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기 담보대출이 나온다고?

40년 만기 담보대출이 나온다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집을 구입하면서 받는 대출은 가능하면 만기가 긴 대출이 선호됩니다. 대출 받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나눠서 또는 뒤로 미뤄서 갚는 게 부담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원금을 나눠서 갚아야 하기 때문에 대출 기간이 길어야 매월 나눠갚는 원금도 줄어들고 그래야 대출금도 더 많아집니다.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은 이런 이유로 만기가 긴 대출이 많았는데 대개는 20년, 길어야 30년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라는 규정은 없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떤 배경에서 나온 정책인가요?: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하게 된 것은 전반적인 대출 규제 때문입니다. 올해부터는 DSR라는 새로운 대출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됩니다. 개인이 빌린 부채의 모든 원리금 상환액이 월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가 되도록 대출을 막는 겁니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그 금액을 만기 전에 모두 상환하는 조건만 가능하기 때문에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도 매월 내야 하는 원리금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소득이 낮은 사람은 무주택이고 대출이 없더라도 집을 살 때 충분한 대출을 받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40년 만기 대출이 나오면 30년 만기 대출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25% 정도 줄어듭니다. 대출을 넉넉히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대출을 많이 받자는 정책인가요: 그 질문이 이 정책의 가장 아픈 부분을 찌르는 질문입니다. 40년 만기 대출이 나오면 소비자들은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가계 대출을 되도록 줄여야 할 것 같은데, 40년짜리 대출은 대출규모를 늘리는 효과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런 지점은 대출 또는 부채를 대하는 정책당국의 고민이 표출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출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은 나쁘지만 필요한 대출은 충분히 많이 해줘야 하기도 합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이 1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출을 줄이거나 규제하는 것은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젊은 층은 집을 구매하지 말라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출은 그 규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위험한 대출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하고 위험한 대출인지 아닌지는 대출을 일으키는 차주의 신용 또는 그 대출의 목적에 달려있습니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부채 자체를 줄이는 게 아니라(이건 불가능합니다) 부채를 일으킨 차주가 그 부채의 원리금을 무사히 갚을 수 있는 일자리와 소득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또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일으키고 고용을 늘려야 되며 그 과정에서 부채는 또 늘어나는 악순환과 선순환이 섞여 있는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대출을 조이는 정책도 계속 시행됩니다. 신용대출을 받더라도 그 금액이 클 경우는 계속 이자만 내도록 허용하지 않고 원금을 분할해서 상환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은 만기에 대출연장을 할 때 5년 분할 상환 대출로만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안 등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는 그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위험한 대출이 얼마나 많으냐가 문제라는 원칙에 입각해서 살펴보면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은 원리금 연체 가능성이 적은 대출이니 위험한 대출은 아닙니다. 다만 대출금이 부동산 구입자금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안전한 대출은 부동산 구입자금용이 될까봐 막아야 하고 불안한 대출은 은행이 알아서 대출을 거부하는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정책모델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는 신용도가 낮은 소비자들은 대출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들이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신용도가 높은 이들이 대출을 받아서 그 돈이 여기저기 뿌려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득입니다.

경제 회복기엔 가치주가 낫다?
오늘의 이슈

가치주란?: 가치주라는 용어는 증시에서 다양한 상황에 임의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어떤 의미로 쓰인 케이스인지 늘 살펴야 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있지만 실적 대비 주가가 낮은 주식을 가치주라고 하기도 하고, 오래된 전통산업이지만 나름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는 익숙한 산업을 가치주라고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두번째 의미의 가치주가 증시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뉴스입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았다는 것과 경기가 회복되면서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겁니다.

경기가 회복되면 거의 모든 종목의 실적은 다 좋아질 수 있으므로 결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것이 주요한 투자 포인트일 듯합니다. 거대한 꿈은 가지고 있으나 이익은 별로 나지 않는 이른바 스토리 주식들은 경기가 나쁘고 금리가 낮을 때는 각광을 받습니다(어차피 다 안 좋은 상황이니 꿈이라도 있는 기업이 훨씬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다 경기가 좋아지면 실제로 이익을 내는 기업들로 관심이 옮겨집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이른바 가치주들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의 근거는 그렇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서울 역세권에도 고층 아파트 들어선다: 서울 지하철 역세권 100여곳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 지하철 역세권 인근 일반 주거지역이 준주거지역으로 바뀌고, 용적률이 최대 700%로 완화되기 때문입니다. 또 일조권, 채광 등을 이유로 제한했던 아파트 높이 규제도 최대 2배까지 허용됩니다. 다만 높아진 용적률의 100% 이내를 기부 채납하도록 규정해 개발 이익을 제한했습니다.

🛢 석유 의존도 줄이려는 중동: 중동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체에너지 시대를 미리 대비해 경제구조를 바꾸려는 겁니다. 아랍에미리트의 핵심 토후국인 아부다비는 수소에너지 개발 사업에 나섭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대 50년간의 감세와 고용 혜택 등을 내세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구글,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을 자국으로 유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 ETF로 눈길 돌리는 개인 투자자들: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지난주 하루 평균 12억달러를 매수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요.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5개는 ETF였습니다. 직접 투자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 투자자가 늘어난 걸로 추정됩니다. 작년 7월엔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ETF는 두 개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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