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이익 숫자에 담긴 의미들

은행들의 이익 숫자에 담긴 의미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은행이라는 산업은 꽤 안정적이고 변화가 적은 산업 같지만 은행들의 실적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때로는 이익을 많이 내기도 하고 때로는 손실을 크게 입기도 하며, 그 이유가 은행 스스로의 원인이기보다는 외부 환경 탓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익을 많이 올렸을 때도 칭찬보다는 비난이 더 많기도 하고 그 이익을 배당하는 것에도 유독 정부의 견제와 간섭을 많이 받습니다. 그 이유는 은행업의 독특한 특성 때문입니다.

새로운 사실: 은행들은 올해 상반기에 역대급 실적을 거뒀습니다. 금융지주사 빅5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9조3000억원이었는데 사상 최대이익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3% 증가했는데 이렇게 증가율이 높은 배경에는 작년과 올해의 ‘대손충당금’ 차이도 꽤 역할을 했다는 설명입니다.

은행들은 못 받을 가능성이 높은 대출금을 손해를 본 돈으로 회계상으로 분류하곤 합니다. 그걸 대손충당금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작년에 은행들이 영업을 올해보다 못했던 탓이라기보다는 작년에 은행들이 (못받을 돈으로 간주하고)쌓은 대손충당금이 올해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그 차이로 인해서 올해는 순이익이 작년보다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작년보다 올해 쌓은 대손충당금이 훨씬 적어서(작년보다 1조1000억원이 적었습니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은행들의 순이익이 꽤 늘었다는 겁니다.

대출금만 잘 받아도 실적 좋아진다: 요약하면 은행들의 실적은 그해에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 뿐 아니라 미래의 상황을 예측해서 미리 쌓아두는 대손충당금이 얼마냐에 따라 꽤 변화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은행들의 실적이 오로지 그 시기의 은행 영업상황과 관계가 깊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은행들은 실적이 나쁠 때보다 좋을 때 비난을 더 많이 받는 독특한 업종이지만 은행들의 이익을 판단하는 변수와 잣대는 생각보다 많을 수 있습니다.

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올렸다는 것은 대체로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많이 가져갔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경기가 좋아서 대출을 못 갚는 기업들이 적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은행들의 실적이 대부분 비슷한 것이 그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올린 것이 은행들의 경영혁신이나 비용 절감의 결과라기보다 대체로는 경기 변동의 결과입니다. 때문에 은행들은 이익을 많이 올리더라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할 때 꽤 견제를 받고 눈치를 봐야 합니다. 유독 은행들이 배당에 대해 견제를 받는 것은 이익을 회사에 많이 쌓아놔야 경기가 나빠졌을 때 기업들이나 소비자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와도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기변동의 영향을 받는 업종들은 은행들 말고도 조선, 철강, 반도체 등 매우 많지만 은행들은 이익을 외부로 빼내지 말고 내부에 자기자본을 많이 쌓아두고 있어야 경기가 나빠졌을 때 대응을 하기 용이합니다.

은행이 자본이 부족해서 혹시라도 문을 닫는 일이 생기면 시스템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정부는 유독 은행들의 내부 유보금에 민감합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중소기업들 중에 언제 문을 닫아도 할 말이 없는 좀비기업들이 많아서 이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은행들이 감당해야 할 충격이 생각보다 클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 등 외부 변수로 인해 경기의 충격이 오면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기업들의 손실은 생각보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은행들이 내부에 돈을 쌓아둬야 할 여러 이유 중 하나인데 그래서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배당액을 놓고 끊임없이 밀당을 하곤 합니다.

배터리 사업부 분사하는 대기업들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을 회사에서 떼어내서 독립법인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분할하는 구조는 배터리사업부를 기존 회사에서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해서 100%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배터리 기업엔 투자금이 몰린다: LG화학을 비롯한 배터리회사들은 기존 사업의 일부로 배터리사업을 운영하다가 최근 잇따라 물적분할 방식으로 사업부를 떼어내어 독립법인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배터리 제조회사에 대해 주식시장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 평가하고 있는 것을 이용해서 적은 지분을 주고 많은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배터리 사업을 하려면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카드이기도 합니다.

사상 최대 수출액의 의미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지난 7월에 사상 최대금액을 기록했습니다. 물가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을 감안하면 사상 최대인 것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세계 경제가 서비스 상품보다는 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수요가 좋다는 사실, 그리고 제조업 중심의 한국의 수출품 포트폴리오가 괜찮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물론 전년동기 대비 금액 증가율은 작년이 코로나19로 수출이 급감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지만 수출액 자체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코로나 이전의 흐름을 회복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문제는 앞으로의 수출이 어떨 것인가인데, 낙관이 어렵습니다. 중국 수출의 선행지표인 중국의 제조업 체감경기가 슬슬 나빠지고 있고,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한 수출 둔화 가능성이 낙관적 전망보다는 다소 우세합니다.

한국의 수출액 또는 수출증가율은 세계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반대로 세계 경제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한국의 수출증가율 통계가 매우 유용하게 쓰입니다. 한국 수출이 앞으로도 계속 좋을지에 대한 질문은 그래서 세계 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과 거의 비슷한 질문입니다. 예측하기가 아주 어려운 질문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를 기록했습니다. 9년 만에 최고치였던 지난 5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한 건데요. 3분기부터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 거라는 정부의 예측과는 다른 결과입니다. 농축산물이 9.6%, 휘발유가 19.3%, 경유가 21.9% 등으로 특히 크게 올랐습니다.

🇨🇳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가 대표 게임인 ‘왕자영요(Honor of Kings)’의 미성년자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미성년자 게임 시간이 줄어들고 어린이는 게임 머니 등을 구입하는 게 금지됩니다. 중국 관영매체가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비판한 뒤 나온 조치입니다. 왕자영요는 플레이해본 사람의 수가 1억명이 넘는 최대 인기 게임 중 하나입니다. 이런 조치가 발표된 3일 텐센트의 주가는 6% 떨어졌습니다.

😩 마켓컬리의 상장 준비가 초반부터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주관사 선정 입찰에 한 곳만 신청하는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서입니다. 신세계그룹의 쓱닷컴이 상장할 거란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컬리와 쓱닷컴이 경쟁사인 관계로 컬리 상장을 주관한 회사는 쓱닷컴 상장 때 주관사로 선정되기 힘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