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물어온 서학개미

외환보유액 물어온 서학개미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100조원(889억달러)이 넘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50조원이었으니 2년 만에 두 배가 넘게 커진 것입니다. 올해 들어서만도 해외 주식 보유 잔액이 17조원이 늘었습니다.

해외 주식 투자금 늘어난 이유: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에 투자한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우리나라 국민들은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늘어난 금융자산을 연기금, 은행 보험사들이 갖게 되고 이들은 자산배분 차원에서 해외 주식으로도 투자처를 늘리고 있습니다. 2. 금리가 낮아져서 금리나 기대수익률이 높은 해외 주식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이유를 찾아보자면 그동안 우리나라로 유입된 달러가 많아진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많아졌고 경상수지 흑자도 오랜기간 계속되면서 우리나라로 달러가 많이 유입되고 그 덕분에 환율도 낮아졌습니다. 달러가 넉넉하면 정부도 해외 투자를 굳이 막지 않고 오히려 장려하는 정책을 폅니다.

민간 외환보유액=민방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사상최대치를 다시 경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달러를 정부가 모아서 갖고 있는 것이 외환보유액입니다. 모아서 갖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를 빠져나가는 외국인들을 위해 미리 돌려줄 돈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 주식에 투자한 돈도 외환보유액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민방위 대원이 정규군은 아니지만 유사시에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에 투자된 돈이 많을수록 유사시에 본국(한국)으로 돌아올 달러도 많아집니다. 예를 들면 해외에 100만달러어치(11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 유사시(경제위기)에는 환율이 1달러=2000원이 된다면 100만달러 어치의 주식이 20억원의 가치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해외 주식을 팔아서 국내 부동산이나 국내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생기고 그러면 해외에서 주식을 팔고 국내로 달러가 들어오게 됩니다. 유사시에 빠져나가려는 달러에 대응하는 입국하려는 달러가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충격의 완충이 가능합니다.

결국 성장하는 건 미국 경제: 해외 주식투자가 늘어나는 데 따르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 돈이 국내에서 투자됐다면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그 결과로 기업들이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거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주택 공급이 더 늘어나는 결과가 됐을 텐데 해외에 투자된 돈은 그 나라의 자산 가격을 올리고 그 나라의 경제 발전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요인이 됩니다. 물론 그 과실을 해외 투자자들이 나눠서 갖게 되지만 투자의 과실을 받는 것과 투자로 인해 그 나라가 경제성장을 하게 되는 것은 다른 영역입니다.

코로나 겪은 미국 주택 시장, 이제 한국처럼?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미국에서는 요즘 세입자가 집세를 못내도 쫓아낼 수 없습니다. 원래는 당장 퇴거시킬 수 있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미국 정부가 강제퇴거를 올해 7월까지 금지시키는 조치를 했습니다.

집주인들이 반발해서 소송을 냈습니다. 우리나라는 보증금이 많으니 월세를 몇 달 안내도 집주인이 손해볼 일이 없지만 미국은 보증금이 거의 없는 순수한 월세여서 세입자들이 월세를 안 내고 버티면 집주인은 월세를 받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미국 대법원도 ‘미국 정부가 잘못한 결정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수 있으니 7월 말까지만 그렇게 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하려면 의회의 동의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의회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이 조치를 반대했고 결국 더 이상 연장이 어렵게 됐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조치를 2개월 더 연장했습니다. 이 조치가 불법이라는 주장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일단 이 조치를 밀어부치는 중입니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세입자들이 거리로 내쫓기기 시작하면 그 혼란을 막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국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집을 빌려줄 때 보증금을 적게 받거나 또는 받지 않는 이유는 세입자가 월세를 밀렸을 때 바로 퇴거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월세가 미납된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빨라야 6개월 자칫하면 수년이 걸립니다) 이제 미국의 집주인들도 우리나라처럼 높은 보증금을 요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미∙중 갈등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미국 방산업체가 7억5000만달러(약 8580억원)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수출할 수 있도록 승인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대만에 무기 수출하는 것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자산운용 자회사인 SB노스스타를 통해 스위스 제약사 로슈홀딩스AG에 50억달러(5조7225억원)를 투자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로슈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제넨텍(Genentech) 사업부의 가치가 매우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해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진단시약을 제조하기도 하는 로슈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작년에 비해 5% 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