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삼성에 외주 제작을 맡긴 배경

인텔이 삼성에 외주 제작을 맡긴 배경
이주완의 IT산업 나우

새로운 사실: 올해 반도체 시장에서 들려오는 소식 중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반도체 1위 기업인 인텔이 칩셋의 일부를 위탁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 그리고 그 물량을 삼성전자가 수주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종합반도체(IDM) 기업으로 이제껏 모든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던 인텔이 외주를 맡긴다는 것은 매우 큰 변화입니다(반도체 업계에서는 설계만 하고 생산은 남에게 맡기는 업체를 ‘공장이 없다’는 뜻으로 팹리스(fab-less)라고 부릅니다).  마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를 외주 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이러한 인텔의 변화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향후 반도체 시장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요?

인텔의 위기감이 변화를 촉진: CPU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인텔과 AMD는 그 동안 상반된 전략을 취해 왔습니다. 인텔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한 반면 AMD는 설계만 하고 생산을 TSMC에 위탁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은 인텔의 전략이 주효해서 CPU 시장의 70~80%를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텔이 최신 기술 개발(10나노 이하 공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이 AMD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올해 1월 데스크탑 부문에서 드디어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인텔의 설계 능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서버와 노트북에서는 여전히 AMD를 앞서고 있지요. 시장점유율도 노트북에서는 인텔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데스크탑 분야에서는 AMD 제품이 다소 우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인텔은 우수한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생산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 순간에 시장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AMD의 전략을 일부 채택하게 된 것이지요.

순차적으로 CPU도 TSMC에 위탁할 예정: 인텔이 당장 모든 칩셋을 위탁 생산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해외의 공신력 있는 시장조사기관에 의하면 1차적으로 CPU를 제외한 제품의 15~20% 정도를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에 위탁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GPU 등 주요 제품은 TSMC가 수주하고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부 제품을 삼성전자가 수주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2차로 올해 하반기 5나노 CPU 제품을 TSMC에 위탁하고 내년 하반기 3나노 제품 역시 TSMC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인텔은 주요 제품의 생산을 순차적으로 파운드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지요.

그렇지만 인텔이 완전히 팹리스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습니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옵테인 등 마진이 높은 제품군들은 앞으로도 직접 생산할 것입니다. 결국 인텔이 의도하는 바는 설비투자와 R&D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직접 생산과 파운드리 활용을 적절히 조합할 것입니다.

삼성전자에게는 기회가 올까: 인텔이 파운드리를 활용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삼성전자의 수혜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소식들을 종합해 보면 최대 수혜자는 TSMC인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TSMC는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AMD 칩을 생산하며 고성능 CPU 생산능력을 검증 받은 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급부상한 후발주자에 불과하거든요. 그나마도 퀄컴 등 큰 고객 1~2개 기업만 이탈해도 시장점유율이 10% 아래로 하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인텔의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TSMC를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죠.

반도체 기업들에게 파운드리 시장은 블루오션: 삼성전자가 당장 인텔의 핵심 제품을 수주하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으로 인텔은 물론이고 구글, 애플, 테슬라 등 파운드리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아웃소싱에 친숙한 IT 기업들이 반도체를 직접 생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에 탑재할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TSMC가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밀려드는 물량을 모두 소화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전통적인 파운드리 업체인 UMC와 글로벌 파운드리의 수혜가 예상되고, 특히 7나노 이하의 제품은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파운드리는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위험이 없고 재고 부담도 없습니다. 다만, 과거 수주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적은 물량이라도 다양한 고객으로부터 물량을 수주하고 성공적인 납품 실적을 통해 실력을 검증 받고 신뢰를 축적해야 합니다.

포스코에서 경영컨설팅을 합니다. 복잡한 IT 이슈를 쉽게 설명합니다.

경제성장률 -1%, 얼마나 큰일일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지난해(2020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0%였던 것으로 확정됐습니다.*
* 물론 정확한 통계가 추가로 더 들어오면 약간의 수정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다른 주요국들에 비하면 그래도 양호한 편이고 그러나 과거의 흐름과 비교하면 꽤 충격이 큰 결과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98년 외환위기 이후에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지난해 경제활동이 과거보다 덜 활발했다는 의미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예를 들면 경제성장률이 높으려면 식당은 음식을 많이 만들어 팔아야 하는데 손님이 없으니 주방에서 음식을 덜 활발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덜 활발했던 경제활동(경제성장률 마이너스 1%)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작년에 그랬었다는 이야기’로만 치부할 일은 아닙니다. 살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1%는 사실 작년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득이 1년 전보다 1% 정도 줄었다는 뜻이니 따지고 보면 별 게 아닙니다. 월급이 1% 줄었다고 깜짝 놀라거나 생활의 타격이 커질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국민의 1%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걱정하고 높으면 안도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기거나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수는 약 2600만명 정도인데 지난해에는 이 가운데 21만명이 감소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의 1% 감소는 모든 국민들에게 1%씩의 소득 감소가 생기는 게 아니라(그렇다면 사실 별 문제는 아닙니다) 전 국민의 1%가량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결과로 다가올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리고 일자리가 없는 상태 또는 별 의미 없는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이 길어지면 그 사람의 직업능력 자체가 떨어집니다. 경제 전체로 보면 동상에 걸린 손발가락의 일부가 떨어져나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과거에는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면 일자리는 저절로 생겨났습니다(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경제를 성장시킬 방법이 별로 없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는 경제성장률은 올라가더라도 고용은 별로 늘지 않거나 줄어드는 일도 생길 것입니다.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 것보다 고용이 감소하는 것이 더 나쁜 소식입니다.

미국 중앙은행도 경제성장률 수치보다 고용을 더 중요하게 보겠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고용은 나빠지면서 경제는 뜨거워지는, 과거에는 없던 일이 계속 생기고 있는데 그러니 어떤 신호에 따라 정책을 움직여야 하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폭락하는 코코아 가격: 작년 11월 말 19년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았던 코코아 원두 가격이 최근 힘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고점 대비 17% 떨어진 상황입니다. 세계 양대 코코아 생산국인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식 카르텔을 만들어 가격을 끌어올리려다 역효과가 났기 때문입니다.

🚀 143개 위성 쏘아올린 스페이스X: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143개의 위성을 실은 ‘팰컨9’ 로켓을 우주로 쏘아올렸습니다. 우주개발 역사상 로켓 하나로 가장 많은 위성을 한꺼번에 지구 궤도에 안착시키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번 로켓에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 전용 위성 10개와 다양한 기업 및 우주 기관이 제작한 소형 위성 133개가 실렸습니다. 스페이스X는 2019년 팰컨9 로켓으로 소형 위성을 정기적으로 실어나르는 우주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 대만 반도체 생산에 자동차 업계가 달렸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국 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와 UMC가 있는 대만 정부에 이례적으로 반도체 증산을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주요국의 요청에도 반도체 품귀 현상이 조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이윤이 적은 데다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즉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 업체들이 증산에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 늘어나는 단기임대: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1~6개월 짧은 기간 월세를 살 수 있는 단기임대 방식의 임대차 거래가 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는 12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지만 전세 물량은 7개 불과합니다. 대신 전세 물량만큼 단기임대 물건이 나와 있습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최대 4년간 세입자 내보내기가 어렵게 되자 장기세입자를 받는 것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상대적으로 집을 비우기 쉬운 단기임대를 선택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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