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는 어떻게 10조 기업이 됐나

카카오페이는 어떻게 10조 기업이 됐나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새로운 사실: 7월 말부터 국내 증시에는 시장의 관심을 받는 큰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할 예정입니다. 이른바 ‘대어 3인방’으로 불리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는 그 구체적인 일정이 이미 확정되어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현대중공업, 한화종합화학, 롯데렌탈, LG에너지솔루션 등도 대기 중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은 공모 주식의 가격보다는 얼마나 많은 공모주를 배정 받을 수 있는가에 쏠려 있습니다. 상장만 되면 ‘따상’*이나 ‘따상상’**이 안되더라도, 무조건 수익은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좋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불구하고 대어 3인방의 경우, 정도의 문제이지 공모 주식의 가격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 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30%)까지 올라 마감하는 것
** 따상 다음날 한번 더 상한가까지 올라가는

KB∙신한금융과 맞먹는 카뱅 몸값: 우선 카카오뱅크의 경우 공모가 상단에서 가격이 결정되어 상장되면, 상장 후 주가가 전혀 오르지 않아도 약 18조5000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게 되어 KB금융지주(약 21조)와 신한지주(약 20조)에 근접하게 됩니다. 사업 분야, 자산 규모, 매출, 순이익 등 모든 지표에서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임에도, 카카오뱅크가 가지는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그 정도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이유입니다.

금감원 태클 받은 크래프톤: 크래프톤의 경우, 아예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하는 요청에 따라 공모가를 하향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주가 산정을 위해 선정한 비교 대상 기업 9곳 중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들이 포함된 이유가 공모가를 높이려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산 것입니다.

8월 12일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페이도 예외는 아닙니다. 상장을 통해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받아, 핀테크 분야의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투자은행(IB) 분야로의 진출도 고려한다고 밝혀 큰 관심을 끌기는 했습니다.

지난해까지 적자였던 카카오페이: 그런데 지난 7월 2일 증권신고서가 공개되자 공모가에 ‘거품’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주당 6만3000원에서 9만6000원 사이에 공모를 할 예정입니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8조2000억원에서 12조5000억원 사이에서 시작을 하게 됩니다.

이를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2800억원 정도의 매출에 2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올해 83% 이상의 매출 성장이 예상되고 1분기에 흑자전환을 했다고는 하지만, 10조 내외의 시가총액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익 아닌 매출 성장률을 근거로 공모가 산정: 카카오페이가 공모가 산정을 위해 동원한 방법에도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다소 생소한 ‘성장률 조정(Growth-adjusted) EV/Sales 상대가치 평가’를 쓴 것인데요. 이 방법을 아주 간단하고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전 세계 핀테크 기업들 중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의 페이팔, 스퀘어와 브라질의 패그세구로 디지털 이렇게 3곳을 최종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3개 비교 기업의 2021년 예상 매출액, 매출액 성장율 그리고 현재 시가총액을 복잡하게 계산하여, 일종의 ‘매직 넘버’를 하나 도출해 냅니다.

그렇게 나온 매직 넘버는 약 45입니다.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는 그 45를 카카오페이의 올해 매출 예상액 약4300억원에 곱해서 약 16조원으로 계산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업가치에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더해 약 16조6000억원이 회사의 적정 시가총액으로 도출된 것입니다.

그 16조6000억원에 공모주에 대한 할인을 20~50% 정도 반영해 최종적으로 주당 금액을 계산한 것이 이번 공모가가 되었습니다.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면 올해 카카오페이 예상 매출액의 23배에서 36배 정도를 시가총액으로 해서 공모가가 산출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PER(순이익 대비 주가 비율) 등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법에서 사용되는 ‘이익’이 아니라 ‘매출’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 미리 원하는 공모가격을 정해두고, 역으로 이를 도출해나가기 위한 방법을 찾은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시장 전체가 뜨거워져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른 대어들인 카카오뱅크나 크래프톤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에 상장된 쿠팡, 로블록스, 에어비앤비, 우버 등 대표적인 성장기업들의 경우도 매출의 수 배 이상의 시가총액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토스나 야놀자 잘 알려진 비상장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10조 내외의 가치평가를 받으며 자금을 유치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카카오페이의 성장 잠재력이나 시장 내 위상을 고려할 때, 유사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모 과정에서 기관 투자자나 일반 투자자들이 제시된 카카오페이의 공모가를 수용하고 공모에 참여한다면, 논란이 무의미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엔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조선업계, 역대급 수주하고 못 웃는 이유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 조선 회사들이 올해 13년 만에 최고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 주문의 44%를 한국 조선사들이 받아갔습니다. LNG선은 100% 우리나라가 수주했고 초대형컨테이너선 154척 중 51%, 초대형원유운반선 31척 중 87% LNG 친환경 선박 중 70%를 한국이 수주했습니다.

문제는 수익성인데 배를 만드는 철판 재료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조선사들은 실적이 매우 나빠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배를 수주한 시점보다 철판을 사들여서 만들기 시작하는 시점은 더 나중인데 그 사이에 철판(후판)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철강사들은 30% 정도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후판은 선박 건조비용의 20%를 차지합니다. 올해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의 수주 실적은 매우 좋고 올해 전체 실적은 생각보다는 매우 나쁠 것 같습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의 국경세
오늘의 이슈

A나라는 친환경 방식으로 철강을 제조해서 제조과정의 탄소배출량이 단위 무게당 12톤입니다. 그런데 B나라는 철강 제조법이 구식이어서 탄소배출량이 15톤입니다. 그런데 B나라의 철강이 저렴하니(오래된 장비로 만드니) B나라 철강이 A로 수입됩니다. 그럴 때 A국은 B국의 철강에 대해 단위무게당 3톤어치(15톤-12톤)의 탄소세를 통관과정에서 부과합니다. 이게 탄소국경세입니다.

새로운 사실: 유럽이 유럽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이런 개념의 탄소국경세를 매기기로 하고 그 윤곽을 이번주에 발표합니다.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은 2019년 12월 논의가 시작됐고 작년 하반기에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상반기에 법안을 확정하고 내후년(2023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럽에서만 시작하지만 미국도 도입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가 관심인데, 생산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업종이 주로 영향을 받습니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업종은 전기를 만드는 발전인데 다행히 전기는 유럽으로 수출하지 않으니 영향이 없고 그 다음이 철강, 시멘트 등입니다. 기계장비류도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으로 수출할 때 관세 같은 세금을 더 내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장벽은 친환경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유럽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업은 사실상 무관세로 국경을 넘는 것이니 경쟁사들의 제품에 비해 우월한 시장 지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 따르면 2023년 첫해에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탄소국경세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은 약 4000억원, 2030년에는 1조4000억원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탄소국경세로 인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을 구입한 기업들은 탄소발생에 대한 비용을 이미 지불한 것이니 그 기업 제품은 수입할 때 탄소국경세를 면제하게 될 것입니다. 수출국 입장에서 보면 수입국인 유럽에 탄소국경세를 내느니 한국에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는 걸 선호할 것이고 결국 한국의 탄소배출권 시장이 더 활발해지고 가격도 더 오르게 될 것이라는 추론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카카오가 한진과 손을 잡고 택배 사업에 나섰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의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한진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택배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카카오는 이용자가 카카오 T 앱에서 물품 픽업·배송현황 확인, 자동결제까지 한 번에 플랫폼 하나에서 해결할 수 있게 했습니다.

⚖️ 글로벌 기업들의 시가총액 순위가 바뀌고 있습니다. ‘물류공룡’ 아마존의 주가는 코로나19 이후 탄력을 받아 계속 오르더니 최근 장치산업 대표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석유공룡’ 아람코를 밀어내고 전 세계 시총 3위로 올라섰습니다. 성장주 대표주자인 테슬라는 올해 시총이 7%가량 줄었습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 고평가 논란 등이 겹친 영향입니다. 그 결과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에 시총 8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10위권 밖에 있던 대만 반도체기업 TSMC는 알리바바를 제치고 10위로 올라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