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빠르게 오르는 주식의 특징

전 헤지펀드 매니저이며, 지금은 SK증권에서 주식전략을 담당합니다.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불경기에 빠르게 오르는 주식의 특징

새로운 사실: 최근 LG화학 주가를 보셨나요?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아시다시피 주된 요인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같은 화학업체인 롯데케미칼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없습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7조~15조원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LG화학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그 정도로 봤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이들 기업의 시총 차이가 40조원 수준으로 벌어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해석이 있지만 시장에서 LG화학을 성장주로, 롯데케미칼을 가치주로 보기 때문입니다. (성장주와 가치주에 대해서는 여러 정의가 있지만 쉽게 성장주는 ‘나중에 돈을 더 많이 벌 회사의 주식’, 가치주는 ‘지금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 회사의 주식’으로 보시면 됩니다)

지난주 리멤버 나우에서는 “저금리 시대에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이유”를 설명드렸습니다. 이번주에는 여러 주식 중에서도 저금리 시대에 성장주가 가치주 대비 주가가 빠르게 오르는 이유와, 빠르다면 얼마나 빨리 오르는지를 설명드릴까 합니다.

시장에서는 이유를 두 가지로 꼽습니다.

☝️성장하는 기업이 귀하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성장하는 기업이 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다이아몬드가 희소성 때문에 비싼 것처럼 성장이 귀한 저금리 환경에서 성장주가 좋다는 논리입니다.

✌️할인율이 낮아진다: 금리가 연 10%인 세상에서는 지금 100만원이 1년 후엔 110만원이 됩니다. 1년 후의 110만원의 현재가치는 100만원인 겁니다. 이걸 10%의 할인율로 현재가치화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리가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미래에 기업이 벌어들일 돈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할인율을 매우 낮게 적용할 수 있죠. 성장주는 가치주에 비해서 먼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이 많을 텐데요. 저금리 환경에서 좀 더 낮은 금리로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할 수 있으니, 성장주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거죠. (이에 대해서는 지난주 리멤버 나우를 참조하세요)

📉금리가 낮아지면,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얼마나 좋은가?: 투자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량화가 필요한데요.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이를 계산하기 위해 듀레이션(duration)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다소 어렵지만 최대한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듀레이션은 “내가 투자한 원금을 몇 년이 지난 후에 다 돌려받을 수 있지”에 대한 대답입니다. 원래 채권에서 쓰는 개념인데요. 예를 들면 이자가 같다면 10년 만기 채권은 3년 만기 채권보다 듀레이션이 깁니다. 즉 “나중에 이익을 실현하는 상품은, 당장 이익을 실현하는 상품보다 듀레이션이 길다”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를 주식에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성장주는 지금은 이익이 안 나지만, 나중에 이익이 날 종목입니다. 그래서 듀레이션이 길어집니다. 반면 가치주는 지금 당장 이익이 나오는 종목입니다. 그래서 성장주보다 듀레이션이 짧습니다.

그런데 듀레이션이 긴 자산일수록 금리가 조금만 변해도 가격이 크게 변합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금리(할인율)가 낮을수록 미래에 벌어들이는 돈이 높은 현재가치로 환산되기 때문이죠.

여기까지 이해가 되셨다면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금리 민감도가 크다는 것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즉 <금리가 조금만 내려가도 성장주는 가치주보다 주가가 빠르게 오른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는 겁니다.

⚖️네이버와 포스코를 비교해보자: 이 가설 하에서 성장주인 네이버와 가치주인 포스코의 듀레이션을 계산해 봤습니다. (계산식은 복잡해서 리멤버 나우에 늘어놓기는 적절치 않을 듯합니다) 이 결과 네이버는 32년, 포스코는 12년이 나왔습니다. 32년, 12년의 숫자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네이버의 듀레이션이 포스코보다 2.5배 높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즉 네이버가 포스코보다 금리 민감도가 2.5배 높다는 뜻이고, 금리가 내릴 때 포스코 주식이 10% 오른다면 네이버 주식은 25%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현재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금리는 계속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저금리 상황에서 주식 투자를 하시는 분들은 듀레이션 개념을 이해해 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오늘의 이슈

재건축 결정은 조합원에 달렸다

새로운 사실: 서울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다른 부작용이 없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이미 존재하는 아파트를 더 높고 빽빽하게 지어서 주택을 늘리는 것입니다. 정부가 공공재건축이라는 방식을 도입해서 그걸 시도하려고 하는데 재건축 조합들은 이 아이디어를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조합원들은 이익을 저울질한다: 아이러니일 수도 있겠지만 재건축 추진 여부는 재건축 조합원들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재건축과 관련한 법규와 규제가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들은 정부의 규제가 생기면 재건축을 좀 뒤로 미뤄서 제도가 바뀌고 정책이 달라지기를 기다립니다.

그래서 재건축이 활성화되느냐 여부는 재건축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할 때 이익이 많이 남느냐에 주로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재건축은 부동산 경기가 나쁘고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을 때 추진하는 것이 조합원 입장에선 제일 좋습니다. 분양을 할 때 쯤에는 경기가 다시 좋아져 더 높은 가격으로 분양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공공재건축보다는 차라리 재건축 규제(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해달라는 시장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정부는 그러나 그런 방향의 규제 완화는 없다는 메시지를 다시 내놓은 셈입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저렴하지 않은 이유

새로운 사실: 정부가 새로운 방식의 아파트 구매 방법으로 제시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일반적인 대출을 끼고 구입하는 아파트보다 특별히 나은 게 없다는 분석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거의 비슷합니다. 정부 방식이 이자율이 낮지만 1억원의 보증금을 정부가 무이자로 보관하기 때문에 은행 대출이 약간 더 유리합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5억원짜리 주택을 1억2500만원만 내고 구입하고(이때 지분의 25%만 보유하게 됨) 나머지는 20년 동안 살면서 자동차 할부금 내듯이 주택 할부금을 내면 20년 후에 내 집이 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계산을 해보면 처음에 비슷한 돈을 내고 나머지를 은행에서 빌려서 똑같은 집을 산 후 20년간 원리금을 나눠갚는 방식과 비교할 때 정부 방식이 비용이 조금 더 듭니다. (그러나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누군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짜내도 별다른 묘안이 없는 이유는 정부가 지어서 공급한다고 더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보유한 토지에 아파트를 지으면 평당 1000만원 수준의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변 시세가 평당 5000만원이라면, 정부는 사실상 평당 4000만원의 손실을 보는 셈입니다.

정부가 기회비용이든 실제 비용이든 비용을 지불하면 그만큼 더 싼 아파트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민간이 공급하는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생기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저렴한 아파트는 누군가가 지불하는 비용의 결과입니다.

우리 국민이 가진 외국 자산, 더 늘었다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의 6월 경상수지 흑자가 69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연간으로는 570억달러 정도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은행 전망 기준) 무역과 관광 등을 통해 외국에서 벌어들인 달러의 합이 그 정도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쌓인 흑자액(달러)은 외채를 갚거나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투자를 회수하고 빠져나갈 때 환전해주거나 아니면 다른 나라의 자산(미국 국채 주식 등)을 사들이는 데 이용됩니다. 경상수지 흑자 누적액이 늘어날수록 해외 자산 투자에 사용되는 달러의 비중이 점점 늘어납니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순자산이 약 600조원(약 5000억 달러)이라는 소식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투자한 자산에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산의 평가액을 뺀 수치인데 이 대외순자산이 계속 늘어나는 배경은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불황 없는 수입차 시장: 이 불황에 수입차는 잘 팔리고 있습니다. 올해 7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작년 7월보다 1.7% 증가했습니다. 1~7월 누적도 전년 동기대비 14.9% 늘었습니다. 벤츠, BMW가 1~2위인 가운데 테슬라도 약진했습니다. 매일경제는 불황에 오히려 부유층이 비싼 제품을 많이 사는 ‘베블렌 효과’로 원인을 꼽았습니다.

🏅금 ETF에 몰리는 뭉칫돈: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뚫으면서 금 관련 ETF에도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ETF의 금 보유량은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등 주요 금 보유국의 비축 물량을 넘어섰습니다. 금리가 0%에 가깝게 떨어지면서 금값은 계속 오르는 중입니다. 주식이나 채권과는 달리 금은 배당∙이자를 주지 않기에 금리가 낮을 때 상대적으로 매력이 높아집니다.

🇺🇸미국 테슬라 vs. 🇨🇳중국 테슬라: 테슬라는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요.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가 미국에서 생산된 테슬라에 비해 품질 불만 건수가 현저히 적다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테슬라의 중국 공장이 가동된 지는 8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미국에 비해 소비자 불만이 적은 건 어느 정도 당연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중국의 제조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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