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가 가진 세 가지 장점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빅히트가 가진 세 가지 장점

BTS, 출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새로운 사실: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곧 코스피에 상장합니다. 이번 빅히트 공모주 청약*에는 증거금 약 58조원이 몰렸고, 경쟁률은 약 600:1을 기록했습니다.

비상장 기업들이 상장할 때는 기관∙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아 새로운 주식을 배정하는데요. 이를 공모주라고 합니다.

빅히트는 주당 13만5000원에 상장하는데요. 빅히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듯 증권가에선 목표가를 16만원에서 38만원까지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만일 주가가 38만원까지 오른다면 빅히트의 몸값은 14조원까지 오르는데요. 빅히트가 올해 벌어들일 영업이익(약 1000억원)의 140배나 되는 금액입니다. 빅히트가 그만큼 고평가 받고 있는 거죠.

다만 빅히트에도 엄연한 단점이 있는 만큼, 이 가격이 적당한가보다는 시장에서 빅히트를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를 해설해드리려고 합니다.

1. 유형자산이 아닌 무형자산이 비결: 지난 7월에 게재된 ‘고평가된 아마존 주식, 왜들 계속 사들일까?’에서 소개했던 무형자산의 개념을 기억하시나요? 코스피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각 기업들이 가진 순자산과 거의 비슷한데요.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회사들은 이 비율이 20배를 훌쩍 넘어섭니다. 그 배경에는 무형자산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인 무형자산은 유형자산에 비해서 좀 더 엄격한 회계처리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과소평가된다는 내용을 설명드렸지요.

빅히트라는 회사도 유형자산(공장, 제조장비 등)이 아닌 BTS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무형자산(팬덤)으로 돈을 버는 회사입니다. 게다가 빅히트에는 다른 연예기획사와 달리 ‘위버스’라는 플랫폼도 있습니다. 이 역시 팬들의 소비를 이끌어내는 무형자산입니다.

유형자산으로 돈을 버는 제조업 회사에 비해서 빅히트처럼 무형자산으로 돈을 버는 회사가 가진 장점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형자산으로 돈을 버는 제조업체는 경제 상황에 따라 투자를 늘렸다가 줄였다가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화학 업황이 호황일 때 돈을 아껴두었다가 불황이 왔을 때 투자를 많이 하게 되면, 나중에 호황이 왔을 때 더 커진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큰 돈을 벌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투자의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제조업 회사들은 적정한 수준의 현금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형자산으로 돈을 버는 회사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이클이 없기 때문에 적은 자본을 가지고 있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 역시 극단적으로 적은 자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자본을 많이 들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큰 장점입니다.

2. 회사를 믿어주는 주주들: BTS의 팬클럽 아미(ARMY)는 약 150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그중 빅히트가 만든 플랫폼인 위버스에 가입한 사람만 860만명입니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한 이후, 총 4개의 정규앨범을 발매했는데,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기는 2017년이었습니다. 이후,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앨범 발매를 통해서 두터운 팬덤을 확보했는데요. 특이한 점은 2019년까지 방탄소년단의 연간 앨범 판매량 중에서 옛날 앨범의 판매비중이 60%나 된다는 겁니다. 새롭게 유입된 아미가 이전 앨범까지 구매했기 때문이죠. 이처럼 빅히트에는 상당히 두터운 팬층이 있습니다. 이러한 팬심은 어떻게 주가에 연결될 수 있을까요?

이전 글(“한 달 새 70% 오른 현대차 주가가 의미하는 것”)에서 소개했던 ERP(주식 위험 프리미엄)의 개념을 다시 한번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예금만 하던 사람이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으면 주식 투자를 시작할 건지가 ERP 개념인데요.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거죠. “지금 예금 금리가 1%인데요. 얼마를 더 보상해주면, 예금에 있는 돈을 주식으로 옮기시겠어요?” 이 대답에 어떤 사람(A)은 ‘나는 2%포인트만 더 줘도 주식으로 간다’라고 하는데, 다른 사람(B)은 ‘나는 8%포인트는 줘야 주식으로 간다’라고 해봅시다. 이렇게 물어본 값들의 평균을 계산해보면, 주식에 적용되는 ERP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같은 개념을 개별 주식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요. 아미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요? “금리를 얼마나 보상해주면, 예금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BTS가 있는 빅히트 주식으로 돈을 옮기시겠어요?” 아마도 조금만 보상해줘도 된다는 답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겠지요? 이처럼 팬심을 가지고 기업을 기다려주는 소위 강성 주주들이 많을수록 ERP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셀트리온의 미래를 믿고 장기투자를 해온 강성 주주들이나, 일론 머스크가 만들어갈 미래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테슬라 투자자들은 모두 매우 낮은 ERP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주가를 설명하는 새로운 개념, 리얼옵션: 최근에 국내 복권판매량이 15년 만에 최대치라는 뉴스가 나왔는데요. 잠시 복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매되는 복권의 당첨금 기댓값은 대략 55% 정도입니다. 1000원짜리 복권을 10명이 사면 이들이 내는 돈은 총 1만원이겠지만, 당첨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다 합쳐도 5500원이란 얘깁니다. 한 장 살 때마다 평균 450원씩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그래도 복권은 매주 8000만장이 넘게 팔립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450원을 더 내고 복권을 살까요? 이 개념을 전문 용어로 ‘리얼옵션’이라고 합니다.

복권이 가진 특유의 손익구조 때문입니다. 복권의 손실은 제한적이고, 예상 가능합니다. 1000원짜리 복권을 사면 돈을 1000원까지만 날리게 됩니다. 반면, 이익은 제한이 없고 예상이 불가능합니다. 당첨될 확률이 낮다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어느 쪽에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네. 사람들은 이러한 특이한 수익구조를 450원이라는 돈을 기꺼이 지불하고 사는 것이죠.

이와 유사한 금융상품으로 옵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연말에 5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콜 옵션)가 대표적입니다. 이 콜 옵션을 산 사람은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이 안 되면 돈을 모두 날립니다. 하지만 주가가 5만원을 넘기면 그때부터 가치가 크게 증가하죠. 투자 금액을 전부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상품이지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콜 옵션을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회사 측에서 이야기한 BTS의 팬은 2억명이 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BTS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세븐틴(3300만명), 뉴이스트(700만명), TXT(3400만명), 여자친구(900만명) 등의 아티스트들의 팬덤 역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다른 아티스트도 육성해낼 거고요. 다른 아티스트가 성공하지 못했을 때 손실 폭은 제한적인 반면, BTS처럼 성공하는 사례가 또 나온다면 엄청난 매출을 낼 거라고 투자자들은 기대하는 듯합니다. 복권이나 콜 옵션에 투자하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빅히트는 이런 이유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오늘의 이슈

코로나 충격은 저소득층이 더 많이 받는다

새로운 사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저소득층이 경제적인 타격을 고소득층보다 더 많이 입는다는 가설이 통계로도 입증됐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월부터 지난 8월까지 미국의 근로자를 조사한 보고서였는데요. 시급이 28달러가 넘는 직종의 근로자 숫자는 이 기간 오히려 1.2% 증가했는데, 시급이 16달러 이하인 근로자는 27%가량 감소했습니다.

이 통계는 저소득층 근로자의 직업 상실률이 훨씬 높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긴급 실업 구제금의 액수가 평소 해당 근로자들의 급여보다 오히려 많아지는 바람에 근로자들이 취업에 나서지 않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대개 고소득층은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고객을 직접 대하지 않아도 되는 무형의 서비스여서 재택근무 등이 가능한 반면 저소득층은 고객을 직접 대하고 접촉하는 일을 주로 해서 원격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것이 이런 격차의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IT기술의 발전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실업의 규모를 줄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IMF에 따르면 만약 5년전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실업률은 지금보다 2% 포인트 가량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물론 IT기술은 IT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더 높은 고소득층의 일자리를 더 잘 보호합니다.

주식 3억원치 넘게 들고 있으면 세금 내야

새로운 사실: 정부가 올해 주식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낼 대상을 <연말 기준 상장주식 특정 종목 10억원어치 이상 보유자>에서 <연말 기준 상장주식 특정 종목 3억원어치 이상 보유자>로 바꾸는 안을 강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연말 기준으로 상장주식 특정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하게 될 것 같은 투자자들 대부분은 3억원어치 이하로만 남기고 대부분 처분하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증시에는 이 대주주 자격 회피 물량이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이 쏟아지고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초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은 1️⃣주식 양도소득세가 2023년부터 전면 과세되니 내년과 내후년은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서 연말의 매물 소동을 근본적으로 없애자 2️⃣그게 안 된다면 10억원을 3억원으로 낮추는 것이라도 하지 말자 3️⃣주식 보유 수를 계산할 때 직계존비속의 보유량을 모두 합산해서 3억원이 넘으면 대주주라고 간주하는 것을 개인별 보유물량으로만 계산하자 등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3번만 받아들이기로 한 것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영상회의 시장 뛰어든 엔비디아: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영상회의 플랫폼 ‘맥신’을 출시했습니다. 맥신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네트워크 속도와 전송량이 떨어지더라도 화면 속 뒷배경 등을 자동으로 저용량 처리해서 끊김 없이 영상회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탑재했습니다. 일반인들이 다운로드할 수는 없고, 개발자들이 SDK(소프트웨어 개발키트) 형태로 자신들이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에 탑재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프리랜서도 산재 적용: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도 내년 7월부터 산재보험이 적용됩니다. 현행 법규상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특수고용직은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등 14개 직종인데 여기에 소프트웨어 프리랜서를 추가하는 겁니다.

🦕미국 하원도 “IT공룡 독점 막아야”: 미국 하원 소위원회가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이른바 IT공룡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소위는 또 이들 기업의 독점행태를 막기 위해 연방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선 IT 대기업의 독점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와 주 정부들도 이들 기업이 반독점법을 위반하진 않았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도 핀테크 참전: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와 디지털 증권사를 설립합니다. KB증권과 디셈버앤컴퍼니가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전략을 추천하고, 엔씨소프트는 AI를 활용해 이 조언을 자연어로 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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