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이후, 아베노믹스는 계속될까?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아베 이후, 아베노믹스는 계속될까?

새로운 사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일본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도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안그래도 아베노믹스가 과연 효과가 있는 정책이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던 상황에서 아베가 쓰러지고 나면 아베노믹스도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 변화가 온다면 어떤 식의 변화가 올 것인지 그게 자산시장에는 어떤 변수가 될 것인지도 흥미롭습니다. 여러 뉴스들이 그런 방향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와 재조명을 하고 있습니다.

아베노믹스란: 아베 수상이 내놓은 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정책은 과거에 시도하지 않았던 강력한 부양책입니다. 요즘 미국에서 하고 있는 ‘전례없는’ 돈풀기 정책이 사실은 미국에서만 전례가 없었을 뿐 일본에서는 그동안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해오던 정책입니다. 일본은행(중앙은행)이 발권력으로 돈을 찍어서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계속 사들이고 그렇게 해서 시중의 돈이 갈 곳을 잃게 만들어 금리를 극단적으로 내리는 정책입니다. (우량 자산인 국채의 금리가 낮아지면, 그보다 수익률이 높은 자산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입니다)

그러면 극단적인 저금리로 인해 돈들이 투자로 이어지고 극단적인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엔화는 약세가 되고 그러면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도 좋아질 것이라는 게 아베노믹스의 시나리오였습니다. 다만 그 수단이 ‘무제한 돈 풀기’라는 인류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정책이라는 점에서 혹시 부작용이 없을지 걱정이었습니다. 현재까지는 당장 나타나는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돈을 무제한으로 풀어도 된다?: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서 시중에 풀면 두가지 부작용이 생깁니다. 1. 물가급등 2. 환율급등입니다. 돈을 찍어서 풀면 돈 가치가 떨어지고 그러면 그 나라 화폐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서 경제가 피폐해진다는 게 정설이기도 하고 실제로 일부 국가들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또 화폐 가치에 대한 의심으로 환율이 치솟고(화폐가치 하락) 수입물가가 급등하는 일도 걱정되지만 역시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일이기도 하고 다행스런 일이기도 하고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 터키 등의 나라에서는 일본처럼 돈을 함부로 푸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그 나라 화폐가치가 추락하는데요. 그 이유는 그 나라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 달러를 벌어들일 곳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즉 기본적으로 무역이나 관광, 또는 해외투자 등을 통해 스스로 벌어들이는 달러가 부족해서 외국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달러를 들고 들어오지 않으면 그 나라 화폐가치가 불안해지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위기 때 달러가 많아지는 나라: 그러나 일본은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여러 루트가 모두 탄탄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경제가 어려워지면 외국에서 달러가 거꾸로 들어옵니다. 해외 투자를 하던 일본인들이 불안해서 투자를 멈추고 달러를 갖고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건 일본만의 강점입니다. (이런 나라가 드뭅니다.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28년째 세계 1위입니다. 해외에 뿌려놓은 일본인 소유의 달러가 그렇게 많다는 뜻입니다.) 돈을 적극적으로 찍어서 푸는 아베노믹스의 시동을 과감하게 걸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엔화 강세가 걱정이지 엔화가 치명적일 정도로 약세가 될 일은 애초에 없다는 판단이었던 겁니다.

돈을 함부로 찍으면 시중에 돈이 넘쳐흘러서 물가가 오르지 않느냐는 부작용도 일본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건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어찌 보면 슬픈 일입니다. 부작용이 나중에 생기더라도 일단 물가가 좀 올라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인들은 물가 하락을 걱정한다: 그 이유는 일본인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디플레이션 심리 때문입니다. 원래 시중의 유동성(통화량)은 경제주체인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받고 투자를 하고 소비를 하면서 늘어나는 것인데요. (그래서 돈을 일부러 풀지 않아도 저절로 풀리면서 돌아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우울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풀어대는 게 그 양의 대단함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으로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이 대목 때문에 아베노믹스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어차피 안 되는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고, 아베노믹스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좀 더 추진하다 보면 성과가 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마치 젖은 장작에 불을 붙이는 일과 비슷합니다. 어차피 안 되는 일일 수도 있고, 계속 하다 보면 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아베노믹스 계속 이어질까: 아베의 사임 이후 아베노믹스의 향방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만, 아베의 뒤를 잇는 지도자의 생각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다만 아베노믹스가 아니라면 어떤 대안이 있는가에 대해 일본에서는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베노믹스와 비슷한 경제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모두 아베노믹스와 비슷한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일본만 다른 선택을 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진짜 문제는 좀비기업: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을 찍어서 푸는 그 자체가 가져오는 부작용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그보단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저금리와 유동성 환경으로 인해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경제가 침체가 되고 사람들의 소비심리, 투자심리가 사라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1️⃣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 2️⃣사람들의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자극할만한 대상의 부재입니다. 1번은 2번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사람들의 소비를 자극해야 합니다만, 그러려면 기존 기업들 가운데 부실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자주 망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금리와 높은 유동성, 그리고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보호정책 하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망하지도 않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근로자가 해고되지도 않습니다.

혹시라도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포기한다면 가장 먼저 나타날 현상은 엔화 강세일 것입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엔화의 공급을 줄인다는 신호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의 이슈

요즘 은이 금보다 많이 오르는 이유

새로운 사실: 요즘은 금보다 은이 더 잘 오릅니다. 그래서 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국제 은 선물 가격은 최근 한 달 동안 약 14% 올라서 2% 남짓 오른 금보다 더 관심을 끌 만했습니다. 금 가격을 은 가격으로 나눈 금/은 비율은 한때 금이 비쌀 때는 80배까지 올라갔다가 최근엔 68배까지 떨어졌습니다. 은은 금보다 가격 변동성이 더 심한데 그 이유는 은이 귀금속 또는 안전자산의 성격도 갖고 있지만 절반 이상은 산업재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재로 쓰이는 은: 은은 전기전도성이 구리보다 뛰어난 유일한 금속이어서 비싸지만 전도성이 요구되는 전기전자 부품용으로 사용됩니다. 은의 수요처별 비중을 보면 전기전자 30%, 귀금속 제조용 20%, 금과 유사한 투자목적 19% , 태양광발전 10% 장신구 6% 납땜 5%, 사진인화 3%로 산업용 수요가 전체의 51% 수준입니다. 그렇다보니 경기가 좋아지면 가파르게 오르고 경기가 나빠지면 가격이 가파르게 내려갑니다. 마치 주가의 흐름과 비슷합니다. 수요가 ‘급변’하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산업용 수요만 존재하는 구리의 가격은 은보다 더 급하게 변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해외주식 직구 열풍에 신난 증권사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잔액이 4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증권사들의 고객 모시기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국내주식에 비해 해외주식은 수수료가 높기 때문입니다. 국내 증권사의 올 상반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은 2224억원으로 작년 동기(756억원) 대비 약 세 배로 늘었습니다. 증권사들은 거래 편의성 개선은 물론 해외주식 정보 제공, 수수료 우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한국 소득세 최고세율이 OECD 최고?: 한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 속도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가파르다는 한국경제의 보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지방세 포함 49.5%인데요. 2011년까지는 38.5%였습니다. 단, 인상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이지 OECD 회원국 중 13개 국가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한국보다 높습니다(OECD에는 37개 회원국이 있습니다).

🏭다시 구조조정하는 미국 산업계: 미국 산업계에 2차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충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인데요. 코카콜라는 북미 지역 인력 중 4000명을 희망퇴직 또는 해고하고, 다른 국가에서도 구조조정을 진행합니다. 코카콜라의 전 세계 임직원 수는 8만6200명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 3월 대대적으로 진행했던 일시 해고가 영구 해고로 확정되는 경우도 나타났습니다.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MGM리조트는 지난 3월 일시 해고한 직원 6만2000명 중 30%인 1만8000명을 최종 퇴사시키기로 했습니다.

🛒나스닥 상장 추진하는 쿠팡: 쿠팡이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에 나서며 나스닥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쿠팡은 설명회에서 130억달러(약 15조원)의 기업가치를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달성한 연간거래금액의 1.3배 수준입니다. 상장에 성공하면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하는 쿠팡의 자금 사정도 나아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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