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이 공매도 세력을 이겼다고?

개미들이 공매도 세력을 이겼다고?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WallStreetBets

새로운 사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주식은 미국의 오프라인 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입니다. 벌써 올해만 1900%나 상승했는데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 투자자들도 결국 항복했습니다. 사실 이 기사는 게임스톱이라는 개별 기업의 이슈가 아니라, 여러 가지 시사점들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게임스톱 이야기: 올해 초 게임스탑의 주가는 18.8달러였습니다. 오프라인 게임 유통업체이다 보니, 코로나19 피해로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다시 매출이 회복될 거란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는 단기간에 2배나 상승하게 됩니다. 시트론이라는 기관이 “지금 주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다시 20달러로 하락해야 된다”면서 공매도를 시작하자 흥미로운 현상이 시작됩니다.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 투자 게시판(월스트리트베츠)에서 게임스톱의 주가를 올려서 시트론을 골려 주자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 개인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대동단결하였고, 주가는 350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끝까지 가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공매도 세력의 완패인 것으로 보입니다.

공매도가 무엇인가?: 공매도는 남의 주식을 빌려 미리 판 다음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사서 주식을 돌려주고 그 차익을 챙기는 방법인데요. 예상과는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본인이 판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주식을 다시 사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손실은 커지고요.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하는 주식 투자와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오르길 기다리는 투자는 손실 폭이 제한돼있습니다. 100만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100만원보다 더 많이 잃을 순 없습니다. 반면 삼성전자 주식이 오를 수 있는 정도엔 제한이 없습니다. 100만원어치를 사서 1억원을 벌 수도 있습니다.

공매도로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 공매도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주가가 하락하는 만큼 이익을 보는 것이기에 이익 폭은 제한돼있습니다. 반면 손실 폭엔 제한이 없습니다. 주가는 이론적으로 무한대로 상승할 수 있고, 공매도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는 만큼 손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로 돈을 벌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한대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엄청난 공포심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다시 게임스톱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실제로 여러분이 게임스톱을 공매도 했다고 생각해볼까요? 우선 주가가 40달러일 때 다른 사람에게 주식을 빌려 팔았습니다. 시트론이 예상한 대로 20달러까지 떨어지면, 기분 좋게 그때 다시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으면 됩니다. 이 경우 20달러 이익을 보죠. 그럼 지금처럼 350달러까지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요? 빌린 주식을 갚으려면 350달러에라도 주식을 다시 사야 합니다. 손실은 310달러가 됩니다. 투자금 40달러의 8배나 되는 돈을 잃게 되는 거죠.

문제는 여기서 멈추면 다행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더 대동단결해서 주가가 더 오르면 손실은 추가로 발생하게 됩니다. 큰 규모로 공매도 투자를 한 멜빈캐피털은 총 자산(125억달러)의 30%가량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 분석업체 S3 파트너스의 자료에 따르면 공매도 세력은 올해에만 약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합니다. 이렇게 큰 손실을 보기 시작하면 기관 투자자들도 공매도를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매도의 순기능도 있다: 국내에선 현재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돼 있는데요. 3월 16일부터는 공매도가 다시 재개됩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주가가 빠질 거란 전망이 많은데요. 개인 투자자들에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다만 공매도가 꼭 주가를 떨어트리기만 하진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스톱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해서 주식을 다시 사야 하고, 그러다 보면 주가는 더 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쇼트 스퀴즈라고 부릅니다.

또 공매도엔 순기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사기꾼이어서 거짓 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올렸다고 해볼까요? 이런 일이 일어나자마자 금융당국이 즉시 적발할 순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에 외부감사대상 기업은 3만2000여개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금융당국은 공매도 세력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겁니다. “너희들이 잘 찾아보고 주가가 그런 회사들을 공매도해보렴. 그리고 주가가 정상상태로 하락하면, 너희도 이익을 볼 수 있으니, 해볼 만하지 않니?”라고 말이죠.

주가가 오르면 모두 기분은 좋지만, 적정 수준 이상으로 과도하게 많이 오른 주식은 나중에 큰 혼란과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어쨌든 앞으로도 공매도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질 것 같습니다.

전 헤지펀드 매니저이며, 지금은 SK증권에서 주식전략을 담당합니다.

재개발이 계획대로 안 되는 이유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서울 동작구의 어떤 동네를 재개발해서 아파트를 지으려고 견적을 뽑아봤다가 포기했다는 소식입니다. 원래 재개발은 하다가 중단되기도 하고 시작도 못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재개발 진행이 잘 안 된다는 게 새롭거나 충격적인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은 주택이 공급되고 새로 지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동네의 재개발 합의가 잘 안 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참고로 정부는 요즘 서울의 8개구역을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정해놓고 이 지역에서 몇군데를 뽑아 공공재개발을 해서 아파트를 지어 공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공공재개발은 낡은 동네를 밀고 아파트를 짓되 종전보다 용적률을 올려주고 (더 빽빽하거나 더 높게 지어서 세대 수를 늘리고) 그렇게 해서 예상보다 더 늘어난 아파트를 정부가 싸게 사들여서 싸게 분양하겠다는 겁니다.

재개발 합의가 어려운 이유: 그러나 몇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1️⃣ 빽빽하게 지어지면 동네 환경이 나빠집니다. 그러면 집값이 잘 오르지 못하거나 떨어집니다. 재개발을 하는 주민들은 아파트가 지어진 후에 들어가서 살고 그 이후에 오르는 집값도 누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파트를 좀 더 짓고 그걸 팔아서 마련할 수 있는 돈과 빽빽하게 지어지는 바람에 아파트 값 상승분을 모두 누리지 못하는 데서 오는 손해를 치밀하게 저울질합니다. 2️⃣ 자칫하면 분양가 상한제가 무너집니다. 이 뉴스에 따르면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계속 유지하면 아파트를 빽빽하게 지어 올려 팔아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주장을 주민들은 하고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무시하고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도록 해주면 아파트는 지어지겠지만 그럴 거면 왜 분양가 상한제를 하느냐는 반발과 접하게 됩니다.

시간은 주민들 편: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식으로 사업이 잘 진척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토지주(재개발 조합 주민들)들은 버티고 기다리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생각하는 대로 공급이 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더 큰 인센티브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과 내년 대선으로 정부가 교체된다는 변수까지 겹쳐지면 일단 기다려보자는 여론이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런 인센티브를 줄 때는 <세상에 이런 파격적인 인센티브는 다시는 없을 것 같으니 얼른 결정하자. 우리가 안 하면 옆동네가 해버릴 것이고 그런 식으로 공급이 해결되면 이 인센티브는 사라질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파격적이어야 그게 작동합니다.

지금처럼 고민을 해보고 받아들이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나뉘는 수준의 인센티브로는 좀 더 기다리면 더 나은 인센티브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를 불러오게 됩니다. 그런데 재개발 조합이 서둘러 움직일 수 있게 할 정도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는 집주인들의 이익이 꽤 커지는 방안이어서 여론의 반발을 가져올 것입니다. 집주인들에 대한 규제와 원활한 주택 공급은 병행되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공채 시대의 종말

새로운 사실: SK그룹이 내년부터 대졸 신입사원 정기채용을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정기채용은 이력서에 적힌 이른바 스펙을 중심으로 뽑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좀 더 세심하게 뽑기 위해 수시채용으로 바꾼다는 게 SK그룹의 설명입니다. 이미 현대차그룹, LG그룹, CJ그룹, KT그룹 등도 공채를 폐지했습니다.

공채가 여러 가지 단점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유지되어온 이유는 있습니다. 공채를 하지 않으면 공채 시즌에 인재들을 다른 회사에 뺏길 수밖에 없고, 그렇게라도 인력을 확보해야 할 만큼 구인난이었기 때문입니다. 스펙만으로 덜 세심하게 채용하더라도 업무에 적응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만큼 업무가 특별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공채의 소멸은 이런 이유와 배경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필요한 인력이 어차피 많지 않고 보편적인 자격을 갖춘 인력보다는 회사가 원하는 특별한 기능을 갖춘 지원자를 뽑으려는 니즈가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뽑고 싶을 때 뽑아도 얼마든지 뽑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변액보험, 주의해야 할 점: 변액보험은 매달 내는 보험료를 보험회사가 마련해놓은 펀드들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서 투자하는, 사실상 펀드 투자에 가까운 보험 상품입니다. 그동안 채권형 펀드로 굴리던 변액보험 가입자들이 요즘 주식형으로 바꾸려고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변액보험은 납입하는 보험료의 10% 이상을 수수료로 떼어가는 단점이 있는 반면 펀드를 이전비용이 거의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수시로 투자 스타일과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수시로 투자 스타일과 전략을 바꿀 수 있는 투자자라면 굳이 변액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ETF 등에 직접 투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앞뒤가 좀 안 맞는 상품이긴 합니다.

🥚 계란 값,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한참 걸린다: 고병원성 AI로 닭이 살처분되는 사례가 늘면서 계란 생산이 줄어들고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새로 병아리를 사다 길러서 과거의 생산수준을 회복하는 데 적어도 8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계란 값 상승은 앞으로 1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 잘나가는 디스플레이업계: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업체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4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대형TV 수요가 늘어난 것, 그리고 애플의 신제품에 장착하게 된 OLED 패널이 애플 아이폰12의 판매호조로 판매량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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