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를 둘러싼 복잡한 방정식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대출 규제를 둘러싼 복잡한 방정식

빚이 늘어나는 게 좋은가 아니면 빚이 줄어드는 게 좋은가. 매우 간단할 것 같은 이 질문은 사실 깊이 생각할수록 대단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중의 신용대출 금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신용대출을 규제하는 게 필요한가의 문는 꽤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어느 쪽이든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신용대출이 느는 이유: 최근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금리가 매우 낮습니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신용대출 경쟁을 벌이는 탓입니다. 주택담보대출에 필요한 각종 근저당 설정 비용이 들어가지 않으니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더 내려갈 수 있습니다.

대출자들도 금리가 낮으니 쉽게 빌립니다. 용도는 다양합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구입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전세대출이 최대 5억원까지만 가능해서 전세금을 올려주는 용도로 쓰이기도 합니다. 사업자금으로 쓰이기도 하고 자영업자들은 가게 운영자금으로 쓰기도 합니다. 아들딸이 신용대출을 받아서 부모의 가게 운영자금으로 빌려주기도 하고 부모가 신용대출을 받아서 아들딸의 사업자금으로 주기도 합니다.

막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 대출을 받은 돈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을 매입하는 데 투입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깁니다. 대출이 늘어나면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격은 그렇게 밀려드는 돈의 힘으로 계속 오르지만 본질 가치보다 더 많이 오른 부분은 언젠가는 그렇게 오른 상승분을 반납하게 됩니다. 그 하락의 과정이 거칠고 가파르면 그 자체로 경기 침체가 옵니다.

자산가격의 상승 그 자체가 이로운 것도 아닙니다. 5억원 하던 집이 10억원으로 오른다고 그 자체로 경제가 윤택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집을 구입할 때 드는 비용이 많아지고 공간을 임차하는 데 지출해야 하는 돈이 많아지면 비즈니스를 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됩니다. (임차료가 올라가면 월급을 받아 월세를 내야 하는 근로자의 월급도 올라야 하고 사무실 월세도 올라가니 사업이 어려워집니다) 대출을 막고 그로 인해 자산가격의 상승을 막을 수 있다면 대출을 규제하는 일의 결과는 나쁘지 않습니다.

대출을 규제하면 생길 부작용: 대출을 받아 자산을 구입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막으면 좋지만)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하거나 생계에 필수적인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됩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돈을 대출해주지 않으면 삼성전자는 수십년 동안 다리미나 선풍기를 만들어 팔면서 돈을 모으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원리는 돈만 있으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수의 능력자들에게 시중의 자금을 대출해주고 그들이 그 돈을 바탕으로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대출은 축구로 치면 수비수가 공격수에게 공을 패스하는 것이어서 그걸 막으면 경제가 성장하지 못합니다.

대출 자금의 용도를 알 수 없다: 문제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고 돈을 빌리지만 그 돈으로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벽돌을 사면 삼성전자가 대출받은 돈은 벽돌공장 사장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그 돈은 벽돌공장 사장이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는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벽돌공장 사장의 입장에서는 그 돈이 대출받은 돈이 아니라 번 돈이기 때문에 그걸로 뭘 하든 자유입니다. 벽돌공장 사장이 구입한 부동산이나 주식은 결국 삼성전자가 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통해 흘러나온 돈이지만 그 돈이 한 단계를 거치기만 하면 그 돈은 ‘그냥 돈’이 됩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대출과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을 구입하는 목적의 대출을 구별해서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부는 대출로 흘러나간 돈이 자산 구입보다는 다른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길 바라지만 흘러나온 돈은 생산적이든 아니든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정부가 대출을 좋은 대출과 나쁜 대출로 구분해서 막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둘 다 막으면 좋은 대출도 막히는 문제가 생깁니다. 신용대출을 규제하는 문제도 비슷한 고민입니다. 그 돈이 반드시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신용대출로 나간 돈이 어디로 흘러간 것인지 추적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월급으로 주식을 사고 신용대출을 받아서 생활비를 쓰면 그건 신용대출로 주식을 산 걸까요. 아닌 걸까요. 그걸 막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고 난 후 6개월 안에 집이나 주식을 사면 그건 신용대출로 산 것으로 간주한다고 하면 대부업체나 지인에게 돈을 빌려 집이나 주식을 사고 신용대출을 받아 그 돈을 갚으면 그건 신용대출로 산 것일까요. 아닐까요.

대출 규제에 대한 여론의 움직임: 신용대출을 규제하느냐 마느냐 이 문제 하나도 생각할 부분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다만 신용대출은 조만간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언론이 신용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여론이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이슈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이유

주택 거래가 늘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여러 소식들이 있습니다. 7월에 서울 주택매매가 37% 급증했다는 소식인데요. 7월 강북과 강남 주택거래량은 각각 1만3615건, 1만3047건으로 6월보다 각각 31.4%, 43.4%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각각 132.4%, 103.9% 늘었습니다. 원래 7월 8월은 주택거래가 별로 없는 달인데 꽤 늘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중 상당수가 증여거래 또는 절세용 매도분이었을 것입니다. 보유에 따른 세금부담이 커지고 8월 이후에는 취득세와 증여취득세도 꽤 높아지기 때문에 가족간 증여나 매도가 필요한 경우에는 7월에 해야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법인들이 보유하고 있던(정확히 말하면 법인을 설립해서 매수했던) 아파트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법인으로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들은 양도세와 보유세 모두 불리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대부분 매물로 나올 것입니다.

지방 매물이 대부분일 것: 다만 대부분이 지방 소도시의 저렴한 아파트들일 것입니다. 법인을 세워서 아파트를 구입해서 단기차익을 거두려면(그 과정에서 개인명의로 구입했다면 단기 차익에 대한 양도세율이 높기 때문에 법인으로 구매한 것입니다)구입한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높고 초기 부담이 적으며 매물이 많고 빨리 처분해서 단기시세차익을 거두려면 대출규제도 없는(그래야 매수자가 쉽게 매수를 할 수 있는) 지역의 아파트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서울 고가주택은 15억이 넘는 아파트의 경우 대출이 안나오지만 대부업체들이 그 틈새에서 대출영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대체로 이 경우는 주택 구매용이라기 보단느 주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용도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대부업 대출은 주택담보대출도 이자율이 10%를 넘는 수준이어서 그 이자율을 감당하면서 집을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다만 대출규제에 막혀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데 급전이 필요할 경우는 이런 대출이 불가피할 경우도 있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깊어지는 코로나 충격: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1~7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난 2만9007건이었습니다.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내년에도 코로나가 끝나지 않으면 대형 저축은행들도 적자를 볼 거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끊기면서 항공업계는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제주항공이 인수하길 포기한 이스타항공은 직원 절반인 700명을 해고하기로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아시아나항공도 매각 무산이 확실해지면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입니다.

코로나 수혜 본 라면업계: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으로 외식 대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라면 시장은 사상 처음 1조1000억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외출이나 여행 등 야외 활동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가정 내에서 끓여 먹을 수 있는 봉지라면 판매 비중이 늘었습니다. 인근 편의점이나 슈퍼마켓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몰에서 라면을 다량 구입하는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쪼개지는 인터넷 세상: 중국의 인터넷 생태계는 다른 곳들과는 다릅니다. 미국의 글로벌 서비스들이 차단돼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도 보복에 나섰습니다. 중국의 위챗과 틱톡을 미국에서 금지한 겁니다. 이젠 알리바바의 사업까지 금지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공약을 내걸고 있어서 앞으로 인터넷 세상에서 진정한 글로벌 앱은 보기 힘들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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