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실망시킨 연준의 한마디, ‘언젠가’

전 헤지펀드 매니저이며, 지금은 SK증권에서 주식전략을 담당합니다.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시장을 실망시킨 연준의 한마디, ‘언젠가’

FOMC 회의 모습

19일 밤에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OMC)의 7월 의사록이 발표되었습니다. 시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날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0.31%, 0.57% 하락했습니다. 어제 코스피도 3%넘게 빠졌네요.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시장은 무엇을 기대했어서 그러는 걸까요?

의사록에 담긴 내용은? : 첫째는 현 금융 상황에 대한 우려입니다. 실물경제가 워낙 안좋아지면서, 이 위기가 은행권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FOMC에 참여한 위원들은 ‘추가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습니다. 의사록을 보면 위원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할지에 대해 더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현 수준의 지원으로는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기 어려우니, 추가적인 통화/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의사록에는 “언젠가 적절한 시점(at some point)에 금리의 목표 범위에 대해 보다 명확한 지침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기록했습니다. ‘금리의 목표 범위’란 인플레이션을 의미합니다. 연준은 2012년 연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채택하고 이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목표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겁니다. 즉 인플레이션 목표를 조정하고서라도 부양책을 더 쓸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부양책을 계속 쓰겠다는 건데, 시장이 왜 실망한 건가요? :  질문에 답변 드리기 전에 일단 잠깐 연준에 대해 설명드릴까 합니다. 쉽게 말하면, (물론 그 위상은 매우 큰 차이가 있지만) “한국에 한국은행이 있으면, 미국엔 연준이 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셈입니다.

연준에게는 크게 두 가지 의무가 있습니다. 첫째는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것이고, 둘째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입니다. 첫째는 모두가 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고물가에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국민들을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연준의 의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문제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완전고용을 위해서 부양책을 많이 쓰게 되면 늘어난 통화량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오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들어지겠죠.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부양책을 안쓰고 긴축을 하면,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완전고용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연준의 딜레마, 완전고용 vs. 인플레이션 : 알려진 것처럼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 고용시장은 정말 참담한 수준입니다. 미국의 임금 수준에 따른 고용 감소를 살펴보면,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올해 2월에 비해서 무려 40%나 일자리를 잃었다고 합니다. 가장 매파적인 성향을 가진 클리블랜드의 메스터총재가 “슬프다”는 표현을 쓸만하지요. 연준이 부양책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양적완화를 포함한 부양책을 너무 많이 쓰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커지면서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것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인플레가 올 수 있다는 걱정이 연준이 부양책을 멈출수도 있다는 우려를 만들게 되면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실망한 이유, 언젠가(some point) :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서, 연준이 부양책을 멈출거란 의심을 투자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연준은 투자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시장은 연준이 조만간 새로운 인플레이션 대응책을 발표해서 걱정안해도 되게 만들어줄 거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9월15~16일에 있을 9월 FOMC 회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매우 컸습니다.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 뿐만 아니라, 연준이 향후 장기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추가 정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컸죠.

그래서 어제 발표된 연준의 의사록은 지난 7월 회의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를 통해서 9월 FOMC를 예상해볼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였던 것입니다.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는데요. 시장이 실명한 단어는 “some point(언젠가 적당한 시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비유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릴 때 제가 좋아했던 삼촌은 멀리 떨어져 살았습니다. 그래서 삼촌이 놀러 오길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자주 물어봤었죠. “삼촌 언제 와?” 부모님이 “다음주에 올거야~”라고 하면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부모님이 “언젠가 적당한 시점에 올거야”라고 하실 때면, “언젠가가 뭐야~”라며, 크게 실망했습니다. 어제 시장의 반응은 딱 이 정도 느낌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평균물가목표제(AIT)를 포함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9월에는 짠~하고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시장에게는 조만간(soon)이란 단어가 아닌 언젠가(some point)라는 단어는 실망감을 주었습니다. 의사록이 발표된 직후 달러화가 강세 전환되고, 금리도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분명 연준의 의사록에 대해서 적지 않게 실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양책 발표 전에 시장은 울어버릴까? :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올해 2분기 워낙 소비 경기가 부진했고 유가도 바닥이었으니, 내년 2분기에는 2%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이 경우 다시 연준이 긴축 모드로 들어갈 수도 있고, “금리이상을 생각하는 것도 생각안해봤다”고 했던 파월이 “금리 인상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생각해보겠다”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자체가 긴축이라는 시그널이 될 겁니다.

그래서 시장은 AIT 도입 여부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AIT란 내년 2분기에 혹시라도 인플레이션이 2%를 넘더라도 과거 1년 이상의 인플레이션율을 평균해서 계산하자는 의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파월 의장도 이미 좋은 의견이라는 생각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결국 그 방향(연준의 부양책)으로 가긴 갈겁니다. 삼촌이 언젠가(some point) 온다는 사실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삼촌이 오기 전에 너무 보고싶다고 울어버릴지(시장의 변동성 확대)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네요. 오는 9월 FOMC 회의를 전후로 시장은 약간의 변동성 구간을 지날 것 같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오늘의 이슈

재난지원금은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전국의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1인당 평균 40만원씩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얼마나 경기진작과 소비에 도움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지난 2분기에 가계소득은 재난지원금이 없었다면 1년전 같은 분기에 비해 평균 10만원이 줄었을 것으로 추산됐는데 가구당 평균 77만만원의 재난지원금 덕분에 1년전 같은 분기보다 40만원 가량의 이전소득이 더 생기면서 약 30만원의 소득 증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늘어난 소득은 가구당 평균 30만원인데, 늘어난 소비는 가구당 평균 7만원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의 가구에서 정부 지원금만큼 소비를 늘리지는 않고 그냥 평소 수준으로 썼다는 뜻입니다. 가장 소득이 낮은 하위 20% 가구는 정부의 지원금 덕분에 소득은 8.9% 늘었는데 지출은 1% 정도 늘리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소득 상위 20~40%에 해당하는 중산층들은 소득 증가분보다 지출 증가가 더 많았습니다.

이 결과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해도 그걸 다 추가지출로 소비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계층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줘도 평소에 쓰던 정도만 소비한다. 다만 재난지원금이 없었다면 덜 소비했겠지만 재난지원금 덕분에 소비의 감소는 막았다> 정도로 요약됩니다.

결국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는 소득감소액만큼만 지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입니다. 다만 정확한 소득감소액을 추산 또는 파악하기 어려워서 일률적인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인데 그로인해 재난지원금 덕분에 오히려 소득이 더 늘어난 계층도 많고 그런 계층에서는 재난지원금만큼 더 소비를 하지는 않더라는 결과가 도출된 것입니다.

해외투자 열풍에, 대외금융자산 사상 최대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이 최근 3개월동안 674억달러 늘었습니다. 전체 규모는 1조70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왜 빨리 늘어났어요? : 3개월만에 전체 대외금융자산이 4% 가량 불어난 것입니다. 대외금융자산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갖고 있는 외국 주식이나 외국 채권을 의미합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지난 3개월간 늘어난 대외금융자산의 대부분(572억달러)은 해외 주식입니다.

어떤 나라든지 우리나라처럼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누적되면 그 금액만큼 국민들의 주머니에 달러가 계속 쌓입니다. 남는 달러가 소진되는 과정은 크게 4가지입니다. 1. 정부가 그 남는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사들여서 외환보유액으로 쌓는다(정부는 그 돈으로 미국 국채 등을 산다) 2. 남는 달러를 국민들이 사들여서 그 돈으로 해외 주식이나 해외 채권을 산다. 3. 남는 달러를 금융회사들(보험사 등)이 사들여서 해외 채권이나 주식 등으로 돈을 굴린다. 4. 우리나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서 돈을 번 외국인이 투자를 마치고 나갈 때 달러로 지급한다.

외환보유액은 충분한 수준이라고 판단해서 더 이상 공격적으로 쌓지 않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액은 2번이나 3번의 방식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외투자 성공 = 무역흑자 : 참고로 2번은 우리 국민들의 해외 투자이고 4번은 외국인들의 국내투자입니다. 2번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벌어들이는 투자수익이 4번에서 외국인이 받아나가는 달러보다 부족하면(투자 게임에서 지면) 달러가 외부로 유출됩니다. 해외 투자를 하다가 실패하면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슷한 달러 유출이 나타나고 반대로 투자에 성공하면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인 것과 동일한 결과가 나옵니다. 외화의 수급차원에서 보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투자로 돈을 버는 건 마치 우리가 해외여행으로 달러를 소비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배달의 민족이 주문 후 45분 내에 음식 배달 완료를 보장하는 ‘번쩍배달’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쿠팡이츠의 ‘치타배달’, 요기요의 ‘요기요 익스프레스’와 더불어 ‘배달 속도 3파전’이 된 셈입니다. 쿠팡이츠는 한 배달에 1명의 배달원만 배정해 빠른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배민과 요기요도 속도전에 가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 60주 연속으로 상승했습니다. 수도권도 54주째 상승세 입니다. 세입자에게 유리한 여러 제도들(계약기간 2+2, 전세금 인상률 5% 등)이 나오자 집주인들이 전세값을 올려받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국내 주식도 작은 단위로 매매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한주당 10만원짜리 주식도 1만원 어치만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회사가 대출 모집인이 돼 여러 은행의 대출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도 있게 됩니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샌드박스’란 말 그대로 ‘모래 놀이터’를 뜻하는 말로 규제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놀아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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