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스타트업으로 남아라 – 페이스북코리아

성공하는 기업의 문화를 연구합니다.

그 회사의 기업문화

끝까지 스타트업으로 남아라

매주, CEO가 전 직원 앞에 섭니다. 이 자리에서는 회사와 관련된 어떤 질문도 허용됩니다. 당연히 아픈 질문도 많습니다. 하지만 CEO는 모든 질문에 성심 성의껏 답해야 합니다. 수년째 계속돼오고 있지만 질문을 문제 삼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스타트업스러운 풍경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소통과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는 명목 아래 전 직원이 자주 모이는 모습은 흔합니다. 대기업으로 갈수록 없어지는 자리죠. 그 많은 인원의 목소리를 다 들을 수도 없고 효율을 생각하면 다 들을 필요도 없으니까요.

말씀드린 세션의 이름은 ‘마크의 Q&A’로, 질문을 받는 CEO는 마크 저커버그입니다. 월간 활동 이용자 31억 명을 보유한 페이스북의 이야기죠. CEO가 직원들에게 질문을 듣는 문화는 초창기 때부터 있던 것입니다. 2004년 하버드의 교내 커뮤니티로 시작돼 이제는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됐지만, 여전히 창업 초기 때처럼 일한다는 얘기입니다. 직원이 5만 명이 넘는데 말입니다.

페이스북의 문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스타트업의 자세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지키는 걸 성장의 핵심이라 여깁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페이스북 글로벌의 문화를 가장 잘 담아내면서도 로컬의 차별점을 살려 일하고 있는 지사입니다. 전세계 70개 지사 중 최근 수년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죠.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에게 그들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물었습니다.

정기현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


🚀 ‘스타트업’ 페이스북의 핵심 가치가 오늘날의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다음은 페이스북이 시작할 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지 초기 멤버들이 고민 끝에 정한 5가지의 핵심 가치입니다.

● Build social values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라)
● Focus on impact (임팩트에 집중하라)
● Be open (투명하라)
● Move fast (빠르게 움직여라)
● Be bold (대담하라)

“이 다섯가지 가치가 페이스북이 성공 공식이었어요. 이를 지켜냈기 때문에 오늘날의 페이스북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창업 초창기에는 모든 회사가 이상적인 문화를 외칩니다. ‘고객이 최우선’ 이라거나 ‘수평적인 분위기’ 같은 것들이죠.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런 선언들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희미해집니다. 핑계는 많습니다. ‘직원이 너무 많아져서 위계 없이는 회사가 안 돌아간다’ 같은 것들입니다. ‘이상적인 문화는 애초에 인원이 적은 스타트업이니까 가능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5만 명이 넘는 조직이 언제까지나 빠르게 움직이긴 어려우니까요. 페이스북은 어떻게 이를 지켜내고 있는 걸까요.

🙎‍♂️ 리더십의 강한 의지

주커버그는 <마크의 Q&A>를 수년째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Be open’이라는 핵심 가치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직원들이 ‘Be open’을 문제삼은 적이 있어요. 회사가 너무 방대한 정보를 직원 전체에 공유하니까 자꾸 민감한 정보가 외부에 흘러나가 나쁜 기사로 돌아오는게 너무 싫다는 거죠. 차라리 정보 공유를 줄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질문이 마크의 Q&A에서 여러번 나왔어요. 그런데도 마크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경영진은 단호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보를 개방하면서, 서로를 신뢰하면서 성장해 왔는데 몇몇 사례들 때문에 철학을 바꿀 수는 없다는 말이었죠.

 

마크의 QnA에서 질문을 받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경영진의 의지는 전 세계의 직원들에게도 ‘핵심 가치에만 집중해도 된다’는 믿음을 심어줬습니다. 이는 최근 몇년 간 페이스북코리아가 달성한 마일스톤에서도 묻어납니다. 첫번째 핵심가치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라’의 결과였습니다.

“정말로, 페이스북은 성과와 성장을 우선하지 않습니다. 모든 일은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가’에 따라 결정돼요. 페이스북코리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는 Boost with Facebook,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Made by Korea, 국내 기술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남산랩, 그 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장한 수많은 기업들까지. 연결을 통해 사람과 기업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해 왔어요. 딱 봐도 당장 매출을 낼 수 있는 일들은 아니죠. 하지만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회사의 성장을 이끈다고 구성원들은 믿고 있습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주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Boost with Facebook, 서울에서 진행한 Made By Korea, 남산랩 1기 참가자들, 남산랩 입구

정기현 대표는 “경영진을 보면 ‘정말 이 가치들을 지켜내는 것이 회사의 존속을 좌우한다고 믿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고 했습니다. CEO부터 그러니 수많은 직원들도 그에 따라 움직입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힘을 받게 됩니다.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의지, 규모가 커서 역량이 분산될 여지가 큰 기업에게 꼭 필요한 요소죠.

👍 권한 부여와 신뢰

구성원 개개인에게 상당한 권한이 있습니다. 빠르고(Move fast) 과감하게(Be bold) 움직이기 위해서입니다. 팀별 목표 정도만 정해지며 이를 실현만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일하던 간섭하지 않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담당자를 질책하기보다는 팀이 함께 모여 더 나은 방안을 고민합니다.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없으면 스타트업의 자세를 이어가는 건 불가능해요. 믿지 않는데 어떻게 권한을 주고 빨리 움직이라고 하겠어요. 페이스북의 신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재택 근무 전환입니다. 업계에서 가장 빨리 재택 근무를 시행했고 최근에는 내년 7월까지 연장했습니다. 코로나 떄문에 가족을 돌봐야 하면 연차와 무관하게 10주의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어요. 저희 같은 규모의 회사로서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신뢰가 있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본인에게 맡겼고 알아서 잘할 테니 근무 형태는 문제가 안 된다는 거죠.”

“이 신뢰가 한국에 들어오니 한국 특유의 끈끈한 유대감과 시너지를 내기도 했어요. 본사에서는 그런 경우가 드문데 코리아는 직원끼리 주말에도 만나 운동을 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일이 많아요. 일을 하는 데 있어서의 신뢰는 인간적 유대감을 토대로 했을 때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더욱 탄탄한거죠.”

🎯 문화 유지 전담팀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한 팀이 별도로 있습니다. 각 나라의 지사들을 돌아다니면서 페이스북이 지향하는 조직 문화가 유지되는지 살피는 역할을 합니다. 정기적으로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단점을 보완하기도 하고 기업문화의 이해를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열기도 합니다.

단순히 ‘이렇게 일해라’라고 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에 맞춰 문화를 계속 보완해 나갑니다.

“종종 한국 지사에도 본사 문화 유지 전담팀 직원이 나와서 전 직원이 참여하는 세션을 열어요. 그 세션에 참여했던 기억나는데 제가 다닌 어떤 회사에서보다, 참여한 어떤 미팅에서보다 많은 의견이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본사의 문화와 한국의 문화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보니 ‘어떻게 저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도 한국의 환경에 맞게 일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도 하고요. 큰 틀에서는 페이스북이 스타트업일 때의 문화를 유지하지만 세부적으로는 계속 튜닝해 가는 거죠.”


정기현 대표는 ‘회사 차원에서 인원이 많아짐으로써 애써 지켜온 문화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문화 유지 전담팀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 페이스북에 어울리는 사람들

세계 최고 IT 회사인 만큼 난다 긴다 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페이스북에 오려고 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경력이나 엄청난 스킬셋이 채용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스타트업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전적이고 유연한 성향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을 찾기 위해 리크루팅 팀이 끊임 없이 움직이고, 후보자들 중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과할 정도로 많은 면접을 봅니다.

“이미 어느 정도 경력에 이르셨더라도 여전히 도전과 성취를 즐거움으로 여기시는 분들을 원합니다. 애초에 그런 동료들과 함께 해야만 가치를 잘 지켜낼 수 있어요.”

평가에 있어서도 페이스북코리아는 다른 국내 기업과는 다른 요소에 기준을 둡니다.

“우리나라 많은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가 일을 위한 일, 보고를 위한 보고, 연공서열 등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좋아졌지만, 저희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에는 아직 상당 부분 남아 있죠.”

아무리 평판이 좋은 직원도 구체적인 결과물 없이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평가 보고서에 ‘정기현님이 해당 업무를 잘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합니다’라는 표현은 아에 쓸 수 없습니다. ‘문제 A가 있었는데 대안 B를 선택해서 결과 C-1을 가져왔고, 그것을 토대로 내린 의사 결정이 C-2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같은 식으로 나와야 합니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만이 구성원의 역량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핵심 가치에 입각해서 고과를 평가해요. 그게 페이스북의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이고요.”


이 여정은 아직 1%밖에 끝나지 않았다 (This Journey is 1% finished)

페이스북이 아직도 스타트업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 온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라는 본질이 미래의 페이스북을 계속 뛰게 만들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31억의 사람들을 위한 성숙한 플랫폼이 되는 일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면서도, 기술 기업으로서의 자세는 그대로 지켜왔습니다. 엄청난 기술 개발 투자와 더불어, 여전히 실험적인 기술들을 과감하게 서비스에 적용합니다.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VR/AR)이나 AI, 통신기술(Connectivity), 빅데이터 학술연구(Data for good)등 주목 받는 기술 중에 페이스북이 하지 않는 분야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입니다.

“처음 이 회사를 만들 때 다짐했던 가치를 지키는 게 곧 페이스북의 본질을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보면 굉장히 이상적인 목표를 굉장히 이상적인 방식으로 이루려고 하는 중이죠. 그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했고, 문제도 많았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이제 그 가치들이 회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코리아도 이 기조에 뿌리를 두고 성장하고 있고요.”

페이스북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여정은 아직 1%밖에 끝나지 않았다.”


스타트업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면

1. 창업 초기의 일하는 방식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권한 부여와 신뢰가 필수입니다. 구성원들도 초창기 멤버처럼 일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스타트업처럼 유기적이고 빠른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페이스북이 초창기의 일하는 방식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권한 부여와 신뢰라는 기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 문화 유지를 목적으로 삼는 팀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페이스북의 문화 유지 전담팀은 명문화된 가치나 CEO Talk로는 닿지 못하는 조직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는 조직 전체가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3. 아무리 좋은 문화도 문화적 적합성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고역일 수 있습니다. 어떤 문화든 그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게 우선입니다. 페이스북은 창업 초기의 일하는 방식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초창기부터 채용에 공을 들였습니다. 현재 페이스북이 스타트업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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