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심해지는 반도체 부족 현상

점점 심해지는 반도체 부족 현상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요즘 자동차 회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차량용 반도체를 구할 수 없어서 공장 가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는 점입니다. 이런 현상은 지난 연말부터 일부 자동차 회사들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연간 6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폭스바겐은 반도체 부족으로 1분기에 계획보다 10만대 정도 차를 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고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과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왜 차량에 반도체가 필요한가요: 과거에는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이 주로 기계를 이용한 방식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가 걸리게 하거나 핸들을 돌리면 바퀴가 움직이거나 창문을 열면 창문이 내려가는 등의 모든 동작을 기계로만 해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즉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 힘이 브레이크로 그대로 전달되어 그 힘과 유압이 합쳐져서 브레이크가 작동되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의 시트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도 팔의 힘으로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자동차는 모든 방식이 터치식 스위치를 통해 이뤄집니다. 파워윈도나 파워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동작이 가능하려면 내가 스위치를 누른 것을 전기신호로 바꿔서 전달해주는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소리가 계속 울리는 것도 반도체가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의 제조 원가 가운데 약 50만원어치 정도가 반도체 가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100만원어치, 자율주행차는 300만원어치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합니다.

왜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가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부품들의 주문을 중단하거나 줄였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예상외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면서(특히 반도체가 많이 들어가는 고급형 자동차들의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주문을 늘렸는데,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던 반도체 생산 전문업체들은 자동차 회사들이 반도체 주문을 줄인 사이에 휴대폰용 반도체나 IT제품용 반도체 주문을 받아서* 그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상황이었습니다.
* IT제품들은 코로나19로 오히려 수요가 늘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뒤늦게 주문을 해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자동차 회사들은 부품 재고를 길게 가져가지 않는 JIT(just in time)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서 부품이 부족해지면 그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약 6개월 정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얼른 더 만들면 안 되나요: 반도체 생산공장들이 요즘 IT제품용 반도체 생산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과거의 구형 생산라인에서 주로 만들었는데 구형 생산라인을 새로 만들 때 필요한 구형 장비들이 이제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습니다. 일부 중고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의외의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다행히(?) 현대차와 기아차는 차량용 반도체를 상대적으로 넉넉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때문인데요. 과거에 일본이 차량용 반도체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압박을 한 이후 현대차 그룹은 일본과의 갈등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수개월치 이상의 차량용 반도체를 늘 재고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일본과의 갈등이 아닌 자동차 반도체 생산업계의 문제로 인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확보가 더 쉬워졌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8인치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라인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인 것도 행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설상가상으로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의 공장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일단 자동차 회사들의 생산 감소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반도체 제조회사들도 자동차 반도체 생산을 다시 늘릴 것입니다. 실제로 TSMC는 최근 12인치 생산라인에서 일부 IT제품용 반도체 라인을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용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IT산업도 반도체 공급 부족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다음달부터는 노트북이나 저가 스마트폰에 필요한 반도체가 부족해지고 생산차질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가는 언제까지 경기와 따로 놀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일본이 지난해에 -4.8%라는 충격적인 경제성장률을 발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일본 증시는 30년만에 3만선을 상향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실물경기는 매우 안좋은데 주식시장은 매우 뜨거운 상황입니다. 물론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경기가 좋지 않지만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며 그것을 주가가 미리 반영했다고 설명하기에는 주가 상승 폭이 그렇게 해석하기 어려울 만큼 과도합니다. 꽤 많은 부분을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한 주식투자 의지 때문에 생긴 주식 가격의 프리미엄(다른 말로는 거품)현상>으로 설명합니다.

2년 전만 해도 약 30조원 정도 되던 사모펀드 가입잔액이 최근 20조원까지 줄었습니다. 10조원 정도의 자금이 사모펀드에서 빠져나가서 다른 곳으로 흘러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 때문인데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증시로 흘러들어 최근 주가 상승의 원인이 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석유회사가 석유 포기하는 시대: 대체에너지 산업이 성장하고, 석유 산업이 쇠퇴하자 석유회사들이 석유사업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올해 대규모 화학공장을 가동할 예정이고,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정유사업 비중을 줄이고 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등의 사업에 중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프랑스 토탈, 네덜란드 쉘 해외 석유 메이저는 한발 더 나아가 ‘탄소 중립’ 선언까지 했습니다.  이들은 석유사업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 골판지 기업 주가는 왜 올랐나: 설 연휴 직후 골판지 제조업체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명절 특수 등 ‘박스 대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쿠팡 상장 소식까지 전해지면서입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골판지 원지 부족분은 월 10만톤에 달합니다. 쿠팡의 미국 상장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미국 상장을 계기로 쿠팡의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택배용 박스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 화물로 흑자 낸 아시아나: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화물로 버틴 아시아나항공이 3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영업적자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매출액은 3조5599억원, 영업손실은 703억원, 당기순손실은 2648억원이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39.9% 줄었으나, 비용을 절감하고 화물 운송사업을 적극 운영해 적자 폭을 전년 대비 줄였습니다.

🚗 승용차 탄소배출, 하이브리드 수준으로 낮춰야: 정부가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허용 기준을 2030년까지 소형 하이브리드카 수준으로 낮춥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여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해당 기준을 맞추지 못할 거란 비관적 전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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