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 시장은 연준을 못 믿나

왜 이제 시장은 연준을 못 믿나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과거의 금융시장은 미국 연준과 ‘파트너’였습니다. 연준은 돈을 풀어서 주식 가격을 올려주고 올라간 주식 가격은 경기회복의 연료로 쓰이면서 연준의 계획을 뒷받침하는 좋은 관계였습니다.

새로운 사실: 그러나 요즘은 연준과 시장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연준은 괜찮다고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시장의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시장 안심시킬 조치 없는 연준: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가 좋아져서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금리 인상 말고는 답이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에 대해 연준은 <물가가 오르기 시작해도 그걸 안정시킬, 금리 인상 말고 다른 수단이 있으며 물가도 오르다 말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런 연준의 말을 의심하기도 하고 때론 인정하기도 하면서 금리가 올랐다 내렸다 하는 중입니다.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어떤 코멘트를 시장에 던질 것인지를 궁금해하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벤트였습니다. 하원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종전의 설명을 반복했습니다. 앞으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답변했습니다.

앞으로도 수차례 연준 의장이 여러 장소에서 이와 관련한 코멘트를 할 예정이지만 마찬가지 설명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이런 ‘예상’이 아니라 올라가는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수단을 꺼내드는 것이지만 올라가는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려고 돈을 더 풀면 그것은 <이런 상황이라면 물가가 빠르게 오를지도 모른다>는 시장의 걱정을 오히려 더 증폭시킬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진 재무부의 폭탄: 참고로 하원에 출석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발언은 좀 더 생각할 거리를 던졌습니다. 1️⃣ 내년쯤 미국이 완전 고용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2️⃣ 세제 정책에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1번은 금리 인상이 연준의 발표보다 조금 이른 내년쯤 시작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비친 것이고 2번은 증세 가능성을 더 높여놓은 언급이었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시장은 왜 연준의 말을 믿지 않을까. 연준은 왜 시장의 의구심을 풀어주지 못할까. 왜 좋은 파트너였던 둘의 관계가 갑자기 삐걱거릴까.

그 이유는 둘의 파트너쉽이 거쳐온 경험이 경기 침체기 뿐이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의 나스닥 지수를 보면 거의 흔들림없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거의 흔들림없는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온 것과 정확히 대칭을 이룹니다. 마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것에는 이력이 난 두 동업자가 돈을 벌기 시작하자 이 돈을 어떻게 나누느냐를 두고서는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시장과 연준 모두 앞으로 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멈출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약간 오르긴 했지만 1.6% 안팎에 머무르는 게 그걸 의미합니다.*
* 10년 후에도 금리는 그정도일 것이라는 전망이 담긴 수치입니다.

물가 상승을 둘러싼 둘의 관점 차이: 다만 물가 상승이 어떻게 안정화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연준은 ‘내버려두면 저절로’ 라고 생각하고 있고 시장은 ‘내버려둔다고 나아질 것은 아니며 저렇게 내버려두다가는 더 급하게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겨우 잡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1.9조 달러의 현금살포는 전례없는 일입니다) 미래 시나리오의 귀결점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생긴 의견 차이여서 토론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닙니다.

파월 연준 의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논리적 설득보다는 강한 의지 표명을 앞세우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로는 시장이 조금씩 연준의 뜻을 받아들이는 듯한 흐름이긴 합니다.

시장의 진짜 걸림돌은 증세: 오히려 신경쓰이는 부분은 옐런 재무장관이 언급하는 증세론입니다. 법인세율을 올려서 그것을 인프라 투자에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은 기업의 여유자금을 정부가 가져다 효과적인 지출을 하는 정책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여러 부작용을 동반합니다.

기업들은 세금으로 내는 돈만큼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인력과 장비, 자금 등 시중의 리소스를 흡수하다보니 그 리소스의 가격이 올라가고 기업들은 투자를 더 머뭇거리게 됩니다.

이 모든 걱정은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매우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그것이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을 일으킬 때 사라지는데 정부가 단기간에 경기부양용으로 쏟아붓는 인프라투자가 비용 효율적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본이 오랜 기간 동안 정부 예산을 쏟아붓고도 경기를 살리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오르는데, 금값은 왜 내릴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국제 금값은 요즘 최근 9개월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온스당 1700달러 초반).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내리막입니다.

금값이 내리는 이유로 추정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금은 안전자산으로 경기가 나쁘고 금리가 낮을 때 빛을 발하지만 경기가 회복되고 금리가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가치가 줄어듭니다. 작년 하반기 이후에 경기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금값의 하락 요인으로 꼽힙니다. 미국의 실질금리 흐름은 이 그래프에 나와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중에 돈을 대량으로 푸는 정책이 이어지면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나고 현금의 가치가 하락해서 금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현금의 가치 하락에 대한 반발은 주식이나 비트코인으로 이동하면서 금은 소외되고 있습니다.*
* 이것은 시장의 선택이 그렇게 된 우연의 결과이지 필연으로 설명할 논리는 없습니다.

다시 시작된 서울의 재건축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일단 올스톱’으로 묶어뒀던 서울 주요지역 재건축 일정이 다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재건축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지자체가 진행해야 하는 교통영향평가를 시작했습니다.

재건축 억제로 요약되던 서울시의 정책이 다소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재건축이 활발해질지는 의문입니다. 재건축의 진행과 추진은 해당 아파트의 재건축 조합의 의지가 중요한데 지금은 재건축과 관련한 초과이익환수금이나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 때문에 이런 규제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자는 판단을 하는 조합들이 대부분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달성 힘든 친환경차 판매 목표?: 정부의 친환경차 판매 목표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수백억~수천억원의 기여금을 내야 하는데요. 문제는 이 판매 목표가 정부에서 보조금을 제공하는 차량 대수보다 더 높다는 점입니다. 올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11만6000대에 국고보조금을 지급될 계획인데, 자동차업체들은 환경부 기준에 맞추려면 약 16만대의 전기차∙수소전기차를 팔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미국과 유럽의 중국 제재: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을 동시다발적으로 제재했습니다. 중국은 즉각 EU에 대한 맞제재에 나섰습니다. 서방 측의 공조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동맹 활용 중국 견제’ 전략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중국은 북한·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로 맞불을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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