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식힐 초강력 규제가 왔다

하나금융투자의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입니다. 과학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채상욱의 부동산 나우

부동산시장 식힐 초강력 규제가 왔다

새로운 사실: 이번 정부 들어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습니다. 수도권과 일부 지방의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함입니다. 갭투자와 법인 부동산을 이용한 투자를 잡을 규제가 여럿 나왔습니다.

갭투자 차단: 전세를 끼고 집을 사면 적은 돈으로도 비싼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 신축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86%였으니 1억4000만원만 있어도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갭투자는 집값을 올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때문에 갭투자를 잡을 다양한 규제가 나왔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서울 강남 핵심지역에선 갭투자를 아예 차단했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겁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나 주택을 취득할 경우엔 관할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경우 일정 기간 허가 받은 목적대로 토지를 이용해야 합니다. 주거용 토지는 2년 동안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기에 이 기간 동안엔 매매나 임대가 금지됩니다. 갭투자를 원천 차단한 셈입니다. 앞서 지난달엔 용산역 철도 정비창 인근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주담대 실거주 요건 강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의 실거주 요건도 강화했습니다. 무주택가구가 규제지역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땐, 6개월 안에 그 집에 전입해야 합니다. 1주택자라면 6개월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 집에 들어가야 합니다. 투자한 집에 꼭 살아야 한다면,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갭투자 방식은 하기 힘들어지겠죠. 전세 세입자에게서 받은 보증금 덕분에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었던 거니까요.

전세대출 규제 강화: 투기과열지역의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엔 전세대출 보증이 제한됩니다. 이미 전세대출을 받은 상태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매수할 때엔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합니다. 서울시 아파트 97%는 3억원이 넘으니 서울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전세대출 받기 힘들어진 셈입니다.

1주택자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해주는 전세대출 보증 한도도 2억원으로 축소합니다. 원래 이 한도는 수도권 4억원, 지방 3억2000만원이었습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기존 전세계약을 연장할 때는 보증을 해줄 걸로 예상됩니다.

부동산법인 투기 차단: 규제를 피하기 위해 법인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최근 많았습니다. 개인에 비해 법인이 적용 받는 규제가 훨씬 덜했기 때문인데요. 신설 부동산 법인의 수가 2017년 9400여곳에서 2019년 1만4500여곳으로 급격하게 늘어났을 정도였습니다.

주담대 금지: 그래서 주택 매매·임대 법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다음달부터 전면 금지했습니다. 임차인 보호 차원에서 주택 매매·임대 사업자가 다음달 1일 이전까지 취득한 주택을 담보로 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은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법인의 현금 유동성을 말리는 대단히 강력한 규제입니다.

종부세 최고세율 적용: 법인이 개인보다 세제상 유리했던 걸 해소하기 위해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일제히 최고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2021년 부과분부터 법인 다주택자(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는 4.0%, 일반적 보유(비규제 지역 1~2주택 또는 조정대상지역 1주택)는 3.0% 세율이 적용됩니다. 법인 주택 양도차익에 대해 법인세율을 10% 추가하던 제도도 추가 폭이 20%로 늘어났습니다.

종부세 합산 과세: 일부 법인이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취득한 후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 특례를 활용해 종부세 과세를 회피하는 것을 박기 위해, 조정대상지역 내 새로 임대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합산 과세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에겐 이미 적용되었던 내용입니다. 2018년 9.13 대책에서 가장 강력했던 정책이 조정지역 내 종부세 합산 적용이었는데요. 이 규제가 법인에게도 적용되므로 이 제도로 인해 조정지역의 규제 내용은 더욱 세밀해졌습니다.

규제지역 확대: 집값이 무섭게 오르던 경기도는 대부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접경지역(파주∙김포∙연천 등)을 제외하면 경기도 모든 지역이 규제지역이 됐습니다. 인천과 대전, 청주도 규제지역으로 묶였습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 청약과 대출 등에서 여러 규제가 동시에 작동합니다.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집니다. 세제 혜택도 축소됩니다.

재건축 어려워진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이 까다로워졌습니다.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목동신시가지6단지는 호가가 3억원가량 뛸 정도로 안전진단 통과는 중요한 관문인데요. 앞으로는 안전진단 기관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시∙군∙구에서 시∙도로 바뀝니다. 서류심사 위주였던 2차 안전진단은 현장조사가 의무화됩니다.

또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원이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권을 주기로 했습니다.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은 분양 신청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겁니다. 재건축 추진 예정 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불편해 소유자가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재건축 개발 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매입한 경우도 많아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소유자들이 적지 않을 듯합니다. 이로 인해 초기 단계 재건축 단지들의 진행이 점차 어려워질 걸로 보입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극적으로 징수가 시작됩니다.

전망: 그동안 규제를 피해가던 법인은 이번 대책 이후로 엄청난 규제를 받게 됐습니다. 그간 개인 대상으로 발표한 20번의 부동산 대책을 한번에 적용하는 듯합니다. 특히 대출 중단, 종부세 합산, 양도세 중과 등이 그러합니다. 이런 규제들로 인해 법인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하긴 상당히 힘들어졌습니다. 다만, 비규제지역에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풍선효과가 발생하면 정부가 곧바로 조정대상지역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다른 규제들도 예고된 상태입니다. 신탁 등을 통한 보유세 회피를 규제할 걸로 보이고, 전월세신고제를 비롯해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8월부터는 수도권‧지방광역시에선 분양권 전매가 제한될 예정이고요. 당분간 시장은 안정세로 진입할 듯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오늘의 이슈

요즘 고정금리가 유독 비싼 이유

새로운 사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요즘 변동금리 대출의 대출 이자는 기존 대출자와 새로 대출받는 경우 모두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정금리 대출의 대출이자는 오히려 오르고 있습니다.

변동금리는 기준금리 따라: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함께 따라 내려갑니다. 은행들이 기준금리가 내려간 만큼 예금이자도 낮추기 때문입니다. (코픽스는 예금이자처럼 은행들이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을 계산한 수치입니다. 예금이자가 내려가면 코픽스도 내려갑니다) 그래서 코픽스와 연동해서 오르내리는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는 내려갑니다.

기준금리가 내려갔다고 예금금리를 꼭 내려야 한다는 법은 물론 없습니다. 그렇지만 1주일짜리 금리인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은행들은 굳이 비싼 예금금리를 물어가며 예금을 조달하는 것과 1주일짜리 단기자금시장에서 낮아진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게 됩니다. 주민센터에서 과일을 싼값에 판매하기 시작하면 동네 과일가게 과일값도 저절로 내려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고정금리는 장기채권 금리 따라: 그러나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는 만기가 짧은 기준금리보다는 시중의 3년 만기 또는 5년 만기의 장기채권 금리와 유사하게 움직입니다. 왜냐하면 은행들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해줄 때 필요한 재원을 3년 또는 5년 만기 채권을 발행해서 조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들어오는 이자와 나가는 이자를 동시에 고정시키고 그 사이에서 안전하게 마진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중금리가 급등할 경우 들어오는 금리는 고정인데 자금조달을 위해 내줘야 하는 이자가 크게 오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기채권 금리가 오른다: 그런데 요즘 시중의 3년 또는 5년 만기 채권의 금리는 오히려 오르는 중입니다. 정부가 국채를 대거 발행해서 재정을 조달할 경우 그 과정에서 국채 물량이 시중에 쏟아져서 시중 금리를 올릴까봐 미리 겁을 먹은 겁니다. 그래서 새로 대출을 받으러 오는 소비자들에게 제시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올라가는 중입니다.

대출을 받을 분들이나 갈아타기를 할 분들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게 부담이 적을 테니 대부분 변동금리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 시중금리가 앞으로 올라갈 경우가 걱정됩니다. 그렇다고 고정금리를 물면서 대출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래의 경기가 좋을 것 같아서 금리가 오른 게 아니라 국채 발행 가능성 때문에 단기적으로 올라버린 금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중 금리의 단기적 왜곡이 나타나면 대출 받는 분들도 함께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다행히 앞으로 경기는 계속 나쁠 가능성이 커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분들의 부담이 급등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판단입니다.

세금으로 부실기업 살려야 할까

 

살리느냐 놔두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쌍용차, 아시아나, 대한한공, 두산의 공통점은 자칫하면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게 된 기업들이라는 겁니다. 이들 기업을 살리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곳은 산업은행입니다. 돈을 더 지원할 수도 있고 지원을 멈추고 파산 절차를 밟을 수도 있습니다. 산업은행의 설립 목적은 이런 기업들을 살려내는 것에 있지만 자금을 지원한다고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제 산업은행 고위 임원들이 최근의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했는데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주요 기업들의 처리 방향이 언급되는 자리여서 언론의 관심도 컸습니다.

지원해도 못 살아날 수 있다: 몇 가지 생각해볼 만한 포인트는, 산업은행장의 발언처럼 돈을 지원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돈을 지원해서 수명을 늘려놓더라도 그 사이에 다른 방법을 찾아서 적자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면 문제는 계속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로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해온 정책들도 대부분 무상으로 또는 대출의 형식으로 생존자금을 지원하는 것이었는데 이 방식은 사망선고를 뒤로 미룰 뿐 생존을 담보하는 못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해결되지 못하면 중앙은행의 다양한 지원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예측과 맥이 닿아있습니다.

과거엔 은행이 도왔다: 과거에는 이런 골칫거리가 된 기업은 주거래은행이 따로 있었고, 그 은행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심정으로 지원을 하다가 결국 회사도 망하고 은행도 부실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주는 정치권 로비를 통해 해당 은행이 대출을 해주도록 압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위험한 기업의 대출은 대부분 산업은행이 떠안습니다. 살리기 어려운 기업의 회생은 정부에게 맡기고 은행은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에만 돈을 빌려주는 안전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이익이 매년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런 변화 때문입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줄어드는 중국 영향력: 한국 증시는 그간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이나 지표, 주가 흐름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하면서 관련 산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시장이 수혜를 봤기 때문인데요. 최근엔 이 흐름이 변했습니다. 중국의 경기지표 발표나 경기부양책이 우리 증시에 영향을 별반 주지 못했습니다. 중국과는 관련이 적은 4차 산업혁명 관련주들이 주도주 자리를 차지한 탓이 컸습니다. 이젠 오히려 전 세계에 달러를 공급하고 있는 미국이 주는 영향이 커졌습니다.

🚗10년 뒤 자동차 절반은 전기차: 2030년엔 새로 출시되는 신차 두 대 중 한 대는 전기차일 거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연구에 조 단위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현재 연 10만대 수준인 전기차 생산량을 5년 안에 56만대로 늘릴 계획입니다. 폭스바겐그룹은 2024년까지 330억유로를, GM은 2025년까지 200억달러를 전기차 개발에 쓸 예정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제조사 간 합종연횡도 급속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GM은 LG화학과 손잡았고, 도요타는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과 협업합니다. LG화학과 협업해온 현대차는 앞으론 삼성SDI와도 협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났기 때문입니다.

🍎애플 조사하는 EU: 유럽연합(EU)이 미국 애플 애플리케이션스토어와 애플페이를 대상으로 고강도의 반독점 조사에 돌입했습니다. EU가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지 불과 닷새 만에 미국의 또 다른 IT 공룡을 건드린 겁니다. 이번 조사는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가입한 모든 구독에 30%의 수수료를 부과하자 유럽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기업인 스포티파이와 전자책업체 코보, 라쿠텐 등이 지나치다고 항의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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