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어느 선을 넘었나?

가계부채, 어느 선을 넘었나?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의 가계 빚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나온 수치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7% 였습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가계부채와 기업의 부채를 더한 부채는 GDP의 216%였습니다.

가계부채와 관련한 통계 가운데 가계부채가 GDP의 150%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건 가계부채에 임대보증금(전세금 : 전세금도 집주인의 부채이므로)과 개인사업자대출(이건 자영업자들이 낸 사업자 대출이지만 사실상 가계부채와 유사하므로)을 더한 부채규모를 GDP와 비교한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부채가 늘어나고 있지 않나요? : 다른 나라들은 주로 정부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주로 늘어나고 있는 게 다릅니다. 캐나다와 미국 호주는 지난해에 정부부채가 각각 13% 14% 11%씩 늘어났는데 한국은 4.2% 늘었습니다. 캐나다, 미국, 호주는 가계부채가 지난해에 3.2% 1.0% 1.5% 씩 각각 늘었는데 한국의 가계부채는 6.6%가 늘었습니다.

가계부채에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는 문제는 논란이 좀 있긴 합니다. 전세보증금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부채이긴 하지만 이자가 나가지 않는 부채이기 때문입니다.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불러올 위험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으며, 세입자는 은행 대신 집주인에게 예금해놓은 돈입니다. 그러나 집을 구매하면서 조달한 부채인 것에는 이견이 없으므로 부채의 총량에 합산하는 것도 부채의 관리 차원에서는 일리가 있기도 합니다.

부채의 증가는 꼭 걱정해야 하나요? :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대부분 집을 사기 위해 투입되는 부채여서 자산매입과 동반되는 우량한 부채입니다. 집을 팔면 갚을 수 있는 부채이기 때문에 생활비 조달을 위해 빌린 돈이 많은 다른 나라의 가계부채에 비해 성격이 다릅니다. 최근 늘어나는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은 청년층이 주식투자 등을 위해 빌린 돈으로 추정됩니다. 역시 부채와 매칭되는 자산이 존재하는 대출입니다. (물론 주가나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위험한 대출이 됩니다.)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늘어나는 부채는 자산을 매입하는 이들에게는 부채이지만, 그들이 빚을 내서 자산을 샀기 때문에 오른 가격에 자산을 매도한 이들에게는 그만큼의 매각 차익입니다. 그것은 금융자산의 증가로 나타납니다. 국민들 중 일부는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데 비슷한 규모의 다른 그룹에서는 금융자산이 빠르게 늘어납니다.

집값과 부채의 상승이 국민 경제 전체로는 부채와 자산을 동시에 늘리는 중립적인 변화라는 의미입니다. (부채의 증가가 긍정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수십년째 계속 부채 걱정을 하지만 경제가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부채 증가의 반대 쪽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현상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최근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집값 상승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집값이 오르면서 집을 비싸게 팔아서 현금을 확보한 계층도 있고 전세금이 오르면서 가계부채도 늘어나지만 전세금은 세입자의 금융자산이므로 금융자산이 계속 늘어나기도 합니다. 주가가 오르면서 가계의 금융자산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44.7%로 1년 전보다 2.9%p 하락했습니다.

그럼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건가요?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은행이 걱정하는 것은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코로나 위기 이후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우리나라가 22%, 미국이 13%, 영국이 10% 등으로 최근 주택가격 상승률은 우리나라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부채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오르는 과정은 다르게 해석하면 자산과 부채가 이동하는 과정입니다. 그 이동이 노인층(부채를 줄여야 하며 현금이 필요한 계층)에서 젊은층(부채를 부담할 능력이 더 나은 계층)으로의 이동이라면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 반대라면 그 이동으로 인해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주택가격의 빠른 상승을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는 빠른 상승은 하락의 가능성도 함께 높이기 때문에 주택가격 불안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우려를 더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필수품인 주택의 구입비용과 유지비용을 높여서 다른 상품 소비 여력을 줄이는 부작용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부채, 어느 선을 넘었나? :  부채의 증가는 경제성장의 원인이자 결과물입니다 그 자체로는 매우 바람직한 것입니다. 다만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것이라고 해도 경제의 능력치 이상으로 늘어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밥을 먹는 행위가 매우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행위이지만 적당량이라는 수치가 존재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경계를 넘어선 부채 증가는 부채가 증가하지 못하는 상황(경제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행이 경계하고 우려하는 것은 그 지점이고 한국은행은 최근의 부채 증가가 그 바람직한 범위를 넘었다고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행의 메시지를 잘못 오해하면 부채는 나쁜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런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오해하면 부채와 자산가격 상승은 항상 긍정적인 것이라는 결론으로 오도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상황 판단은 그 중간지점 어딘가에 늘 있습니다.

‘조정지역 대상’ 해제의 영향은?
오늘의 이슈

새로운 소식 :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광주, 창원, 대구 등 지방도시들이 규제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 입니다. 지난해 12월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바람에 이들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되어 대출규제와 세금 중과 등 규제를 받고 있는데 가격이 요즘은 안정됐으니 이를 풀어달라는 겁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규제가 완화되는데 이건 매수세를 늘려 주택 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양도세 중과 등에서 해제되는 것은 매수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면도 있지만 주로 매도자의 부담을 줄여서 오히려 매물을 늘리는 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전망에 주식을 포함한 많은 투자 자산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원자재는 괜찮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높아지는 속도가, 금리 인상이 주는 가격 하락 압박을 이겨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