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거품인지 파악하는 방법이 있을까?

주식시장이 거품인지 파악하는 방법이 있을까?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버핏지수라는 게 있습니다. 계산은 간단합니다. 주식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을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로 나누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상장주식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값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4%로 사상 최고치입니다.

이걸 왜 계산하나요: 주식시장이 거품인지 아닌지를 측정해보기 위한 것입니다. 워런 버핏이 지난 2011년에 한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소개한 방법인데 설명이 그럴 듯하기도 하고 워런 버핏이 그렇다고 하니 더 믿음이 가기도 해서 그 이후로 꽤 자주 인용되는 지표입니다.

어떤 나라의 GDP는 그 나라의 경제규모를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수치인데 주식시장도 그 나라의 경제를 반영하는 거울이니 GDP와 비슷하게 성장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계산법입니다.

버핏지수로 판단하면 우리나라 증시는 거품인가요: 이 수치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게 나라마다 제각각이라는 데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지 비슷한 숫자가 나온다면 얼마 이상이면 거품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2019년 통계를 보면 이 버핏지수가 독일은 55, 중국은 60, 브라질은 66, 미국은 148, 대만은 193, 스위스는 200이 넘습니다. 그러니 120을 넘으면 거품이 낀 것이라는 일반적인 설명은 잘 들어맞지 않습니다. 이게 맞다면 스위스 주식을 공매도하고 독일 주식은 집을 팔아서라도 투자해야 할 주식이라는 말인데 그럴 리는 없습니다. 버핏 지수를 신뢰한다면 중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3배가량 저평가라는 말인데 좀 이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증시의 버핏지수가 100을 넘었다고 해서 그걸 기준으로 저평가 또는 고평가를 판단할 근거는 없습니다. 적당한 버핏지수라는 범위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왜 버핏지수가 나라마다 다를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버핏 지수 자체가 국가별 비교수치로 적당하지 않다는 게 본질입니다. 나라마다 주식시장의 환경이 달라서 어떤 나라는 웬만한 기업들은 대부분 상장되어 있고 어떤 나라는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이 비상장입니다. 나라마다 산업이 다르니 예를 들면 어떤 나라는 대부분이 농업이거나 관광업이고 그 산업의 주체는 대부분 개인들이어서 상장기업이 적습니다. 그런 나라들의 버핏지수는 낮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그 나라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버핏지수는 미국의 버핏지수가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높으니 우리나라 주식은 저평가이고 미국 주식에는 거품이 있다는 식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두 나라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 이런 오류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가끔 발생합니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을 의미하는 PIR이라는 지표입니다. 그 나라의 평균적인 주택을 구입하려면 평균적인 소득을 가진 국민이 몇년을 일하면 되느냐는 걸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이 역시 국가마다 제각각이지만 그게 높은 나라의 주택시장이 거품이 끼었다는 증거라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나라마다 주택시장의 환경과 주택 공급의 조건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석유 가격이 사우디의 석유가격보다 비싸니 우리나라의 석유가격은 거품이고 곧 내려갈 거라고 전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버핏지수는 그럼 무용지물인가요: 서로 다른 나라의 버핏지수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같은 나라의 버핏지수를 매년 산출해서 과거에 비해 얼마나 주가가 오르거나 내렸는지를 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최근에는 논리가 흔들리는 중입니다. 과거에는 경기가 나빠지고 GDP 성장률이 후퇴하면 주식시장도 부진한 게 일반적이었으나 요즘 주식시장은 GDP성장률 후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퍼붓는 돈의 힘으로 오히려 더 상승합니다.

GDP는 경기가 나빠져서 더 줄어들기도 하는데 주식시장은 ‘그렇다는 이유로’ 더 상승하는 게 요즘 주식시장의 흐름이자 논리입니다. 그러니 과거보다 버핏지수가 더 높아지는게 당연할 수도 있겠습니다*

* 물론 그런 흐름과 논리가 틀렸을 수도 있으니 그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알게 될 결과입니다.

주식시장으로 번지는 미∙중 분쟁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던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이동통신사들 주식이 앞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게 됩니다. 미국이 중국 군대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키라는 규제를 만든 탓입니다.

이 회사들은 홍콩과 미국 증시에서 모두 거래되던 종목이었는데 앞으로는 홍콩에서만 거래됩니다. 주가 산출기관인 MSCI, S&P, 나스닥 등도 이 기업들을 지수에서 뺄 계획입니다.

미국 증시 퇴출이 해당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줄 문제는 아니지만 그 기업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어떤 기업들이 메우게 될 것이냐에 따라 일부 종목들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는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혜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합니다.

후퇴하는 세계화: 크게 보면 미국에서 시작된 반세계화 물결의 영향입니다. 중국 등 제3세계에서 생산하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소비하는 이른바 세계화 시대의 무역은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제3세계 국민들의 생활 수준과 소득을 크게 올려서 양극화를 줄이는 기여를 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제조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오히려 내려가고 그들의 일자리는 사라졌습니다. 그들의 불만과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권의 행동이 무역장벽을 높이거나 중국 기업들을 규제하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주식시장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새로운 사실: 앞으로 비트코인 ETF가 나오느냐 아니냐가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어제 3만달러를 넘었습니다.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을 따라 움직이는 ETF를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청이 몇 번 있었지만 미국 금융당국에 의해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자산 가격의 움직임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는 일반인들은 코인 거래소에서 직접 거래계좌를 만들어서 투자하거나 본인이 직접 비트코인을 사는 방법 뿐이었습니다. 최근에도 미국의 한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연동 ETF의 승인을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접종 시작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영국이 전 세계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합니다. 영국에선 이미 100만명 이상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인도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긴급 승인해 곧 접종에 나섭니다. 우리 정부도 올해 1분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공급 받을 계획입니다.

🏦 사상 최대 수수료 수입 거둔 투자은행들: 올해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역대 최대 규모인 1245억달러(약 135조200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채권과 주식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을 확대하면서 투자은행들이 중간에서 상당한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분석됩니다.

🤝 드디어 새 주인 찾은 KDB생명: 산업은행 계열 생명보험사 KDB생명이 사모펀드 운용사에 팔립니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지분 92.73%를 2000억원에 사들인 뒤 투자자를 모아 3500억원을 유상증자하기로 했습니다. JC파트너스는 지난해 MG손해보험에 이어 KDB생명까지 인수하면서 보험업계에서 존재감을 높이게 됐습니다. 산업은행은 2010년 초 위기에 처한 금호생명을 인수해 10년 동안 운영해왔습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입한 돈은 1조원에 달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건지는 자금은 1000억원에 못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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