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삼성생명 주가가 21% 급등한 이유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어제 삼성생명 주가가 21% 급등한 이유

삼성전자 로고

새로운 사실: 어제 주식시장에서는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의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오른 이유는 보험업법 개정안 때문인데요.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보험업법으로 인한 다양한 변화가 주식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주가에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입니다.

보험업법이 어떻게 바뀌나: 보험회사는 고객들의 돈을 굴릴 때 주식에 투자할 수 있고 그중에서 하필 계열사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는 고객 돈을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보험회사가 특정회사 주식을 너무 많이 갖고 있으면 그 회사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 보험회사의 재정에 영향이 커질 수 있어서 특정 회사의 주식이나 특정 회사의 채권을 전체 자산의 3% 이상은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회사 주식을 보험회사 자산의 3%가 넘지 않는 범위에서 사들였는데 그 회사 주가가 많이 오르는 바람에 그 회사 주식의 가치가 보험회사 자산의 3%를 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종전에는 살 때 3%를 넘지 않았으면 나중에 주가가 올라서 3%를 넘는 건 괜찮다는 거였는데 이번에 바뀌는 보험업법은 나중에 주가가 올라서 3%를 넘게 되더라도 3% 이상의 지분은 팔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게 보험회사의 재산이 특정회사 주식의 주가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당초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큰 돈 생기는 삼성생명: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오래전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객 돈으로 산 주식이지만 이 주식으로 삼성그룹의 오너 가족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서 지금은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가 삼성생명 자산의 9.7%, 삼성화재 자산의 6%까지 커졌습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두 회사 모두 3%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은 전부 팔아야 합니다.

팔고 나면 돈이 생길 것이고(삼성전자 지분을 규정에 맞게 처분하면 두 회사는 현재 주가로 약 23조원이 생깁니다) 돈이 생기면 배당을 할 것이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갑자기 큰 배당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스토리 때문에 주가가 올랐습니다. 아직 법 개정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그래서 그런 일이 확실히 생길지 여부도 알기 어렵지만) 미래 어떤 시점에 있을 수도 있는 그런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됩니다.

흔들리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그런데 ‘삼성전자 지분이 넘치면 넘치는 만큼 팔면 된다’는 게 삼성그룹이 가진 고민의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버리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 또는 지배력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파는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사들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이 무슨 돈이 있어서 23조원이나 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느냐가 고민인데요.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바이오 지분을 돈이 많은 삼성전자 등에 팔아서 현금을 마련한다는 게 시장의 시나리오입니다. 삼성물산의 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니 결국 삼성물산을 통해서 삼성전자를 계속 지배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갖게 되면 삼성물산은 계열사 주식을 너무 많이 갖고 있는 상황이 돼서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합니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도 둘로 쪼개져서 투자회사(지주회사)와 반도체 등을 만드는 사업회사로 나뉘게 되고 삼성전자에서 쪼개진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이 합병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두 다 예상과 추측입니다만, 꽤 설득력이 있는 시나리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물산은 왜 오르고, 전자는 왜 떨어지나: 자 이제 퍼즐을 정리해보죠.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두가지 일이 벌어집니다. 1.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에서 분리된 지주회사와 합병을 하게 되고 2.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은 삼성전자 등으로 팔려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처분한 그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종잣돈으로 쓰입니다.

1번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이 되려면 삼성물산 주가는 올라야 하고,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주가는 내려가야 합니다. 그래야 합병 후에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2번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살 돈을 마련하려면 삼성바이오 주가가 높아야 합니다. 그래야 비싸게 팔아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일 수 있으니까요.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일 때까지는 삼성전자 주가는 안오르는 게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합니다.

이 모든 계산은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상상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나리오>일 뿐이고 그 시나리오 하에서만 보면 삼성바이오와 삼성물산은 주가가 올라야 하고 삼성전자 주가는 낮아져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그런 시나리오를 원한다면 그렇게 주가를 만들 것이라고 믿고 오를 주식에 투자합니다. 역설적으로 삼성그룹은 그런 시나리오를 원할 뿐 그렇게 주가를 만들 의도나 능력이 없더라도 시장의 투자자들이 알아서 주가를 그렇게 만들어주는 셈입니다.

오늘의 이슈

은행 연체율이 줄었다는 것의 의미

새로운 사실: 은행 연체율이 사상최저 수준인 0.33%를 기록했습니다. 은행 연체율은 2018년 5월 0.62%에서 12월에는 0.4%로 내려갔고 0.4~0.5% 선을 오르내리다 지난해 말 0.36%로 하락했습니다.

연체율은 경기가 나빠지면 오르고 경기가 좋을 때는 낮아지는데 연체율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려온 것은 경기가 좋아져서라기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여러가지 지원책들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연체율이 유용하지 못한 이유: 연체율 통계는 매월 집계되어 발표되지만 그리 유용한 경제지표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빌린 돈을 얼마나 잘 갚거나 또는 얼마나 연체하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지만 은행들은 분기마다 연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빌려준 대출 채권을 다른 곳에 팔아버립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1억원을 빌린 대출자가 이자나 원금을 연체하고 있다면 처음에는 몇 번 독촉을 하다가 연체가 이어지면 그 대출채권을 수천만원의 가격을 받고 팔아버립니다. 그걸 산 채권추심업체는 그 대출채권을 사들인 가격 이상으로 대출자에게 받아내면 이익을 보는 구조입니다) 그런 구조라서 은행의 연체율은 그런 매각을 할 때마다 주기적으로 낮아집니다.

연체율은 경기가 얼마나 나쁜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긴 하지만 대체로 후행지표입니다. 즉 경기가 나빠지기 전에 미리 연체율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경기가 나빠진 한참 후에 연체율이 올라가는 식으로 이미 나빠진 경기를 확인하는 용도의 지표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연체율은 그리 유용하지 못한 지표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가장 이상한 경기 침체: 경기 침체는 주기적으로 찾아옵니다. 다만 이번 경기 침체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침체입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대처가 달라졌기 때문인데요. 21세기 전에는 경제가 후퇴하고 있을 때 중앙정부와 정부가 돈을 적극적으로 찍어내지 않았습니다. 돈을 찍어내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생긴 방법이니까요. 다만 2008년 위기도 지금과는 달랐습니다. 통상적인 경제 위기 때는 언제 위기가 시작되는지 정확히 알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이번엔 그걸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환자가 늘어나는 걸 매일 집계할 수 있었고, 그걸 기반으로 정부가 봉쇄령을 내렸으니까요. 그래서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실업률이 4%에서 15%로 치솟는 와중에도 미국의 가계 부채는 오히려 감소했으며, 저축률은 급등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이 글은 전례 없는 지금의 경제 상황을 잘 설명한 글입니다.

👨🏼‍💼”당분간 미국 경제 회복 어렵다”: 중앙은행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응했지만, 그럼에도 미국 경제는 상당 기간 회복하기 힘들 거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 사모투자펀드 회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의 말입니다. 슈워츠먼 회장은 세계 경제가 원래 위치로 돌아오려면 앞으로 수년은 걸릴 거라고 내다봤는데요. 미국의 경우 약 25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공매도 시작되면, 증시 식을까?: 다음달 16일이면 공매도 금지가 풀립니다. 현재 주식 시장이 상승한 데엔 공매도 금지가 한몫했다는 시각이 많은데요. 매일경제가 금융 전문가들 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0%가량은 공매도가 재개되면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금융당국은 연구용역 결과와 함께 13일 공청회 결과 등을 토대로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개미들, 펀드 안 하고 직접 투자한다: 연일 증시가 오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펀드에서는 돈을 빼고 있습니다.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겁니다. 펀드 시장의 규모가 쪼그라들어 설정액이 채 50억원이 안 되는 소규모 펀드들은 늘어났습니다. 이번 달 전체 공모펀드 2019개 가운데 7.43%는 이런 소규모 펀드였습니다. 지난해 6월에 소규모 펀드의 비율은 5.48%였단 점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셈입니다.

📌 이런 소식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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