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아파트를 공급하면 집값이 잡힐까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초고층아파트를 공급하면 집값이 잡힐까

새로운 사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입니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같은 면적의 땅에 지을 수 있는 건물의 층수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같은 땅에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기 위함입니다.

🏗용적률이란: 지금은 서울의 역세권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400%로 제한하고 있어서 그 지역 토지 100평에 지을 수 있는 아파트의 바닥면적의 합이 400평을 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100평의 토지에 바닥면적 40평짜리 아파트를 짓는다면 10층 이상은 짓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 용적률 규제를 800%로 완화하면 같은 바닥면적의 아파트를 20층으로 지을 수 있습니다. 동일한 토지에 지을 수 있는 주택수가 늘어나는 것이어서 용적률 규제 완화는 쉽게 말하면 서울 역세권에 주택을 더 빽빽하게 짓겠다는 뜻입니다.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문제를 풀면서 용적률을 높이는 게 관건입니다.

🚧용적률 높이면 도시가 과밀해진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도시가 과밀화돼서 교통이 복잡해집니다. 다행히 역세권에는 지하철역이 있어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지하철을 이용하면 되지만 더 많은 인구가 모여 살면 지하철 이용도 출퇴근 시간에 어려워지고 교통체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특정 지역의 교통 체증은 주변지역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의 용적률 완화가 가능한지는 정밀한 계산이 쉽지 않습니다. 서울은 유사한 면적을 가진 해외의 대도시들에 비해 거주 인구가 많은 편입니다.  특히 한강과 남산 등 사람이 거주하기 어려운 녹지를 뺀 나머지 면적만을 계산해보면 이미 빽빽한 주거상황입니다.

🚇환승역 먼저 용적률 늘려줄 듯: 여기서 용적률을 더 늘리는게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일단은 지하철역 가운데 환승역 근처(어디를 가든 지하철을 이용하기 쉬워서 인구가 더 밀집되어도 교통 체증의 가능성이 적습니다)의 용적률을 늘려주는 것으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용적률 높아진 땅 주인은 ‘대박’: 역세권 토지가 이미 사유지여서 용적률을 높여줄 경우 해당 토지 소유자가 이익을 많이 가져가게 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용적률 상승분에 따른 이익은 임대주택 건립 등의 방법으로 국가가 회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겠지만 그게 실제로는 쉽지만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역세권에 위치한 낡은 아파트는 용적률 규제가 완화되면 재건축시 더 높고 빽빽하게 지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오릅니다. 임대주택 기부채납 등의 조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가격이 일단 오릅니다.

그런데 실제로 주택이 공급되는 단계인 재건축이 추진되기 시작하면 임대주택을 추가로 짓는 조건은 재건축의 사업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재건축 진행이 잘 안 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역세권 용적률 상향으로 기부채납 당식으로 확보하게 된 아파트 100채가 있다면 그걸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할 것인가 아니면 분양을 해서 제값을 받고 팔고 그 돈으로 교통이 약간 불편한 다른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새로 지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 결정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의 가치가 달라지므로 재건축 조합이 생각해야 할 변수가 많아집니다.

🏠용적률 높여도 당장은 집값 잡기 어렵다:  결국 용적률 규제 완화는 결정 초기에는 집값을 오히려 올리고 나중에는 추가 공급이 더 되긴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어서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카드입니다. 재건축 재개발을 쉽게 하도록 허용하는 카드도 그런 이유로 선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하지 않으면 역시 공급부족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요인이 되는 고민이 있습니다.

오늘의 이슈

계약 갱신할 때 전세금 5% 이상 못 올린다

새로운 사실: 정부가 추진하는 임대차3법 가운데 전세금을 종전보다 5% 이상 올리지 못하는 규제는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들에게도 적용되는 쪽으로 안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임대차 3법이 기존 세입자들에게도 적용되는 쪽으로 정해지면 이미 거주하는 세입자는 전세 만기가 되어도 5% 이내의 상승률이 적용된 가격에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결국 전세금은 오른다: 이렇게 되면 이미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전세금 상승에 대한 우려를 당분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지역을 떠나서 이사를 가면 전세금이 급등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이사를 할 필요가 있어도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그 지역에 이사를 와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 매물이 부족해져서 전세금이 더 급등하는 문제를 떠안게 됩니다.

세입자들은 계속 그 지역에 살아야 하는 세입자(A), 이사를 가고 싶은 세입자(B), 이사를 오고 싶은 세입자(C)로 나뉘는데 이번 정책은 A를 보호하기 위해 B와 C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정책입니다. 물론 그 비용의 일부는 전세금을 올려받지 못하게 된 집주인이 내기도 합니다.

예금에 돈 쏠린 건 나쁜 소식이 아니다

새로운 사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상반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줄었지만 그 돈은 결국 은행 예금에 쌓이고 있다는 뉴스입니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 예금잔액은 185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조7000억원 늘었습니다. 증가 폭은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입니다.

🙌예금 잔액이 늘어난 건 반가운 신호: 예금액의 증가는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돈을 풀었는데 예금액이 늘었다는 사실이 돈을 푼 효과가 없거나 적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해석입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돈을 풀었는데 그 돈이 돌지 않고 잠겨있기만 하는 현상이지만 그건 예금잔액이 늘어난 것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돈이 활발하게 돌고 소비와 투자가 일어나더라도 하루의 거래를 마치면 사람들이 가진 돈은 예금 잔액으로 집계되기 때문입니다.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져도 소비자의 예금잔액에서 판매업자의 예금잔액으로 바뀔 뿐 예금잔액의 총액 변화는 없습니다. 오히려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대출이 늘어나면 늘어난 대출만큼 예금액이 늘어서(대출을 받으면 예금통장에 돈을 담아줍니다) 예금잔액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예금잔액이 늘어나는 현상은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더 큰 자료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유관산업 모두 빨아들이는 테슬라: 테슬라가 올해 말쯤엔 보험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론 머스크 CEO는 테슬라에 내장된 컴퓨터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이용자들의 주행 습관을 분석하고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머스크는 기존 보험사에 비해 최고 30% 낮은 보험료를 제공할 거라는 의지를 지난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테슬라는 자동차와 관련된 사업 상당수를 내재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제조업체가 자동차를 만들면, 별도의 판매법인이 그 차를 팔고, 주유소가 연료를 공급하고, 보험사가 보험을 제공했습니다. 그 차를 이용한 운송업은 택시회사가 맡았고요. 테슬라는 이 모든 과정을 내재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따로 영업사원을 두지 않고 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고요. 슈퍼차저라는 자체 충전 인프라를 통해 충전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보험엔 이번에 진출할 계획이고, 운송 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발표해둔 상황입니다.

💰간편결제 플랫폼에 적립해둔 돈도 보호 받는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업체가 망하더라도 충전금을 소비자가 돌려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앞으로 플랫폼 업체는 소비자 자금을 은행 등 외부에 예치·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업체가 도산하면 소비자가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충전금을 돌려받는 ‘우선변제권’도 도입됩니다. 지금까지 간편결제 충전금에 대한 규제는 따로 없었습니다.

🏢코로나 덕 본 증권사: 코로나 이후 증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2분기 주식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1조8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45.5% 증가했는데요. 덕분에 증권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옵티머스펀드 등 불완전 사모펀드를 판매한 탓에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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