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어려운데, 투자금 1조가 모였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항공업 어려운데, 투자금 1조가 모였다

🛬새로운 사실: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입니다. 회사 운영비가 부족해서 주주들에게 대출이 아닌 투자를 요청했는데 주주들은 기꺼이 투자하겠다고 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대한항공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계속 적자를 보다가 파산한다면 투자한 돈은 건지지 못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주주들이 그런 위험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기꺼이 대한항공 주식을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유동성’이라는 든든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유동성의 의미: 요즘 경제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용어들 가운데 하나가 유동성입니다. 이 유동성이라는 용어는 매우 다른 케이스에서 제각각의 의미를 내포하면서 사용됩니다. 예를 들면 <이 회사는 유동성이 좋다>고 표현할 때의 유동성은 현금조달능력을 의미하지만 아파트는 유동성이 좋은 자산이라고 할 때의 유동성은 거래가 용이한, 또는 수요자들이 늘 많아서 언제나 쉽게 팔 수 있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대한항공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든지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상장회사들의 주식은 유동성이 좋습니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성공이 오직 상장사이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다는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요즘 같이 항공사들이 생사를 오가는 시기에 대규모 유상증자가 성공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1000만원을 1년만 빌려달라고 하면 선뜻 빌려주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차용증을 내일 시장에 내다 팔면 1000만원 안팎의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유동성이 좋은 시장이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빌려줍니다. 유동성이 좋은 투자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유동성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준다: 거래가 활발하고 유동성이 좋은 시장이 존재한다는 건 경제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렇다는 게 일반적인 이론입니다) 1000만원의 여유자금을 가진 A와 돈은 없지만 맛있는 음료를 만드는 좋은 사업아이템을 가진 B는 A가 B에게 돈을 빌려주고 B가 그 돈으로 좋은 사업을 일으키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은 B의 사업 아이템에 돈을 소비하고 경제가 성장합니다.

그런데 A가 B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하면 그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좋은 사업 아이템은 사장됩니다. 그로 인해 경제는 부진해집니다.

A가 B에게 돈을 빌려준 차용증을 다시 거래할 수 있는 유동성 좋은 시장이 있다면 A가 B에게 돈을 빌려주는 거래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1000만원이라는 돈이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유동성은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도와줍니다. 그러므로 거래의 유동성을 높이는 정책은 유용한 정책입니다.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은 <규제를 없애야 거래가 더 활발하고 그래야 유동성이 늘어나고 그래야 자원의 효율적 분배에 의한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이론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유동성이 지나치면 문제: 그러나 유동성이 너무 좋으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오히려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대 초 유럽의 재정위기를 불러온 그리스 국채의 급락 사건입니다. (그리스의 국가채무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그리스 국채의 가격이 폭락했던 사건입니다.)

🇩🇪🇬🇷그리스와 독일 국채 가격이 비슷했다: 지금은 그리스가 국채 상환 가능성이 낮은 나라로 분류되어 있어서 국채 금리가 다른 유럽 국가의 금리보다 꽤 높은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2006년 당시에는 그리스 국채와 독일 국채의 금리 차이가 0.3%포인트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이 그리스 국채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제 사들인 그리스 국채를 오늘 당장 시장에 팔 수 있는 유동성이 충분히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국채가 정말 제대로 상환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시장이 덜하게 되고(문제가 있으면 내다 팔면 되니) 그 결과 신용도가 낮은 국가에도 자금이 흘러가는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가 나타나게 됐습니다.

시장의 유동성이 좋고 거래가 활발한 것이 좋은 것이냐 아니냐는 이렇게 양쪽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만 좋은 게 좋다는 정도가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이지만 그 적절한 ‘어느 정도’는 미리 알기가 어렵습니다.

🛫대한항공 주식의 미래는: 10년쯤 지난 후에 대한항공은 잘 생존해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잘 생존해있다면 대한항공 주식의 유동성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도움을 준 것이고, 만약 파산했다면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들은 유동성을 너무 믿은 나머지 항공산업의 미래를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이슈

경제지표가 안 좋아야 주가가 오른다?

새로운 사실: 요즘 자산시장이 계속 가격 상승 쪽으로 방향을 이어가는 것은 ‘저금리’의 영향이 큽니다. 경기가 위축되고 좋지 않은 경제지표들이 계속 쏟아지는 것을 ‘저금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증거’로 받아들이고 자산 가격은 계속 더 올라갑니다.

앞으로도 금리는 오를 일이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댈러스 연은 총재의 발언이 보도됐습니다.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새로운 사실: 은행들의 2분기 실적과 앞으로의 전망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익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라임펀드 등 부실한 사모펀드 상품을 팔았다가 고객 돈을 물어주게 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예대마진 폭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익 감소의 원인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달라지면 갑자기 돈을 못벌게 되는 업종(여행 항공 등)도 있고 갑자기 돈을 잘 벌게 되는 업종(게임 인터넷 등)도 생깁니다. 돈을 잘 버는 업종이 생기는 것에 따른 은행의 이익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돈을 못 버는 업종은 은행들이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어려워집니다.

미국의 적은 중국의 친구?

새로운 사실: 미국이 직접 제재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란과 중국이 손을 잡기로 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더 나빠질 수 있는 명분이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이란은 중국의 자금을, 중국은 이란의 석유를 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라는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다시 오르는 위안화: 위안화 환율이 다시 1달러=6위안대로 하락했습니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고 중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외국 투자자금의 유입도 늘어난 결과로 해석됩니다.

📉1%대 주담대 등장: 금리가 계속 내려가면서 연 1%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상품이 나왔습니다. 씨티은행의 지난 9일 기준 6개월 변동 주담대의 최저금리는 연 1.48%로 떨어졌습니다. 하나은행의 9일 전세자금대출 최저금리는 연 1.875%입니다.

🥩뚝 떨어진 한우 가격: 월초에 역대 최고가를 찍었던 한우 가격이 일주일 만에 18% 내려갔습니다. 한우 가격은 최근 두 달간 계속 올라왔는데요. 가격이 갑자기 내려간 이유는 재난지원금 효과가 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홈그라운드에서 조사 받는 구글: 구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가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혐의를 조사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구글은 이미 미국 법무부와 48개 주들로부터도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광고 기술시장에서 지위를 독점하고, 검색 부문에서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배타적 계약을 활용해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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