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늘리면서 대출을 막아야 합니다?

대출을 늘리면서 대출을 막아야 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정부가 신용대출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규제들을 도입하면서 대출소비자들은 다양한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서 대출을 받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받은 후에 1년 안에 집을 구입하면 그 신용대출을 회수하도록 했는데요. 그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남편이 신용대출을 받고 아내 명의로 집을 구입하거나, 신용대출을 받은 후 집을 사고 대출 회수가 들어오면 다른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갚는 방법 등 규제의 구멍을 틈탄 필사적인 대출 받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인류가 마주한 통화정책의 거대한 딜레마와 만나게 됩니다.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서 경기를 살려보려는 전통적인 방식의 통화정책이 자꾸 마찰음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용대출 꼼수와 통화정책의 딜레마가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잠깐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금리를 낮추는 정책의 한계: 이야기의 시작은 ‘전 세계에는 실업자가 꽤 많다’는 명제에서 출발합니다. 과거에는 경기가 좋아지면 실업자가 줄었는데 요즘은 경기가 좋아도 실업자는 좀처럼 줄지 않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과 로봇이 글로벌 가치 사슬 곳곳에 스며들면서 사람의 노동력이 투입되지 않아도 충분히 잘 돌아가는 경제 시스템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하나뿐입니다. 경기가 매우 아주 많이 좋아져서 컴퓨터와 인터넷이 커버하지 못하는 산업에서라도 일자리가 쏟아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있습니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적어도 망하는 회사가 줄어들어서 일자리가 보전되며(이건 꽤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거나 대출을 일으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생각(이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요즘 슬슬 커지고 있습니다) 때문입니다.

경기 회복보다 양극화가 먼저: 그런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금리를 제로 근처까지 낮춰놓으니 망하는 회사들은 줄어들었는데 투자가 늘어나거나 새로운 회사들이 생겨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다소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낮은 금리를 활용한 자산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문제가 먼저 불거졌습니다.

부동산과 주식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자산의 가격이 오르는 이면에는 저금리가 그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으니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연 1%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너도 나도 비슷한 생각으로 투자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론 1년에 2~3배씩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이런 현상은 빈부의 격차가 커지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도 등장하고 아파트를 구입하지 못한 부부가 갈등을 빚다가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남편도 등장합니다.

위화감 해소가 국정 제1과제: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어느 나라 정부든 경기를 살리는 일보다는 양극화를 해소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을 달래는 일을 더 먼저 하게 됩니다.

고소득층이나 자산가들의 세금을 늘리는 일은 저소득층을 돕기 위한 재원 마련의 목적도 있지만 양극화에 따른 불만을 달래려는 정치적 제스체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사회적 불만을 다독이지 못하면 금리를 내리는 통화정책을 더 이상 가동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가 충분히 좋아질 때까지 금리를 내리고 돈을 푼다>는 현대의 통화정책은 겉으로 보면 늘 승리할 수밖에 없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돈을 풀다 보면 결국은 경기가 살아날 테니까요. 그러나 이런 정책의 가장 큰 잠재 위험은 경기가 좋아지기 전에 저소득층이 불만을 터뜨리는 것입니다.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저소득층의 생계인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투표권을 가진 이들의 감정적 반발은 통화정책을 지속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선택적 대출규제: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꽤 온건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선택적 대출 규제입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춰놨으니 금리를 다시 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 목적의 대출만 핀셋 규제하는 것은 가능하기는 한 일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신용대출을 막는 것은 저금리가 자산 시장의 거품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정부가 신용대출로 집을 사는 걸 막기로 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고심이 담긴 이런 정책은 다양한 부작용을 불러옵니다. 우선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거나 늦게 태어나서 또는 투자를 늦게 시작해서 종잣돈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출 규제 때문에 자산을 늘리는 기회를 박탈당합니다. 대출 규제는 대출을 받아서 자산을 불리는 계층에게서 기회를 빼앗아서 대출을 받지 않아도 자산을 불리는 데 문제가 없는 계층에게 자산 증식 기회를 주는 행위가 됩니다.

대출을 자유롭게 풀자니 기회를 포착하지 못한 계층의 반발이 두렵고 대출을 조이자니 기회는 포착했으나 종잣돈이 부족한 계층의 반발과 마주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정답이 없는 이 문제가 폭발하기 전에 경기가 좋아지고 금리를 올려서 자산 거품을 제어할 수 있는 시기가 오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코로나19는 그 시기를 수년 또는 수십년 이상 뒤로 미루게 만들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정부와 저소득층의 부채가 크게 늘어나면서 금리를 함부로 올릴 수 없는 이유가 더 생겼기 때문입니다.

펀드의 위기
오늘의 이슈

주식형 펀드는 요즘 인기가 가장 없는 금융상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펀드매니저가 운용보수를 떼어가는 상품이지만 그냥 코스피 지수만 따라가는 ETF에 투자하는 것보다 성과가 더 나쁜 펀드가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너도 나도 펀드를 깨고 있고 펀드를 해약하는 고객에게 돈을 내주려고 펀드가 보유하던 주식을 팔다보니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주가가 내려서 펀드의 수익률은 더 낮아집니다.

사람들의 투자 패턴이 <그냥 유명하고 인기 있는 큰 회사에 투자하기>로 쏠리면서 실제로도 유명하고 인기 있는 큰 회사의 주가가 유독 강합니다. 유명하고 인기 있는 큰 회사는 누구나 잘 알고 있으니 굳이 펀드매니저의 손을 거칠 이유가 없습니다. 펀드매니저의 장점은 별로 유명하지 않고 그래서 인기는 없는 그러나 매우 유망한 작은 회사를 발굴해서 수익을 내는 것인데 그런 기업을 발굴해도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으니 수익률이 낮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은 이런 악순환을 ‘액티브 ETF’로 깨보려는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액티브 ETF는 종전의 주식형 펀드를 주식시장에서 직접 거래가 가능한 ETF 형태로 만들어서 상장시키는 것(쉽게 말하면 펀드가 주식종목처럼 상장된 겁니다)이라서 종전의 인기 없던 주식형 펀드와 본질에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직접 매매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펀드를 가입하는 행위 자체를 어색하게 생각하는 새로운 투자자 그룹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시작된 순환매 장세: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 급랭으로 약세를 보였던 원유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가격이 반등하고 있습니다. 반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로 강세를 보였던 채권과 금 가격은 주요 자산군 중 수익률 하위권으로 떨어졌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불확실성 해소,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기대, 경기 회복 낙관론 등으로 시장에 위험 선호 성향이 강해지면서 자산별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라지는 제조업 일자리: 지난 10월 국내 제조업 일자리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7만9000개가량 사라졌습니다. 8월(-7만7000명) 후 또 다시 역대 최대 감소폭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 주원인으로 꼽힙니다.

🍫순식간에 치솟은 코코아 가격: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의 지난달 말 선물 가격은 월초 가격보다 30% 이상 올랐습니다. 코코아 최대 생산국인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농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호한다며 코코아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인 까닭입니다. 북미 최대 초콜릿회사인 허시초콜릿은 이에 대응해 실물시장에서 매입하던 코코아를 선물시장에서 사들이면서 선물 가격도 급등한 겁니다.

🇺🇸코로나에도 귀향한 미국인들: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 항공 이용객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29일 하루에만 12만명이 공항검색대를 통과한 건데요.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여전히 60%가량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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