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애자일을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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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이 애자일을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
김태규의 HR 나우

애자일이 뭐길래? :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조직도 변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관심을 받게 된 개념이 애자일(Agile)입니다. ‘민첩한’이라는 단어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 애자일 조직의 핵심은 속도입니다. 부서간 경계를 허물어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자율을 보장해 효율과 속도를 극대화합니다. 갑작스런 변화에도 민첩하게 대처하기 위한 조직 운영 방법론입니다.

애자일 조직의 시초? : 오늘날 애자일 조직의 대표적 사례로 구글을 들 수 있습니다. 구글은 필요에 따라 프로젝트 단위로 소규모 팀을 만들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하면서 애자일의 끝을 보여주죠. 이러한 구조는 1958년에 설립된 Gore & Associates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고어텍스를 제조 및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직급이 두 개 뿐입니다. CEO와 Associate입니다. CEO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들은 수평적인 관계이며, 그들은 정해진 부서 없이 다른 모든 사람과 연결됩니다.

의사 소통은 개인 대 개인, 혹은 프로젝트 단위로 임시 구성된 팀 대 팀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조직의 어디에서도 정보의 흐름이 막히지 않습니다. 사방으로 흐를 수 있는 밀집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죠. 모두가 상사가 아닌 동료의 일을 도우며 협업하기 위해 매개체도 통할 필요가 없어 속도도 빠릅니다.

CEO를 선출하는 방식도 독특합니다. 구성원들이 “가장 함께 협업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요?”라는 주관식 설문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의 이름을 적어 내면 됩니다. 2005년에는 가장 많은 이름이 언급된 테리 켈리(Terri Kelly)가 CEO가 됐고, 2018년까지 13년간 CEO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마침 저는 이 시기에 테리 켈리 CEO와 같은 대학의 의사결정기구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와 같은 자율적 수평조직은 당시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구조였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그와 조직 운영 방법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 조직이 애자일을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 :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애자일을 외치는 기업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애자일 기업으로 변신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하죠. 하지만 실제로도 ‘애자일하게’ 일하고 있을까요? 저도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종종 한국 기업의 경영진을 만나 같은 질문을 합니다. 대부분은 “애자일을 실제로 도입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고 대답합니다. Gore & Associates는 이미 반세기 전에 애자일한 조직의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의 한국 기업은 변화를 원하면서도 실행하긴 어렵다는 겁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관성’입니다. 오랫동안 명확한 목표 아래 모든 구성원이 하나되어 일하는 방식을 추구해왔기에 개개인의 자율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애자일은 도입하기 어렵다는 거죠.

테리 켈리 전 CEO와 나눈 대화에서 또 한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리더십 프레임’ 입니다. 리더십 프레임이란 리더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구조적(Structural), 인적자원(Human Resource), 정치적(Political), 그리고 상징적(Symbolic) 프레임으로 구분됩니다.

구조적 프레임을 가진 리더는 시스템과 절차를 중시하고 인적자원 프레임의 리더는 소속감을 중시합니다.

정치적 프레임의 리더는 구성원간 협력을 중시하며 상징적 프레임의 리더는 비전과 가치관을 강조합니다.

연구는 한국 조직의 리더들이 대부분 구조적 혹은 인적자원 프레임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 테리 켈리가 이끌던 Gore & Associates의 리더들은 정치적 혹은 상징적 프레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국 조직의 리더들은 조직을 시스템과 절차, 소속감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애자일 조직의 리더들은 구성원간 협력이나 비전, 가치관을 중심으로 바라본다는 말입니다.

애자일 조직은 윗사람이 지시하면 아랫사람이 따르는 Top-down 방식이 아닌, 구성원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빠르게 실행하는 구조입니다. 절차보다는 직원간의 연결, 소속감보다는 이루고자하는 비전을 같이 바라보는 것이 애자일을 위한 수평적 자율조직의 ‘전제 조건’입니다.

많은 리더가 애자일 조직이 되겠다는 집념으로 각종 장치나 제도만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리더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리더십, 조직변화 등을 주로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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