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 불투명, 테이퍼링도 나중에?

하반기 경기 불투명, 테이퍼링도 나중에?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두고 당초 예상보다 부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시장이 혼란스러워한다는 뉴스입니다. ‘올해’의 성장률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결국은 8월 이후의 하반기 경기가 어떨 것이냐는 이야깁니다. 생각보다 나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수요 못 따라간 생산: 왜 나쁜지를 잠깐 먼저 설명드리자면 생각보다 생산이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공장이 잘 안 돌아갔다는 뜻인데요 수요보다는 공급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자동차 생산이 정체되면서 판매가 5월 이후부터는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4월 이후 주택 착공이 차질을 빚으면서 주택 판매도 둔화됐습니다. 수요를 생산이 못 따라가서 그렇기도 하고, 이렇게 공급자 우위인 시장에서는 구매를 못하겠다고 돌아선 소비자들도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재미있는 통계가 하나 있는데 미국에서 6월에 자동차 소비지출에 쓴 금액은 역대 최고였는데 판매대수는 코로나19 이전을 밑돌았습니다. 비싼 차들을 많이 샀거나 같은 차라도 비싼 값을 주고 샀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생산이 회복되면 수요는 곧 따라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고,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긴 하지만 그에 따른 구매 감소가 아니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에선 성장률 낮게 점치고 있다: 아무튼 성장률에 브레이크가 걸린 원인은 시간이 좀 지나면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중입니다. 그래서 미국 중앙은행이 테이퍼링 시점에 변화를 주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아직은 판단을 쉽게 내리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도 미국의 성장률 곡선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 잠깐의 쉼이 아니라는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주택 수가 충분해보이는데, 충분하지 않은 이유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의 주택은 1952만개인데 이중에 건축된 지 20년이 넘는 주택이 910만개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보다 노후주택은 5% 더 늘었습니다.

이 5%라는 숫자는 꽤 중요합니다. 새로 20년차가 된 주택이 5%가 늘어났다는 건 새로 50년차가 되는 주택들도 그렇게 늘어난다는 것이고 이제는 너무 낡아서 무너지는 주택들도 5%씩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매년 새로 지어진 주택 수가 늘 일정하지는 않아서 매년 ‘새로 20년차가 된 낡은 집’과 ‘새로 50년차가 된 매우 낡은 집’의 숫자가 동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크게 보면 비슷합니다.

이렇게 매년 낡아가고 매년 사라지는 주택들이 있고 그 숫자가 꽤 많다는 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전세 제도를 세입자 중심으로 바꾸더라도 당장은 세상에 존재하는 집의 개수가 달라지지 않으니 수요와 공급의 변화는 없어서 가격에 큰 변화는 생기기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도의 변경이 세입자용 주택의 공급을 줄이는 이유는 이런 멸실 주택들 때문입니다.

인구가 이미 감소하고 있는 나라에서 이미 지어진 집이 낡아서 멸실되지만 않으면 집은 더 짓지 않아도 충분히 넘칩니다. 그래서 임대료는 그 집을 그냥 비워두는 비용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정해집니다. 세입자 천국이 되는 것인데요.

부자들이 살 새 집이 정책의 열쇠: 그러나 집이 매년 5%씩 멸실되기 때문에 어딘가에서는 그 5%의 집이 새로 지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집을 새로 지으려면 그 집을 구매할 누군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집을 소유하는 것의 부담이 커지는 제도를 만들면 그 집을 구매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그러면 ‘구매하려는 사람이 줄어드니’ 가격이 내릴 것 같지만 ‘구매하려는 사람이 줄어서 새로 공급되는 집도 줄어들고 그래서 집이 모자라서’ 가격이 올라갑니다.

가만히 있으면 멸실되는 집이 있으니 집값 폭등을 막으려면 계속 그만큼은 새로 지어야 하고, 집을 새로 지으려면 누군가는 구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집은 새로 짓는 집이니 당연히 비싸며 그 집을 구매하는 사람은 부자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어려운 것입니다. 부자들의 집 사려는 의지를 꺾으면 돌고 돌아서 주택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집의 숫자가 부족해지면 집을 빌려주는 쪽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요즘 월세의 비중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은 집주인이 전세로 놓든 월세로 놓든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에는 대출이 쉽게 나올 때에도 대출을 받고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는 게 훨씬 나음에도 굳이 전세를 놓았던 이유는 세입자들이 그 월세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의미이고 살만한 덜 낡은 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미국에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입자들이 월세를 밀려도 퇴거시키지 못하는 조치가 있었지만, 이 조치가 지난달 말일부로 종료됐습니다. 연방 정부는 470억달러 규모의 임대료 지원 예산을 확보했지만, 정작 지출된 예산은 30억달러에 불과합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올해 1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집세를 내지 못한 세입자가 1000만명이 넘을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노숙인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현재 미국 내 노숙인 수는 작년 대비 2.2% 증가한 58만명 수준입니다.

⚡️ 올 여름 무더위에 석탄 발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호주 석탄 가격은 올 초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습니다. 늘어나는 태양광 발전도 석탄 발전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폴리실리콘은 주로 중국에서 만들어지는데요. 중국의 폴리실리콘 제조 공장은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