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위기가 오더라도 이겨내는 방법 – 마이리얼트립

성공하는 기업의 문화를 연구합니다.

그 회사의 기업문화

전례 없는 위기가 오더라도 이겨내는 방법

여행 업계가 초토화됐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항공 운항이 중단되어 여행 자체를 갈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모든 여행업계에서 매출 80% 감소라는 절망적인 수치가 연일 발표됐습니다. 해외여행에 집중하고 있던 마이리얼트립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시장의 시선도 냉랭했죠.

지난 7월, 마이리얼트립이 시리즈 D 투자를 받았습니다. 432억 규모였습니다. 시장이 놀랐습니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회사가 반년도 안 되어 대규모 투자를 받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암담한 상황이었어요. 거래액이 바닥을 쳤죠. 하지만 마이리얼트립은 빠른 속도로 사업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다시 성장하기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해외여행 상품에 전사의 역량이 쏠려있던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 창궐 직후 국내 여행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곧 다시 성장을 시작했고 얼마 안 가 국내 여행 상품을 가장 많이 가진 회사가 됐습니다. 그리곤 대규모 투자를 받았죠. 이 모든 일이 2-3개월 만에 일어났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었을까요.

마이리얼트립 CTO 정재훈님
마이리얼트립 제품기획실장 / Lead PO 배재민님

 


💬 고객을 이해하는 공식이라니, 그런게 있나요?

마리트: 먼저 마이리얼트립의 고객 중심 사고에 대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마리트는 ‘모든 업무는 고객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라고 정의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 핵심가치 중 첫 번째 가치도 `고객 중심` 입니다.

리멤버: ’고객을 중요하게 여긴다’, 알겠습니다. 근데 말씀하신 고객을 이해하는 공식은 또 다른 얘기로 들립니다. 고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은 어떤 회사나 하잖아요.

마리트:  <모든 업무는 고객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라는 기조 아래서 일하다 보니 마이리얼트립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목소리를 조직 전체가 잘 내재화하고 실행까지 옮겨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왔어요. 이게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VOC(Voice of Customer: 고객 의견)가 너무 많고 산발적이라는 거였어요. 수많은 의견 중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죠. 모든 걸 실행으로 옮길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수인데도요.

리멤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식을 만드셨다는 거군요.

마리트: 네, 말하자면 고객을 이해하는 방식을 ‘표준화’를 한 거죠. 우리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요.

📞 고객의 목소리라는 정성적인 요소를 어떻게 공식으로 만들 수 있나요?

마리트: 4 Customer Questions(4CQ)가 고객을 이해하는 공식입니다. 수많은 VOC 중 어떤 의견에 집중할지 정할 때, 그에 기반해 다음 아이템을 고르기 위해 엄선한 4가지의 질문입니다. 일종의 선정 기준인 거죠. 명확한 기준 아래 구성원의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일이 진행됩니다. 분산된 리소스를 집중할 수 있으며 더 정확하고 빠르게 일할 수 있어요.

리멤버: 4CQ는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질문들에서 어떤 힌트를 찾을 수 있나요?

마리트:

 1) 즉각적인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가? Who is the immediate customer?

해당 서비스/기능을 사용하는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사용자에 대한 정의를 매우 구체적으로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다면 고객이 정말 원하는 기능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2) 사용자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해주길 원하는지 명확한가? What job does the customer hire us to do?

특정된 사용자가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불명확할 경우 기획, 디자인, 데이터, 마케팅 모두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3) 단순히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10배 더 잘할 수 있는 방안인가? What must we do 10x better?

액션 아이템을 정할 때 떠올려야 하는 질문입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을 새롭게 정의하고 혁신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스타트업입니다. 단순히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것 이상의 일을 해내야 합니다. 비슷한 무게를 가진 두 가지 업무가 생긴다면 무조건 임팩트가 큰일을 선택합니다.

4) 성공을 측정할 방법이 있는가?

성과를 측정할 수 없다면 그 일은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문제 정의와 할 일을 잘 정해도 성과 측정이 어렵다면 눈을 감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 4CQ라는 공식이 항상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4개의 요소도 사실 정성적인 질문이니까요.

마리트: 물론입니다. 4CQ를 통과하는 아이템이라고 다 성공한다면 걱정이 없겠죠.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마이리얼트립은 빠른 시도를 지향해요. 확신이 안 서더라도 빠르게 실험해보고 고객의 방향을 보며 아닌 것 같으면 바로 바꾸는 거죠.

리멤버: 예를 든다면요?

마리트: 마이리얼트립의 메인 페이지도 고객의 반응에 따라 당장 1분 뒤에라도 바뀔 수 있어야 해요.

리멤버: 그게 가능한가요?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마리트: 메인페이지가 트래픽이 크다 보니 많은 이해관계자의 니즈가 부딪히기도 합니다. 각 사업팀은 더 많은 노출을 통해 더 많은 매출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이 때 제품 도메인별로 PO(Product Owner)가 이 과정을 조율하고 있는데요, 4CQ를 통해 나온 새로운 상품이라면 무조건 노출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대신 클릭이 적은 것을 대체하게 됩니다. 모두가 만족스러울 수는 없겠지만 국내여행 고객이라는 새로운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니 빠른 반영과 테스트를 위해 이러한 과정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 위기에서 4CQ는 어떻게 활용되었나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마리트: 전사가 해외여행에 집중하고 있던 시기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아예 항공 운항이 중단되어 버렸죠.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거래액이 바닥을 쳤어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해외로 나갈 수 없었던 고객들은 국내 여행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국내 여행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어요. 예정되어있던 개발 일정을 모두 중단했고, 사업팀이든 제품팀이든 국내 여행에 집중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리멤버: 그전까지는 국내 여행 서비스를 다뤄본 적이 없었나요?

마리트: 일부 국내 여행 상품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마리트 서비스는 해외가 메인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여행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았습니다. 한시가 급했지만 ‘모든 일은 고객 이해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기조를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사업과 프로덕트 모두가 국내여행에 집중해 팀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함께 고객 조사를 하고 상품 소싱에 박차를 가하고 PO의 도메인 구분도 일시적으로 국내여행에 집중하여 다시 편제했습니다.

리멤버: 국내 여행 서비스를 계속해온 회사에도 ‘진짜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집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국내 여행을 사실상 처음 하는 마이리얼트립이, 그 급박한 상황에서 니즈를 파악하는 건 상당히 버거운 일로 보이는데요.

마리트: 그렇죠. 4CQ가 큰 힘을 발휘했던 것 같아요. 고객조사를 통해 수많은 VOC가 수집됐고, 이를 4CQ에 적용하면서 걸러내기 시작했어요. 국내 여행은 처음이었지만, 일하던 방식은 똑같았죠. 공식은 해외여행 고객과 국내 여행 고객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오래 지나지 않아 마이리얼트립의 새로운 고객을 ‘N박 이상의 여행을 계획하는 제주도 여행자’라는 페르소나를 정해낼 수 있었어요. 곧바로 페르소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리멤버: 정하신 페르소나는 범위가 다소 커 보입니다. 그 줄기에서 실행할 수 있는 아이템이 너무 많을 것 같은데요. 빠른 시간 안에 성장세를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진 않았나요?

마리트: 페르소나를 기준으로 나온 수많은 아이템이 있었죠. 급한 상황이긴 하지만, 저희는 그 아이템 중 일부를 추리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보단 다양한 상품을 테스트해보는 쪽을 선택했죠. 자동화된 메인페이지를 일부러 수동으로 변경해 우리가 시스템에서 직접 모든 구성을 바꿀 수 있도록 하고,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고객의 니즈를 확인하기 위한 창구로 삼았습니다.

아주 짧은 단위로 다양한 상품들을 마이리얼트립 메인 페이지에 노출하며 적절한 상품을 골라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 여행자들이 ‘이색체험’ 상품을 원하는지 ‘뚜벅이 투어’ 상품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기획전을 만든 뒤 즉시 메인에 노출하여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여행자들이 인식하기에 ‘레스토랑’이라는 키워드가 적절한지 ‘맛집’이 적절한지도 바로 테스트해볼 수 있었고요. 이를 통해 마이리얼트립이 국내 여행에 있어서 어떤 상품군에 집중해야 할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조금씩 알게 되었고 고객에 대한 이해가 점점 정교해지는 것을 느꼈죠.

리멤버: 마이리얼트립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마리트: 3개월 정도요. 그 사이에 국내여행 상품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가 되었고 거래액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의 존재조차 모르던 국내 파트너들에게도 많은 매출은 안겨주는 존재로 변모해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닥을 쳤던 거래액 그래프가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고, 선명한 J 커브를 그리게 됐습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432억 규모의 투자 유치로 이뤄냈죠.

이게 가능했던 건 마이리얼트립이 전부터 고객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정착시켜왔기 때문이에요.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면서 고객 중심과 빠른 실행력으로 무장한 ‘강력한 원 팀’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번 일을 계기로 위기에 단순히 생존하는 회사에 머무르지 않고 코로나 이후의 여행을 Reinvent 해나갈 수 있는 팀이라는 걸 증명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전례 없는 위기가 오더라도 이겨내는 방법

1. 답은 많은 경우 VOC에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이 코로나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춰 빠르게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입니다.

2. VOC는 너무 많고 산발적이어서 어떤 문제에 집중하고 해결해나갈지에 대해 구성원 간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VOC를 표준화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4QC라는 공식을 만들어 VOC를 표준화했습니다.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3. 아무리 VOC를 귀담아듣고 다음 방향성을 정했더라도 실행이 어렵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소용이 없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이 빠르게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었던 건 고객 이해를 바탕으로 한 빠른 실행력과 오래된 방식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유연성 덕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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