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직원을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태규의 HR 나우

생명을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 아주 어릴 적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께 “사람의 생명은 얼마예요?”라고 물은적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웃으면서 되물으셨습니다. “네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수를 말해봐” 한참 숫자 단위를 공부하던 저는 “천 억 경” 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돈으로도 살 수 없는게 사람의 생명이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란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사람의 생명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해 왔죠.

당연한 말이라고요? 이 사례를 보시죠. 2003년부터 시작한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Donald Rumsfeld)는 미군 사상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우려에 대해서 “People are fungible” 이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Fungible’은 ‘대체 가능한’이라는 의미입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라크에서 미군 사상자가 계속 발생하면 다른 곳에 주둔한 미군병력을 이동시키면 된다고 말한 겁니다. 미군 병사들, 즉 사람을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생각을 할 수 있냐’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와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의 마이크 데케이(Mike Dekay)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마다 대체 가능/불가능 하다고 보는 대상이 다릅니다.

사람마다 대체 가능성의 기준이 다르다 : 피실험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수명을 10년 늘릴 수도 있고 5년 줄일 수도 있는 약이 있습니다. 이 약을 환자에게 처방하시겠습니까?” 모든 참여자가 ‘처방하지 않겠다’라고 답했습니다. 특정인의 목숨을 담보할 순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약을 100명에게 투여한다고 했을 때는 ‘처방하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 약이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의미였죠. 럼즈펠드 장관처럼 약이 잘 들은 사람이 번 10년의 수명이 5년 줄어든 다른 사람의 수명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대상만 달리해 여러번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상품권, 시간, 마일리지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자원에 대해 사람은 각기 다른 수준의 대체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 인지에 따라서 의사결정이 달라진다는 것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내 여가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반면 B라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내 여가 시간 쯤이야 뭐…’라고 여긴다는 거죠.

당신의 조직은 직원을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 Fungibility, 대체 가능성은 기업 조직에도 대입해볼 수 있습니다. 어떤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을 대체 가능한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견고한 시스템을 구축해 그 안에서 직원들이 부품처럼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어떤 리더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역할이나 성향을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견고한 시스템이 아니라 개개인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죠. 조직이 인재를 대체 가능하다고 보느냐 안보느냐에 따라 문화는 크게 달라집니다.

강력한 시스템보다 유연함이 경쟁력이 된 시대 : 갈수록 직원 한 명 한 명의 사고방식, 가치관, 의사결정의 철학, 행동의 기준을 존중하는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시장의 복잡도와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다양성을 무시해도 강력한 체계만 있다면 비즈니스에도 성공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잘 대처하는가’가 경쟁력으로 직결됩니다. 유연해지기 위해서는 한 명 한 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을 대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사고가 필요합니다.

언젠가 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FGI(Focus Group Interview : 표적 집단 면접)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회사를 그만 두면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나요”라고 물었을 때 강한 체계 안에서 정해진대로 움직였던 대기업의 직원들은 “내가 회사를 그만 두더라도 회사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의 직원들은 “내가 회사를 그만 두면 회사에 의미있는 변화가 생길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스스로의 가치와 영향력을 높게 생각하는 직원은 실제로도 더 높은 퍼포먼스를 보였고, 이는 회사의 실적으로도 직결되었습니다. 개개인의 만족도도 높았고 리더와의 상호작용도 원활했죠.

하루가 멀다하고 스타트업의 급성장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 기저에는 ‘구성원을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었을 것입니다.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리더십, 조직변화 등을 주로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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