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주 급락의 원인, SLR 규제

최근 기술주 급락의 원인, SLR 규제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지난주 미국에서는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중요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완화했던 은행들의 자기자본 관련 규제를 다시 강화하기로 한 것인데요. 그로 인해 채권금리가 또 올랐습니다. (규제 완화와 채권 금리의 관계는 뒤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채권금리가 오른 게 왜 중요한지를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요즘 주식시장을 올리고 내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입니다. 10년물 국채금리와 주가의 관계는 이 뉴스를 참고하시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결론은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르면 주가(특히 이익을 별로 내지 못하던 나스닥 기술주들의 주가)는 내린다는 겁니다.

그동안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은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강하게 보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의 상승은 그에 더해서 은행의 규제와 관련된 결정이 원인이 됐습니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은행을 규제하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을 규제하는 방법: 금융위기는 거품이 터질 때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거품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릴 때 생기는데 시중에 돈을 많이 푸는 범인은 은행들입니다. 은행들이 대출을 많이 해주면 그런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은행들에게 <대출을 많이 하지 말라>는 게 은행 규제의 핵심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출을 하지 말라고 하거나 알아서 좀 자제하라는 주문은 매우 모호합니다. 아예 선을 그어줘야 하는데 그게 자기자본비율규제입니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과 자기자본(은행 주주들의 돈)을 갖고 여기저기 대출(A)을 해주거나 채권(B)에 투자하거나 남는 돈은 지급준비금(C)이라는 형태로 보유합니다. 이런 구조의 은행에 대해 대출을 줄이라고 하는 방법은 <A+B+C>전체 금액의 일정비율(3%)을 자기자본으로 보유하라는 규제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이 3억달러가 있는 은행은 <A+B+C>를 합해서 100억 달러를 넘지 못합니다.

예금주 피해 막기 위한 규제: 이렇게 하는 이유는 대출을 해주거나 채권에 투자하다가 손해를 보면 그 손해는 은행이 자기들 돈으로 메워야지 은행에 예금한 고객들의 예금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논리 때문입니다. 물론 경제위기같은 큰 사건이 벌어지면 대출도 회수하지 못하고 채권도 손실이 커지므로 3% 이상의 손실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적어도 3%까지는 은행이 자신들의 돈(주주들의 돈)으로 손실을 메우라는 강제 규정입니다.

왜 은행규제 변화가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나: 그러다가 작년 3월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렸습니다. 미국 국채처럼 안전한 자산도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국채가 폭락하면 회사채는 말할 것도 없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2021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은행들에게 자기자본 비율을 계산할 때 <A+B+C> 가 아니라 <A(대출)>로만 계산한다는 새로운 방식의 규제안을 내놨습니다. 그게 보완적레버리지비율(SLR)입니다. 그렇게 되면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생각하지 않고 B(국채)를 마음껏 사들일 수 있게 됩니다. 국채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미국 정부의 고육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한인 3월 말이 다가왔고 미국 정부는 그 SLR 규제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했습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마음껏 사들였던 국채를 다시 되팔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국채가 시중에 매물로 나오면 국채금리는 올라갑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1.7% 위로 올라가게 된 이유입니다.

비트코인에 굳이 간접 투자하는 이유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펀드를 자사 고객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비트코인을 투기용 자산으로 보고 고객의 비트코인 투자를 중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전체 비트코인의 95%를 2.4%의 소수 계좌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용 자산 리스트에 올리지 않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자사의 고객들이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할 때의 위험(예를 들면 접속암호분실이나 계정 해킹 또는 거래소의 먹튀 사고 등)을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에 간접 투자하는 상품을 원할 경우 고객에게 이런 펀드들을 소개하는 일을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거래소에 직접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를 하면 되지만 많은 경우에 거래소들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사고의 위험이 늘 있습니다.

법인세 올리려는 미국의 고민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앞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이슈 가운데 하나는 법인세율입니다. 미국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율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최근 개략적인 증세 계획을 담은 문서를 민주당 의원들이 회람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미국의 법인세는 트럼프 정부 이전까지 35%였고 트럼프 집권 이후 법인세율을 25%로 낮추기를 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1%로 더 크게 낮춘 바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은 28%이며 일단 25%로 올리는 것을 구체적으로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미 글로벌화된 경제구조에서 미국이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들은 이익을 다른 나라에 떨구는 방법으로 법인세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A국에서 제품을 만들어서 B국으로 판매하는 기업의 경우 A국의 법인세율이 높아지면 A국에서 B국으로 보내는 가격을 매우 낮게 해서 A국에서의 이익은 줄이고 B국에서 이익을 높일 수 있습니다. B국은 A국에서 낼 세금을 B국에 내게 되니 좋습니다.

미국의 재닛옐런 재무장관은 그래서 전 세계 주요국 정부가 법인세율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재평가 받는 완성차 업계: 올 들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 폭스바겐, 한국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GM과 포드, 폭스바겐의 주가는 올해 들어 40% 이상 올랐고, 현대차와 미쓰비시의 주가도 각각 11%, 50%가량 뛰었습니다. 2025년까지 매년 전기자동차 판매량을 50%씩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BMW의 주가도 15%가량 올랐습니다.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전통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사업 성장성을 재평가하기 시작한 겁니다.

📈 제조업 현장 강타한 원자재 가격 상승: 원유를 비롯해 구리 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치솟으면서 제조업계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전선의 핵심 소재인 구리 가격은 3월 기준 t당 9000달러대로 작년 동월(5000달러대) 대비 80%가량 올랐습니다. 때문에 전선 제조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80%에서 올 들어 50%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고철 가격도 1년새 48%가 올랐으며, 원유에서 뽑아내는 폴리에틸렌 가격은 1년 만에 60~80% 뛰었습니다.

🛒 주식 쇼핑 나선 기업들: 우리 기업들이 올해 들어 월 평균 1조원씩 주식 쇼핑에 나서고 있습니다. 투자금의 80%는 삼성전자, LG화학 등 국내 주식에 쏟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영업외수익을 노리는 기업들이 늘어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