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이면 집값 잡힐까

대출 조이면 집값 잡힐까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일부 은행들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한 것을 두고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농협 이외에는 대출 중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다른 은행들로 대출 쏠림이 발생할 경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다른 은행들의 대출도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출 중단이 아니더라도 높은 가산금리를 붙여서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대출 중단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가계부채 줄이기의 일환: 농협 등 일부 은행들의 대출 중단은 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이기(증가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입니다. 대출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그렇게 오른 가격은 언젠가 조정을 받을 때 충격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출을 규제하는 게 그 목적을 달성할 적절한 수단이냐는 점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대출규제는 사람들을 조급하게 한다: 요즘 가계부채는 매월 주택담보대출이 약 4조원, 전세대출이 3조원, 신용대출이 4조원가량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매수 수요가 원인이지만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은 대출규제에 따른 가수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출규제가 심해지면 가수요가 더 많아집니다. 예를 들면 전세 5억원짜리 집에 들어갈 세입자가 현금이 4억원이 있다면 과거에는 1억원만 대출을 받았는데 요즘은 5억원을 모두 대출받고 현금 4억원은 예비용으로 남겨둡니다. 물론 저금리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가 그런 결정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지만 대출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대출받을 수 있다면 이자율이 낮더라도 굳이 선택하지 않았을 옵션입니다.

신규 대출 소비자는 비싼 금리 감당해야: 새로 대출을 받는 고객들의 이자율은 매우 높아질 것입니다. 대출신청을 하는 고객이 있는데 대출 규모를 줄이는 방법은 이자율을 높이는 것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코픽스 등 기준금리를 제자리인데 이자율을 높이려면 가산금리를 매우 높게 부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부과된 가산금리는 그 대출이 만기가 되어 상환될 때까지 계속 따라다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을 받는 고객은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규제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도 여러 방향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대출이 막히면 집을 사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연히 집값 상승률이 둔화되지만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은 시장에서는 대출이 막히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로 수요가 몰려서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주택 매도 물량 중에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실거주용 주택은 대출이 중단되거나 규제로 이자율이 올라가면 사실상 매수 후보 리스트에서 삭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산금리 비싸졌을 때 대출 고르는 팁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연말까지는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전망입니다. 그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 등 시중금리가 오른 탓이 아니라 대출수요는 많은데 대출 규제로 대출공급이 차단되면서 비싼 금리를 감당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대출이 우선 공급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코픽스 또는 CD금리 등)와 가산금리의 합으로 이뤄지는데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가산금리는 그대로라도 기준금리가 올라갑니다. 그런 경우는 대출을 받으면 기준금리가 오르내리는 대로 대출금리도 움직입니다. 대출을 받을 때 별다른 요령은 없습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대출규제로 인한 금리 상승은 기준금리가 아닌 가산금리의 인상 때문에 생긴 결과입니다. 이 가산금리는 대출규제가 사라지면 급격히 하락하고 다시 대출금리가 내려가지만 가산금리는 대출 시점이 결정된 후에는 계속 따라다니므로 대출규제가 줄어들고 가산금리가 내려가면 이런 비싼 가산금리의 대출은 갈아타기를 해야 합니다.

요즘처럼 대출규제로 인해 가산금리가 높을 때 받는 대출은 중도상환수수료가 낮은 대출을 고르는 게 요령입니다. 곧 갈아타기를 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대출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와 함께하는 시대 온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정부가 통제와 차단 중심의 코로나 방역 정책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뉴스입니다. 1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는 10월부터 공개적으로 이 정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인데 영국과 싱가폴 정도가 이른바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자유로운 일상생활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위드코로나 정책이란 자유롭게 일상을 영위하더라도 백신으로 인해 치명적인 환자의 숫자는 적을 것이고 그 환자들은 의료시스템이 감당해내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서 치명적인 환자 발생률이 낮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경제 vs. 방역: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정책을 선택하는 이유는 자영업자들의 생계 문제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생계’ 때문에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게 괜찮으냐는 위드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얼마나 잠재울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고용보험 기금의 손실이 커지면서 정부가 고용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실업급여 수급자들이 늘면서 생긴 고용보험 기금의 구멍은 1. 부정수급 적발 2. 반복수급자 수급액 하향 3. 정부예산 지원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지적에 따라 고용보험료를 인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고용보험은 근로자가 급여의 0.8% 사업주가 급여의 0.8%를 각각 납부한 돈으로 실업급여, 육아휴직수당 등을 지급하는 사회보험입니다.

🏭 세계 반도체와 각종 전자부품 생산의 15~20%를 담당하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주요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이 마비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의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된 겁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보복 소비’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악재입니다.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문과 LG전자의 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26%, 15%씩 감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