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 중 왜 인텔 주식만 안 오를까

빅테크 기업 중 왜 인텔 주식만 안 오를까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분명 외계인을 잡아다 고문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이른바 ‘윈텔(윈도+인텔) 진영’을 구축하여, 전세계 IT산업을 이끌어가던 인텔에 대해 우스개 소리로 하던 말입니다. 그렇게 인텔은 반도체칩에 실리는 트렌지스터의 밀도가 2년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만들고 직접 실현해 보이던 이른바 ‘넘사벽’ 회사였습니다.

새로운 사실: 그러던 인텔이 최근에는 사면초가에 빠져 있습니다. 그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인텔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과 주가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8억달러(21조원)으로 큰 차이는 없었으나, 영업이익은 37억달러(4조2000억원)으로 48%나 감소했습니다. 약 2조5000억원의 소송비용 충당금을 감안해도 지난해 대비 16%나 감소한 것입니다.

주가 역시 1년전과 유사한 수준인 60달러(시가총액 270조원) 아래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이른바 빅테크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물론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엔비디아, AMD 등의 주가가 같은 기간 1.5~2배 정도 상승한 것과 크게 비교됩니다.

1️⃣  턱 끝까지 쫓아온 AMD : 그 첫 번째 원인은 PC와 노트북용 CPU 제품 경쟁에서 AMD에 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주력 제품인 10세대는 물론 지난달 말 공식 출시된 최신 11세대 제품까지, AMD의 4세대 제품과의 성능 테스트 결과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일각에서 ‘Waste of Sand'(반도체를 만드는 원재료인 실리콘을 낭비한다는 의미)라는 비아냥까지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 결과 지난해 1분기에 비교해 PC와 노트북용 CPU 매출은 8%나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오히려 2% 줄었습니다. 수익성이 낮은 저가 제품만 판매가 늘고, 고가 제품들은 AMD와의 경쟁을 위해 할인 판매를 한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AMD의 영업이익은 3.7배나 증가했습니다.

2️⃣ 서버 CPU 분야에서의 추락 : 두 번째 원인은 서버용 CPU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나 감소한 것입니다.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검증된 인텔의 CPU가 그간 시장을 사실상 독식해왔지만, 팬데믹이 진정되면서 서버 CPU의 수요가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진짜 문제는 이익률이 높은 서버 CPU 분야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GPU 분야에서 발군의 실적을 보이며 최근 모바일 반도체 설계 업체 ARM까지 인수한 엔비디아가 서버용 CPU를 출시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3️⃣ 한참 늦은 모바일 전환 : 세 번째는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및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가 전무하다는 사실입니다. 모바일에서는 ARM과 퀄컴 대비 기술적 기반이 없어 진출이 불가능하고, 차량용 반도체는 저가에 저성능이라는 이유로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에 더해 근본적으로는, 설계는 물론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인텔의 사업모델이 원인으로 지목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TSMC가 이미 7나노미터 공정을 안정화한 반면, 현재 14나노미터 공정에서 양산 중인 인텔은 10나노미터 공정도 아직 안정화 시키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인텔의 희망은 바이든 : 이런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패권 되찾기’에 호응해 파운드리 (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 분야에 직접 진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자사 제품만 생산하는 인텔이 경쟁사들의 ‘을’이 되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죠.

그래도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래도 아직까지는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약 20조원의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미국에 건설할 계획과 60조원 이상을 투자해 차량용 반도체 선도기업인 NXP의 인수할 계획을 내비친 것도 그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더욱 사면초가에 빠질 수도 있는 인텔을, 지난 1월 구원투수로 나선 펫 갤싱어가 과연 살려낼 수 있을지 매우 의문입니다. ‘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는 속담처럼 그냥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분명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한국경제 1분기 “괜찮은 성적”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의 1분기 경제성적표가 나왔습니다. 1분기 GDP는 전분기대비 1.6% 전년동기 대비 1.8%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코로나 19로 인해 많이 낮아진 상황이어서 기저효과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모호한 시점이긴 하지만 실질GDP를 금액으로 환산하더라도 2019년 4분기의 실질GDP 금액을 넘어섰습니다. 약 1년 만에 코로나19 이전의 경제상황으로까지는 복귀했다는 의미입니다.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생각보다 꽤 괜찮은 성적입니다. 경제성장을 이끄는 요인들은 설비투자, 민간소비, 건설투자, 수출, 정부소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는데 지난 1분기에는 반도체 장비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좋았습니다.

3%대 성장도 노려볼 만: 올해 전체로 보면 우리나라는 2020년 대비 3%대 중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1분기에 보여준 성적표를 감안하면 3%대 후반이나 4%대 성장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물론 작년의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탓이긴 합니다)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것은 지나간 과거인 1분기 대한 확인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만한 데이터가 추가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을 보면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빨리 탈출한 국가들부터 통화정책의 되감기(유동성 축소)가 시작 또는 검토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넥슨의 비트코인 ‘패시브 투자’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넥슨 일본법인이 1억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개당 단가는 6580만원입니다.

비트코인을 매수한 이유에 대해 넥슨은 현금성 자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넥슨이 사들인 비트코인은 넥슨이 보유한 전체 현금성 자산의 2% 정도입니다.

기회비용 손실도 손실이다: 넥슨의 비트코인 투자는 비트코인이 가치가 있는 자산이냐 아니냐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비트코인이든 다른 자산이든 투자자산으로 분류되는 자산은 일정 비율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게 필요하다는 이른바 패시브 투자 젼략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주식 가격의 하락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지만 반대로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주식 가격의 상승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가격이 내리면 손실을 입으니 위험한 투자이지만 투자하지 않았다가 부동산 자산의 가격들이 올라가면 역시 손실을 입습니다. 투자를 하지 않았으니 보유자산의 크기는 일정하지만 상대적인 자산규모 순위가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투자의 목적이 행복도를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자산의 절대규모보다 상대적인 자산규모 순위에 초점을 맞춰 유지해야 합니다.

40년쯤 전에는 집에 쌀이 떨어지지 않고 가끔 과일을 먹을 수 있으며 집에 자전거가 있으면 중산층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소득수준은 중산층이 아닙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투자하고 있는 자산에 함께 투자하는 게 필요합니다.

넥슨이 비트코인을 매수한 것은 비트코인이 앞으로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적어도 비트코인이 사람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일부로 편입된 것은 분명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수와 매도도 유사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면 테슬라는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을 전체 자산의 일정 비율로 유지하면서 보유한다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갖고 있을 것이고 비트코인의 가격이 올랐을 때 일부 차익실현을 한 것은 그런 컨셉에 충실한 거래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치솟는 원자재 물가: 산업계 핵심 원자재인 철광석과 구리 가격이 사상최고치로 치솟아 인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 운임지수(BDI)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어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와닿진 않는 원자재들이지만, 결국 기업이 써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중국도 골머리 앓는 저출생 문제: 중국 수도 베이징의 신생아 수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베이징 신생아 수는 10만368명이었는데요. 이는 2019년보다 3만2000명이나 감소한 숫자입니다. 인구 대국 중국에서도 인구 절벽 문제가 다가오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중국은 가정당 출생아 수를 2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출생아가 계속 줄어든다면, 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배터리 자체생산 나서는 완성차업계: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가 약 2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자체개발에 나섭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행보로 보입니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가 시장에서 부족해지면 전기차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폭스바겐도 배터리 셀을 자체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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