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심화, 세입자 대비책은?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입니다. 시장 참여자의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분석합니다.

김규정의 부동산 나우

전세난 심화, 세입자 대비책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67주 연속 올랐습니다. 전세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전세물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KB부동산 전세수급지수는 10월 초 192.0을 기록하며 2013년 9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96.9)에 근접했습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로 100을 초과해 200에 근접할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세입자 내보내고, 들어가는 집주인들: 새 임차법이 시행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기존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매물 출시량이 줄었습니다. 전월세상한제를 염두에 둔 집주인들이 전세가격도 미리 올리고 있습니다.

각종 규제에 따라 새로 집을 살 때나 기존에 보유한 주택에서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세금, 재건축 조합원 자격, 토지거래허가제 등 부동산 정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실입주하거나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거주하는 주택 소유자도 많아졌습니다(실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린 정책이 많습니다).

전세대출 규제로 갭투자를 막고, 아파트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고 제도를 폐지하면서 아파트 전세물량이 감소했습니다. (갭투자자와 임대사업자는 전세 공급자이기도 합니다)

반면 전세 수요는 늘고 있습니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나온 후 주택 매수세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주택 수요자들이 관망세 속에 임차시장에 머물며 전월세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3기신도시 사전청약 대기자들도 수도권 전월세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공급 예정지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해야만 우선공급 대상이 되기 때문에 하남, 고양, 과천 등 주요 예정지역에서 전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깡통전세·갭투자·집값자극 우려: 특히 도심 역세권 새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르지만 오피스텔이나 일반주택 전세가격도 오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우수학군지역이나 역세권 등 주거선호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지방 도심지역도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띠고 있습니다.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월세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올 상반기까지 급등한 집값에 준해 전월세 임차료가 오르고 있는데, 좀처럼 집값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니, 전월세 가격도 강세입니다. 그리고 상승한 전월세 가격이 다시 집값을 받쳐주는 상황입니다.

매매가격 상승세는 누그러졌지만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집값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이례적인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세역전’ 현상에 따른 걱정은 세 가지 정도입니다.

1.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한 ‘깡통전세’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세입자들이 첫 번째입니다. 2. 집값 대비 전세비중이 다시 높아지면서 여유자금을 이용한 ‘갭투자’가 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옵니다. 3. 마지막으로 높아진 전세가격과 물건찾기에 지친 세입자들이 ‘내집마련’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의 불안감과 피로도가 높아진 데다 청약시장에서 당첨 확률이 낮은 젊은 세대주들이 주택구매에 나서면 안정됐던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습니다.

세입자들이 취할 전략: 깡통전세를 걱정하는 세입자들은 일단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직접 마련하고 있습니다. 집값에 비해 높은 전세금이 불안해 스스로 반전세로 조정하고 전세금을 낮추는 세입자도 간혹 나옵니다. 조정기에 집값 변동성이 큰 비(非)아파트 전세나 과거 갭투자 성행지역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 전세대출과 법인 주택투자 규제를 강화했고 다주택 세부담 등의 압박 때문에 다시 갭투자가 성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세비중이 높은 도심 아파트 단지에서 세금규제 영향으로 가격이 떨어진 매물이 나오면 장기적 관점에서 갭투자를 시도하는 여유자금 보유자가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전세로 사는 이유: 전세 수급 불균형으로 단기간 전셋값 안정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보니 내집마련을 고민하는 세입자가 일견 반갑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주택구매로 돌아서면 수도권 아파트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다시 불안해질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뚜렷한 집값 안정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집값과 전셋값의 동시 안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한편 전셋값이 집값보다 비싼데도 집을 사지 않는 세입자들의 상황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집을 사지 않는다면 이미 급등한 집값이 부담스럽고 금융지원은 부족해 내집마련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다주택자 세금 규제와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멈추면서 조정을 기다리는 심리도 일부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정책효과를 기대하는 세입자들을 위해서는 계획대로 공급을 추진하고 내집마련을 위한 금융지원 등 주거 사다리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세입자들의 내집마련을 막기도 하는데요. 당장 실거주가 필요한 곳에서 전세로 살지만, 현재 사는 곳의 집을 선뜻 구매하긴 어렵습니다. 유주택자가 되면 여러 규제의 대상이 되고, 기회를 놓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전세 세입자들도 기왕 내집마련할 거면 입지가 더 좋은 곳의 아파트를 사자는 심리가 강합니다. 전셋값이 집값만큼 올라도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사는 이유입니다. 개발과 규제에 따른 양극화, 똘똘한 한 채 투자심리가 전세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내년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될 때까지, 또한 그 후에도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 세입자들이 있어 전세 수요는 줄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2021년에는 서울 새아파트 입주물량도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해 수급불균형 우려는 더 큽니다.

추가 전세대책 나올까?: 전셋값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자 추가 대책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전세수요를 월세로 분산하기 위해 월세 소득공제를 확대한다거나 월세 부담 완화를 위해 전월세전환율을 조정하고 시장에서 지켜지도록 관리한다는 의견도 들립니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월세 비용지불에 거부감이 크고 저금리 장기화로 전세 선호도가 심화되고 있어 분산효과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DSR 관리를 강화하고 전세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더 옥죈다는 방안도 거론되는 상황인데, 표면적으로 대출잔액 증가속도는 둔화되겠지만, 극심한 수급불균형 지역에서는 대출규제만으로 전셋값 안정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더 많습니다. 대출규제에 타격이 큰 세입자들이 전세가 더 싼 지역이나 월세시장으로 내몰리고 여유자금이 있는 세입자들이 그 자리를 꿰차면 실질적인 가격하락 효과는 크지 않고 대출여건이 좋지 않은 세입자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장 전세공급 확대가 어렵고 마땅한 전세대책도 내놓기 어려운 만큼 전월세시장 수요를 적정하게 내집마련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집값 안정세가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으로 판단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오늘의 이슈

퇴직연금, 금융사가 맡아서 굴려준다

새로운 사실: 퇴직연금에 넣어놓은 돈의 대부분은 이자가 아주 낮거나 거의 없는 예금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의무적으로 적립하게 되어 있지만 정작 그 퇴직연금의 주인인 근로자들은 그 돈을 제대로 관리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형편없거나 마이너스가 되기도 합니다. 이자가 매우 낮은 예금에 넣어놓는데 그런 일을 하고도 수수료는 받아가기 때문에 수수료를 빼면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사람들에게 정신 차리고 본인의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라고 하는 게 옳은 해결책이지만 지금까지 안 하던 분들은 그런 권고를 해도 어차피 안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고객이 별도로 말을 안 하더라도 일단 이자가 싼 예금에 넣지 말고 수익률이 괜찮은 금융상품에 넣어두도록 의무화>하는 이른바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사 포트폴리오로 운용한다: 예를 들면 지금은 DC형 퇴직연금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소비자가 별도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은행이 임의로 아무 상품에나 그 돈을 넣어두게 되는데 대부분 안전성이 제일 높은 보통예금에 넣어둡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소비자가 그 퇴직연금을 가입할 때 미리 지정한 포트폴리오 또는 금융회사가 임의로 선택한 투자 포트폴리오로 운용되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변동성: 문제는 그런 투자 포트폴리오가 수익도 높을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위험은 작으면서 수익은 많은 금융상품은 없습니다. (그러면 다들 그렇게 하겠죠) 예를 들어 지금 보통예금에 방치하고 있는 퇴직연금을 미국 주식 30%, 채권 20%, 한국 주식 20% 등으로 구성된 임의의 포트폴리오로 다 바꿔서 보관한다면 어느 해에는 수익률이 10%가 넘을 수도 있지만 어느 해에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10%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식의 수익률이 더 좋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주식의 수익률은 어느 해에는 좋고 어느 해에는 나쁘지만 평균적으로는 예금보다 좋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동의하더라도 퇴직연금 가입자 누군가 노후자금이 필요한 어떤 특정한 시기에 주식시장이 계속 약세라면 그가 사망한 후에 주식시장이 반등해서 수십년간의 평균적인 수익률이 꽤 높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유로화의 탄생?

새로운 사실: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유로화의 디지털 버전을 도입하는 것을 매우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유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화폐는 도입된다면 유럽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공식 전자화폐가 될 전망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이미 많은 경우에서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충전해놓고 사용하고 있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그런 사례들입니다. 돈인데 형체는 없고 디지털 방식으로 오고 가지만 아무도 그게 돈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디지털화폐입니다.

지금은 민간업체들이 그걸 발행해서 진짜 돈을 받고 팔면서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는 방식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발행은 내가 할게, 인프라는 누가 깔래?”: 문제는 유럽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게 될 경우 그 디지털 화폐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사용하기 위한 결제 인프라가 필요할 텐데 그걸 누가 제공하느냐 그에 따른 비용은 어떻게 지급하느냐의 이슈가 남게 됩니다. 만약 중앙은행이 별도의 앱을 만들어 보급하고 그것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게 된다면 민간 업체들이 만들고 보급해온 디지털 화폐들과 어떻게 충돌하고 경쟁하게 될 것인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유럽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직접 만들어서 공급하는 것을 검토하는 이유는 화폐의 발행과 유통을 민간업체들에게 맡기는 것은 좋지 않다는 원칙 이외에도 디지털 화폐를 통화정책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 어렵지만(은행에 예금할 때 마이너스 이자를 준다고 하면 다들 현금으로 찾아서 서랍에 넣어둘 것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화폐는 매일 조금씩 화폐 금액이 줄어들게 설계하는 것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1유로가 1년 후에는 0.99유로로 바뀌는 것은 종이 화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디지털 화폐에서는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그 화폐를 보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1%라는 금리를 적용받게 되는 셈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녹아 없어지는 돈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소비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고 그 과정에서 소비와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요동치는 환율: 중국 위안화의 값이 비싸지고 있습니다. 올해 5월만 해도 1달러를 사려면 7.16위안을 줘야 했지만, 이제는 6.69위안만 주면 살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가 주요 선진국 대비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면 중국은 수출할 때 손해를 보기에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상승 속도를 줄일 정책을 냈습니다.  위안화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한국 원화도 비싸지고 있습니다. 지난 봄 1300원 가까이 오르기도 했던 달러·원 환율은 이제 1140원대로 내려앉았습니다.

📼끼워팔기 못 벗어나는 국산 OTT: 올해 국내 OTT 시장 규모가 7801억원으로 작년(6345억원) 대비 22.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달 넷플릭스 카드 결제금액은 462억원에 달했을 정도입니다. 다만 토종 OTT의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콘텐츠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각 이동통신사들은 자사 OTT를 보너스 상품으로 끼워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OTT로 무게중심 옮기는 디즈니: OTT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으로도 콘텐츠를 유통하던 미국 월트디즈니는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합니다. 자사 OTT인 ‘디즈니+’를 중심으로 콘텐츠 공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코로나19가 계기가 됐습니다. 이를 위해 TV네트워크와 영화스튜디오, 온라인서비스 등 유통망 관리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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