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이제는 실명화폐?

암호화폐, 이제는 실명화폐?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200개 가량 되는 우리나라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고객들이 거래소 계좌(벌집계좌)에 돈을 넣고 코인 거래를 하는데요. 홍길동이라는 이름으로 입금한 고객이 정말 홍길동인지 아닌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물론 홍길동이라는 고객이 거래소에 계좌를 만들 때는 신분증을 확인하고 실명확인을 하지만 그 계좌에 돈을 입금한 사람이 누군지는 거래소는 모릅니다. 아버지가 몰래 아들 계좌에 돈을 넣어서 코인 거래를 하게 해줄 수 있다는 뜻이고 범죄자들의 자금이 다른 사람의 계좌로 들어왔다가 코인을 사서 다른 곳으로 보내질 수도 있습니다. 자금세탁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거래소 계좌(벌집계좌)에는 하루에도 수천건의 입금과 출금이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 어떤 게 의심할 만한 거래인지 그리고 그런 거래를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은행은 알 길이 없습니다. 하나의 거래소 벌집계좌로 돈이 모였다가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4개 거래소에서만 실명 확인 가능: 그래서 은행들은 일부(업비트 등 4개) 거래소들에 대해서는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고객들의 실명확인을 은행이 하고 은행계좌를 만들어서 그 은행계좌를 통해서만 거래소에 돈을 입금하거나 출금할 수 있게 해놨습니다. 그러면 범죄자 자금이 특정 계좌에 들어올 때 해당 은행을 거쳐서 들어오고 나갈 때도 그 은행을 거쳐서 나가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은행이 자금세탁 여부나 수상한 거래인지를 판단할 기회가 있습니다.
* 물론 그 과정에서 코인 거래소의 협조는 필요합니다.

다른 거래소는 사실상 허가 못 받는다: 다른 거래소들은 우리도 그런 실명고객 계좌를 만들어달라고 은행들에게 요청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거래소들이 제대로 협조할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주저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고객이 코인을 받았을 때 그 코인을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알아야 그 자금의 성격을 알 수 있는데 거래소에서 그 정보를 제때 정확히 보내주지 않으면 은행은 역시 자금세탁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지 못합니다.

은행들은 거래소에서 허위로 전달한 정보로 인해 은행이 자금세탁 방지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그건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왔습니다. 그렇게 해주면 거래소들의 고객 실명계좌를 은행이 터주겠다는 겁니다.

이 요청에 대해 오늘 금융위원장이 절대 그럴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자금세탁 의무와 관련한 제재는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해외 정부기관들도 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 은행들이 다른 나라 정부로부터 규제와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그걸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면제해주거나 책임을 져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은행 실명계좌를 받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희망적인 상황은 몇 걸음 더 멀어졌습니다.

탈중앙화와 현실의 충돌: 이런 논란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근본적으로 익명성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익명성이 장점으로 받아들여져서 서로 송금을 하는 수단이 된 비트코인을 놓고 송금 수단으로 사용할 경우는 은행이나 거래소가 그 익명성을 알아서 깨뜨리고 그 송금의 주체를 어떤 식으로든 파악하라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 규정은 현실에서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들의 장점으로 꼽히던 송금 수수료의 대폭 절감은 사실 이런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다하기 위해 송금자와 수금자의 실명확인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을 암호화폐는 그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입니다. 최근의 다양한 논란들은 그 익명성과 탈중앙성이 현실 세계와 계속 충돌하는 과정입니다.

카카오페이 몸값이 12조?
오늘의 이슈

카카오페이
이미지 출처: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새로운 사실: 카카오페이도 8월 초에 주식시장에 새로 상장합니다.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인데 공모가가 적절하게 정해진 것인지를 두고 역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공모가의 근거: 카카오페이는 페이팔 등 3개 유사기업이 매출의 몇 배에 시가총액이 형성되는지를 조사해서* 스스로의 기업가치를 평가했습니다.
* 정확히는 EV/sales 라는 지표를 사용했습니다. 시가총액에서 기업이 보유한 순현금을 뺀 금액이 매출의 몇 배인지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카카오페이는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작년까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올해 1분기에는 흑자전환했습니다).

유사 기업들은 매출의 평균 10배 수준에서 기업가치가 결정되고 있는데 카카오페이는 매출의 증가속도가 그들보다 빠르고 가파르다는 이유로 그 매출 증가 속도가 빠른 정도를 추가로 반영해서 매출의 약 40배를 적정주가로 정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기획재정부가 올해 재난지원금(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고액 자산가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가구 소득 기준 하위 80%에 속하더라도 자산이 많으면 1인당 25만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아직 정확한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정부가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 했을 땐 재산세 과세표준 합산액이 9억원(시가 기준 약 2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지급을 배제하는 방안이 검토됐었습니다.

🇨🇳 중국 사이버보안당국이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디디 글로벌) 앱을 제거하라고 앱스토어 업체들에 지시했습니다. 당국은 디디추싱 앱이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한 법규를 위반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어떻게 위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디디추징은 지난달에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이어서 상장 이틀만에 악재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날 디디추싱의 주가는 5% 하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