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빌리는 돈에도 제한을 두자고?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정부가 빌리는 돈에도 제한을 두자고?

새로운 사실: 정부가 한국형 재정준칙이라는 걸 만들고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빚에도 제한을 두자는 건데요. 그런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늘 그렇지만 요즘 세계 경제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경기를 살려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원래 경기라는 것은 굳이 살려내려고 노력하지 하지 않아도 경제 주체들이 알아서 투자도 하고 소비도 하면서 잘 돌아가는 게, 그래서 가끔은 오히려 과열을 걱정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었습니다만, 요즘은 그 엔진이 많이 식었습니다.

왜 경제가 잘 성장하지 못하나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경제라는 건 늘 성장하는 게 아니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긴 합니다. 인류 역사상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최근 수백년의 일입니다. 산업혁명, 인터넷 혁명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산업과 그 산업들이 쏟아내는 새로운 상품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일자리들이 쏟아지는 시기가 나타나면 그 덕분에 경제는 많이 성장합니다. 하지만 그런 가파른 성장 이후에는 또 한동안 침체기가 오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인류가 매년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소비자들은 그 상품을 기꺼이 사들이면서 선순환을 이어가는 게 늘 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채, 좀비 기업들, 고령화 등을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은 결국 다른 말로 하면 새로운 상품을 개발·생산해내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저해하는 요인들입니다. 경기는 그래서 안 좋습니다. 사람이 늙어가는 것과 비습하기도 합니다. 언제나 영원히 청춘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뭔가요: 불경기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왔습니다. 금리를 낮추고(통화정책), 여러가지 산업진흥 정책을 펴기도 하고 감세를 하기도 하고 정부가 재정을 풀기도 했습니다. 일부 효과가 있기도 하고 때로는 기대에 못 미치기는 하지만 이제 더 해볼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재정을 더 쏟아붓는 것밖에 안 남았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단순한 결론입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열심이 돈을 써야 하고, 그 주체는 가계 기업 정부 셋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가계와 기업은 돈을 쓰라고 강제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멀리 돌아왔지만 결론은 정부가 돈을 써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인데요. 문제는 정부가 쓰는 돈은 세금으로 걷거나 아니면 정부가 돈을 꿔오는 수밖에 없고, 세금으로 걷으면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활동이 움츠러듭니다. 유일한 방법은 정부가 빚을 내서 시중의 돈을 빌려다가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되지 뭐가 문제인가요: 그 과정에서 정부의 부채가 늘어나게 되는데요. 문제는 정부의 부채가 어느 정도로 늘어나는 게 괜찮은지 기준이 없다는 점입니다. 가계나 기업은 부채는 많은데 버는 돈이 적으면 가만히 놔둬도 저절로 망하거나 파산하지만 정부는 부채가 많아도 계속 돈을 찍어서 갚으면서 버틸 수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경기를 살리자는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도 꽤 많습니다. 이걸 현대화폐이론(MMT)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한다는 게 현재까지의 중론입니다. 사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정부가 부채를 일으키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 있지만 정부가 돈을 쓰는 용도는 경제를 살리는 목적보다는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엉뚱한 지출을 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그 용도에 대해 시비를 걸고 따지기도 어렵습니다. 어디에 돈을 쓰는게 경제를 살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지도 끝이 없는 토론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부채를 조달해서 재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제한과 견제수단을 두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게 이른바 <한국형 재정준칙>입니다.

재정을 푸는 게 경기를 살리는 방법이긴 하지만 그 실탄에는 한계가 있는데 선거로 집권한 정치인이 그 실탄을 함부로 쓰기 시작하면 다음 정부에서 쓸 실탄도 부족해지고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으니 아예 법으로 그 실탄 사용량을 정해두자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제도이지만 이미 많은 국가들에서는 도입된 제도입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34개국이 도입해서 운용중입니다. 물론 잘 지키고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규제하는 건가요: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를 넘지 않게 하고 한 해의 총수입과 총지출의 격차인 통합재정수지는 -3% 이내로 적자 폭의 한도를 두는 것입니다.

참고로 통합재정수지는 정부가 세금으로 걷은 돈뿐만 아니라 각종 기금, 4대보험 등 정부가 걷어가는 모든 돈을 수입으로 보고, 정부가 지출하는 모든 돈을 지출로 분류한 후에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세금으로 걷는 돈보다는 정부 지출이 늘 많아서 적자이지만 4대보험(특히 국민연금)으로 걷은 돈보다 4대보험 지출액은 적어서(아직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이 받는 사람들보다 더 많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흑자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이조차도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정준칙은 잘 지켜질까요: 관건은 이 규정이 얼마나 잘 지켜지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변수는 <불경기에는 안 그래도 세금이 적게 걷히고 그럼에도 수지를 맞추려면 정부가 돈을 아껴서 쓰는 수밖에 없는데 불경기에 정부마저 돈을 안쓰면 경기는 더 악화되지 않겠느냐>는 반론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국가채무가 늘어온 이유도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이고 지금이 바로 정부가 돈을 써야 할 시점>이라는 여론이 거의 모든 시기에 항상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이슈

주식 담보대출은 왜 이자가 비쌀까

증권사들은 고객들이 돈을 빌려서 주식에 투자하려고 할 때 돈을 쉽게 빌려줍니다. 어차피 계좌의 관리를 증권사가 하기 때문에 빌려간 돈보다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려고 하면 주식을 바로 내다 팔아서 원금을 확보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때 적용하는 이자율이 5~9%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보다 훨씬 높습니다.

새로운 사실: 정부가 이 부분을 직접 규제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금리를 직접 낮추라고 하기보다는 대출금리의 산정 근거를 고객에게 알려주라는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큰 실효성은 없어보입니다. 신용융자나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소비자들이 그렇게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지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싼 금리지만 그 금리를 부담하고도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꺼이 부담합니다. 증권사들이 그 금리의 산정 내역을 공개하더라도 신용대출 수요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몇 가지 의문은 있습니다. 왜 증권사들은 은행들처럼 신용대출 금리 경쟁을 하지 않을까. 그리고 조달원가보다 더 높은 금리가 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요.

이자가 비싸도 소비자들이 찾는다: 소비자들은 더 싼 금리를 찾아 증권사를 옮길 경우 매우 번거롭고 불편해집니다. 주택담보대출처럼 이자 차이가 큰 경우는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대출 갈아타기를 하지만 신용융자나 담보대출은 단기간만 쓰고 갚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자가 좀 비싸도 증권사를 바꾸고 새로 계좌를 트고 거래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불편을 굳이 감수하지 않습니다. 은행에 가면 더 싼 금리로 대출을 받을수 있지만 전화 한 통으로 대출 받을 수 있는 고금리의 대부업 상품의 편리함을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걸 아는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금리 홍보나 저금리 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빌려줄 돈도 한계가 있다: 조달원가보다 더 높은 금리가 유지되는 이유는 증권사가 신용으로 빌려줄 수 있는 돈이 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개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만 빌려줍니다. 어차피 빌려줄 수 있는 돈이 한계가 있다면 조달원가와 무관하게 높은 금리를 부르고 거기에 응하는 소비자들에게만 대출을 제공하는 게 증권사 입장에서는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대출 가능금액이 있다면 3%의 이자로 100억원을 모두 소진하는 것보다 7% 의자를 받으면서 50%만 소진하는 게 더 낫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원가가 1만원 이하인 스테이크를 5만원씩 받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어차피 테이블 숫자에 한계가 있으니 5만원씩 내는 손님만 받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시장이 뜨거울 때는 비싼 이자라도 물고 신용거래를 하려고 하고 시장이 차가우면 그런 거래를 하지 않을 뿐, 이자가 싸다고 신용거래를 더 하고 이자가 비싸다고 신용거래를 줄이지는 않습니다.

증권사들의 고금리 대출은 소비자들이 금리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정부가 억지로 낮추는 걸 강요하지 않는 한 금리가 저절로 낮아질 이유는 없습니다. 높은 금리에도 신용대출을 받는 수요가 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가 없앤 미국 일자리 380만개

새로운 사실: 코로나19로 인해서 <영구적으로 사라진 일자리>가 38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 노동부 조사에서 자신이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났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숫자입니다. 지난달에는 340만명 수준이었는데 한달 만에 34만명 정도가 더 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가장 큰 이유가 이런 영구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한두달 만에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이나 가게들이 직원을 줄이거나 사업을 접지는 않지만 이 기간이 길어지면 이런 영구실업자들이 늘어납니다.

가게로 치면 가게가 문을 닫는 경우에서 이런 영구실업자들이 주로 생깁니다. 물론 경기가 좋아지면 그 자리에 비슷한 업종의 다른 가게가 생길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일자리도 다시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은 우리가 그동안 우려했던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비즈니스의 붕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IT공룡 저격수 바이든: 애플, 아마존 등 미국의 대형 ‘IT공룡’들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증세 공약에 다른 업종보다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들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의 수혜를 받아왔는데요. 아마존은 지난 2018년에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오히려 과거에 냈던 세금을 돌려받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적은 세금을 내온 탓에 바이든의 증세 공약이 실현되면, IT 대기업들은 10% 이상 수익이 줄어들 거라는 분석입니다.

💳카드론까지 끌어서 투자: 지난 8월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카드론 이용액은 3조90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01억원(11.7%)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늘어난 게 주효한 걸로 보이지만,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사람도 많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카드론의 금리가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고신용자는 최저 4.0%에도 카드론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백화점도 월 2회 휴업?: 대형마트는 현재 의무적으로 월 2회 휴업해야 하는데요. 백화점도 이 규정을 따르도록 하는 규제가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전통상권과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입니다. 대형유통사의 점포가 원거리 상권까지 흡수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하지만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약진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업체를 규제하는 건 부당하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중국 제재 유탄 맞은 마이크론: 미국이 중국 통신·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세계 3위 D램 생산업체인 마이크론은 대규모 납품처인 화웨이가 사라져 실적이 나빠질 거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화웨이를 대체할 다른 스마트폰 판매업체를 찾는 데는 내년 2월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최소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까지는 화웨이 제재로 인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하락장 버틴 리츠: 올해 들어 성장주에 치여 고전해 오던 리츠가 지난달 하락에서 뛰어난 방어력을 보여줬습니다. 지난달 말(21~25일) 코스피가 5.54% 하락하는 동안 국내 상장 리츠는 0.3% 떨어지는 데 그쳤습니다. 리츠는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인데요. 이 부동산의 임대료를 배당수익으로 지급하는 덕에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상장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연 6%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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