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퇴출만이 정답일까?

좀비기업, 퇴출만이 정답일까?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소식: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갚기도 어려운 상태가 3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기업을 ‘좀비기업’ 또는 ‘한계기업’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기업들은 은행 대출이나 정부 지원, 또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연명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끊고 구조조정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장의 배경은? : 이런 주장들은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일리가 없지도 않습니다. 좀비기업들이 자금과 인력과 토지 등을 차지하고 내놓지 않으니 다른 기업들이 그걸 활용하지 못하고 불경기가 계속 된다는 게 이들을 비판하는 시각의 요지입니다.

최근 중국의 국유기업들 일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회사 문을 닫게 된 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좀비기업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좀비기업이 문제인가 불경기가 문제인가: 좀비기업 또는 한계기업이라고 부르는 이런 부실한 기업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좀비기업들의 존재가 불경기의 원인이라는 시각과, 오히려 좀비기업들이 불경기의 결과물이라는 의견입니다. 미국에서도 한계기업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와 비슷합니다. 한계기업들이 정리되고 사라져야 경기가 살아난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계열의 시각과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좀비기업들이 생긴 것이니 경기부터 살려야 한다는 민주당 쪽의 의견이 대립하는 중입니다.

좀비기업들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로막으면서 더 뛰어난 기업들의 진입을 막는 요인이라는 시각과는 달리, 불경기와 저성장 때문에 좀비기업들이 생겨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그나마 이 저성장 속에서 누군가를 고용하고 임금을 주고 있는데 그런 기업들의 문을 닫게 하면 안된다는 반론입니다.

좀비기업, 정치적 이유때문에 살려둔다?: 일각에서는 좀비기업이 계속 생존하는 이유를 정치적 목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좀비기업이지만 당장 문을 닫았을 때 생기는 실업자들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를 굳이 일부러 감당하느니 그냥 연명할 정도의 자금을 지원하는 게 이롭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좀비기업이 많은 편입니다. 좀비기업의 비율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더 높습니다. OECD 평균은 12% 정도(100개중 12개 정도가 한계기업)인데 우리나라는 그 비율이 18%로 세계 5위 수준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정치적 고려와 무관하게 불경기에는 좀비기업을 그대로 살려두는 게 더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기가 좋을때는 자원(자본, 노동, 토지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좀비기업이 그걸 차지하고 있으면 다른 기업이 그걸 활용하지 못해서 비효율이 생깁니다. 반면 경기가 나쁘면 어차피 남는 자원일 뿐이어서 좀비기업이 그걸 차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 다른 우량 기업이 사용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경기가 나쁘니 돈을 쓰려는 사람들이 적고 그래서 금리가 낮으니 낮은 금리에는 좀비기업이 잘 쓰러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령화와 양극화가 있습니다. 고령화와 양극화는 돈이 잘 돌지 못하게 되는 원인(워런 버핏은 하루에 햄버거 한 개로 아주 잘 지냅니다)인데, 그 결과 돈이 한 곳에 모여있게 되고 그렇게 모인 돈이 투자나 소비로 잘 쓰이지 않으니 금리가 낮아집니다. 이렇게 쓰이지 않는 자원이 많은 것이 불경기인데 쓰이지 않는 자원이 많으니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좀비기업이라도 살려두는 게 낫다는 겁니다. 좀비기업은 없는 게 좋지만 ‘없애는 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꽤 일리있는 주장입니다.

좀비기업이 저절로 사라지도록 하자: 좀비기업의 처리 방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고민거리지만 대체로는 당분간은 살려놓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과거 연준의장이었던 재닛 옐런이 내놓은 ‘고압경제’ 이론도 경기를 압력솥처럼 충분히 뜨겁게 만들어서 임금상승과 금리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좀비기업이 퇴출되도록 만들어야지 섣부른 금리인상은 위험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사실 옐런의 주장도 딜레마를 담고 있기는 합니다. 좀비기업의 퇴출과 정리는 필요하지만 불경기에는 안되고 경기가 좋을 때 하자는 것인데 경기가 좋으면 좀비기업도 꽤 버텨냅니다. 그럼 이들은 언제 정리될까요.

달러보험이 많이 팔리는 숨은 이유
오늘의 이슈

요즘 잘 팔리는 금융상품중에 하나가 바로 ‘달러보험’입니다. 달러로 보험료를 내고 달러로 보험금을 받는 보험상품인데요. 홍콩의 보험회사가 판다고 해서 홍콩보험으로도 불립니다.

이런 외화보험 판매액은 2017년 3230억원에서 2019년 969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7575억원을 기록할만큼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 상품이 잘 팔리는 이유는 달러로 보험금을 받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달러 가치가 나중에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달러로 내도 달러로 받는다는 건 장점이 되기 어렵습니다.

이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증여세나 상속세를 탈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증여세 상속세가 없는 홍콩의 세법에 피보험자를 변경하거나 보험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상품의 특성이 결합되면 그게 가능해집니다. 물론 위법이지만 적발될 가능성이 국내 금융상품에 비해 희박하다는 판단이 포함된 선택입니다.

해외 보험의 수익률이 국내 보험상품들보다 좋다는 사실도 관심을 끄는 요인입니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는 거의 팔지 않는 유배당 상품이 많아서 기대수익이 높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신흥국 주가 본격 반등 : 중남미, 아시아 신흥국들의 주가가 큰폭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브라질, 베트남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원인은 크게 둘로 꼽힙니다. 일단 이들 국가는 코로나로 타격이 컸고, 그만큼 주가도 많이 빠졌습니다. 최근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골이 깊었던 만큼 회복도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다른 이유도 코로나와 연관돼 있는데요. 백신 사용이 시작되면 경기가 회복되고, 이 경우 원자재를 많이 생산하는 신흥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 일본 관광, 다시 가능해지나? : 일본이 내년 봄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규모 패키지 관광을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장기 체류 목적의 재입국이나 사업 목적의 단기 방문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내년으로 예정된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관광 경기를 미리 살리려는 의도입니다.

👷 일본은 직원도 공유?:  일본은 회사가 임직원을 ‘공유’하는게 가능해 집니다. 말 그대로 한 사람이 두 개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건데요. 일본 정부는 이를 장려하고, 임직원을 공유하는 기업에는 해당 임직원의 급여를 정부가 지원해 줍니다. 여행업계 등은 코로나 여파로 인력을 정리하고 있는데, IT 업계 등은 여전히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어서 둘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내놓은 복안입니다.

🥘 의식주 벤처에 돈 몰린다 : 의식주를 다루는 벤처기업에 투자금이 몰린다는 한국경제의 분석기사 입니다. 코로나로 오프라인이 끊기면서 의식주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고, 이 영역을 혁신하는 벤처기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전에는 배달앱들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수산물 전문 배송, 직장인 대상 도시락 배송 등으로 사업 모델이 구체화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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