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배터리 공급망 전쟁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급망 전쟁
이주완의 IT산업 나우

에너지의 중심 축이 화석연료에서 친환경에너지로 이동됨에 따라 전력의 저장과 재분배를 담당하는 배터리는 21세기 안보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 미국, EU 등 세계 각 국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ESG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지요. 과연 배터리 공급망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전기차 배터리와 소재 모두 차지하려는 중국: 먼저 중국 얘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신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 자동차 등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배터리 산업을 이끌고 있는 CATL은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24%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고 올해 1월에는 점유율이 31.2%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CATL 은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난해 총 1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20억 달러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독일에 투자했고 이미 BMW의 수주를 받은 상황입니다.

또한, 중국은 리튬 등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칭하이성(Qinghai)에 위치한 차얼한(Qarhan) 염호(salt lake)는 지난해 전 세계 배터리용 리튬의 10%를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2020)

국가 기업명 출하량(GWh) 점유율
중국 CATL 34.3 24.0%
한국 LG에너지솔루션 33.5 23.5%
일본 파나소닉 26.5 18.6%
중국 BYD 9.6 6.7%
한국 삼성SDI 8.2 5.7%
한국 SK이노베이션 7.7 5.4%

출처: SNE 리서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 유럽:  최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해 전기차용 배터리, 반도체 등 4개의 핵심 제품에 대해 공급망 리스크를 조사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해당 제품들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지요.

유럽 역시 전기차용 배터리의 5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현재의 공급망 구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 지난해 코로나 영향으로 배터리 공급망이 와해되었던 경험이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EU는 지난 1월 12개 회원국에 대해 배터리 보조금 지급을 승인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독일 완성차 업체인 BMW와 베를린에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인 테슬라의 수혜가 예상됩니다. EU는 또한 중국 제품을 배제하고 역 내 지속가능 제조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2030년부터 배터리 제조 시 일정 비율 이상의 재활용(recycle)을 의무화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변수 ESG:  최근 LCA(life cycle assessment: 전 생애 환경 평가) 개념이 도입되고 ESG 책임이 강화됨에 따라 배터리 소재와 원료 단계부터 환경과 인권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호주의 불칸(Vulcan) 에너지는 지하 깊은 곳에서 고온의 염수(brine)를 펌핑할 때 발생하는 지열에너지를 활용해 리튬을 추출하는 zero-carbon 공정을 개발 중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리튬을 광석이나 염수에서 추출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전력을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간접 배출하기 때문이죠.

또한, 일본 파나소닉은 채굴 과정에서 끊임없이 인권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코발트(Co)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상업용 Co-free 배터리를 개발 중입니다. 전 세계 코발트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콩고에서 아동 노동 착취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많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표] 국가별 코발트 생산량 (2019)

국가 코발트 생산량(천톤) 점유율
민주콩고 100 69.9%
러시아 6.1 4.3%
호주 5.1 3.6%
필리핀 4.6 3.2%
쿠바 3.5 2.4%

출처: USGS(2020), SNE 리서치

한국, 친환경 수직계열화 이뤄내야: 전기자동차 밸류체인은 과거의 섹터 별 전문화 모델에서 수직계열화 모델로 변화 중이며 LG, 테슬라, 폭스바겐, BMW, 포스코 등 다수의 기업이 이러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배터리 공급망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면 셀만 잘 만들어서는 안되고 소재와 원료 분야까지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또한, 향후 이산화탄소 LCA 평가가 엄격해 질 것을 염두에 두고 광산에서 소재,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림] 전기자동차 V/C 변화 양상 (과거 현재/미래)

포스코에서 경영컨설팅을 합니다. 복잡한 IT 이슈를 쉽게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