 서비스업 PMI는 55.2로 기준치인 50은 상회했지만 시장 예상치에 못미쳤습니다. 특히 서비스업 PMI의 하락이 제조업 PMI보다 큽니다. 8월 서비스업 PMI는 55.2로 7월 59.9에서 4.7 포인트 떨어졌고 제조업 PMI는 61.2로 7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63.4에서 2.2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일정 차질 생긴 연준의 통화정책: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주요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가 늦어지면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기도 하지만, 공급망이 정상화되는 속도가 늦춰지면서 물가가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거시지표들은 미국의 테이퍼링 일정에 변화를 줄 수도 있고, 반대로 테이퍼링이 일정대로 진행되면 경기지표의 둔화가 그에 따라 더 가속화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심리지수도 두 달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월보다 0.7포인트 내린 102.5였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의 경기상황과 미래의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하는 심리지표입니다. 이런 경기 지표의 둔화는 내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보다는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줍니다. 채권전문가들의 67%가 기준금리 동결을 점치고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