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쌍용차를 살릴까?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정부는 쌍용차를 살릴까?

이미지 출처: 쌍용자동차

새로운 사실: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에 대해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습니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추가 지원이 없으면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쌍용차는 다시 생사의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정부도 쌍용차를 지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심하는 분위깁니다.

🤝그간 큰 회사를 망하지 않게 둔 이유: 우리나라에서 큰 회사가 위기를 맞으면 대개의 경우 뻔한 해결 수순이 있었습니다. 큰 회사는 재벌계열사일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재벌계열사 입장에서 보면 그 회사 자체는 별 것 아니더라도 망하면 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꼭 살려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살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죽이기는 어려웠습니다. 큰 회사가 문을 닫으면 실업자들도 쏟아지고 “이렇게 큰 회사가 문을 닫다니 이 정부는 정책을 어떻게 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는 여론이 불거지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습니다. 이 회사가 문을 닫으면 정부가 부담스러워진다는 걸 아는 재벌 그룹은 그 회사를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결정을 내리면 나머지 계열사들도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아지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위기의 회사를 살리는 방법: 그렇다고 당장 그 회사를 살릴 돈은 부족하니 대개의 경우는 산업은행 등 정부 소유 은행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그 대신 재벌 회장 일가가 사재를 털어서 그 계열사에 투입합니다. 망해가는, 그래서 돈을 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다른 은행들은 돈을 안 빌려주는 그런 회사에 정부의 자금으로 대출을 해주는 특혜를 베풀려면 대주주도 개인 재산을 비슷한 규모로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 때문입니다.

원칙대로 하자면 정부가 판단해서 돈을 빌려주지 않고 파산시키는 게 합리적입니다. 정부가 판단하기에 그 회사가 문을 닫을 경우 협력업체 연쇄 파산이나 일자리 등이 걱정이 되면 그런 차원에서 돈을 빌려주거나, 돈만 빌려주는 게 특혜같아 보이면 정부가 그 회사를 인수하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정부도 그 회사를 인수한다고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돈을 지원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대주주를 윽박질러서 사재를 출연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쌍용차는 다르다: 물론 그 계열사가 해당 대주주 입장에서 꼭 필요한 회사라면 사재 출연을 감수하고라도 오히려 대주주 쪽에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쌍용차의 경우는 그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정부에 대해 지원 요청도 않고 쌍용차를 그냥 파산시키겠다고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회사 같으면 대주주를 불러서 이렇게 대책없이 파산을 시키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압박할 수 있었겠지만 인도 마힌드라 그룹은 우리 정부에게 별로 아쉬울 일이 없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진퇴양난입니다.

최선은 매각: 쌍용차를 매각하는 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문제는 누군가가 사주지 않을 경우에 정부의 선택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계속 자금을 투입해서 살아날 수 있다면 모르지만 그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자금을 투입해서 살아날 수 있다면 누군가가 정부 대신 그 일을 기꺼이 할 것입니다.

정부는 일단 기간산업안정기금(코로나 사태로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이 어려워질 경우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서 코로나 사태를 벗어날 때까지 그 회사가 운영되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돈)을 자동차 업종에도 지원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지금까지는 항공업종과 해운업종에만 이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었습니다.

🏭쌍용차 망하면 연쇄부도 일어날 수 있다: 쌍용차 이외의 다른 자동차 업체나 협력업체들도 조만간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연쇄부도가 우려된다는 입장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매출 감소이지만 그 규모가 수십조원이어서 어떻게든 틀어막지 않으면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업체들부터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큽니다.

쌍용차가 이 지원 범위에 들어가느냐는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경영난을 겪어온 업체들까지 ‘코로나 지원’으로 포함시키는 것에 따른 논란 때문입니다.

어떤 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그 기업을 정부가 살려야 하는가 그냥 둬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이나 일관된 관행은 없습니다. 미국도 정부의 자금으로 회사채 ETF 등을 사들이면서 대규모 연쇄부도는 막고 있으나 특정 업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에 몰릴 때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델타항공 등 미국의 항공업종에 대해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이들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가 지원할 가능성이 큰가, 아니면 정부가 냉정한 스탠스를 유지하거나 적어도 주주들의 지분은 사실상 몰수한 후에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힌드라는: 마힌드라는 1945년부터 미국의 지프 제조사로부터 부품과 차체를 받아서 조립생산하는 일로 사업을 시작해서 다양한 차종으로 영역을 넓혀나간 회사입니다. 1963년부터는 트랙터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세계3대 트랙터 제조사가 됐습니다. 미국에서 일찌감치 트랙터 판매망을 구축해서 지금도 미츠비시 트랙터가 마힌드라의 이름을 달고 미국에서 팔립니다.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는 SUV를 특히 잘만드는 회사로 꼽힙니다. 쌍용차를 인수한 것은 쌍용차의 SUV 설계 제조기술을 배우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쌍용차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한때 수출물량의 30%를 차지하던 러시아 시장에서 2015년 루블화 폭락 사태가 발발하면서 환차손을 입으며 철수한 게 시발점이었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서방국가들의 경제재제와 유가하락의 이중고를 겪으면서 루블화 가치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2014년 이전에는 1루블이 40원 가까이 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17원 남짓입니다)

그 이후 쌍용차는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내수시장에만 팔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든 어떤 제품이든 전체 생산량과 판매량이 많지 않으면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합니다. 100대가 팔리는 차를 설계하는 비용이나 100만대가 팔리는 차를 설계하는 비용이나 마찬가지지만 100만대를 팔면 대당 설계비용을 1만분의 1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쌍용차는 수출이 위축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계속 실적이 악화됐습니다.

르노∙GM보다 쌍용이 취약한 이유: 르노삼성이나 한국GM은 모회사인 르노와 GM이 세계시장에서 판매량을 유지하는 바람에 그나마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쌍용차는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 가운데 모회사가 자동차를 제일 못 파는 회사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어서 위기가 닥치면 제일 먼저 힘들어집니다.

오늘의 이슈

금리의 죽음

새로운 사실: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가 1%가 채 안되는 나라가 전세계 주요 62개국 가운데 30개국이나 됩니다. 심지어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인 나라도 10개국이나 됩니다. 이 현상을 시장에서는 ‘금리의 죽음’이라고 부릅니다.

⚖️적정금리는 시장이 정한다: 금리는 중앙은행이 ‘결정’한다고 알려져있지만 그 본질은 시장에서 형성된 금리를 중앙은행이 따라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즉 금리는 환경이 만드는 것이지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끌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 정도면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빌려주려는 사람이 대강 비슷하게 균형을 이룰 만한 금리가 그 나라의 적정금리입니다.

예를 들어 3%의 금리라면 얼마든지 대출을 받아서 더 수익성 높은 대상에 투자하겠다는 수요자가 많으면 중앙은행이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싶어도 3% 이하로 금리가 내려가기는 어렵습니다. 금리가 더 내려가면 대출 수요가 많아서 결국 금리는 넘치게 됩니다. 그럼에도 억지로 낮은 금리를 만들어놓으면 그 금리에는 예금을 하지 않아서 결국 대출을 못 받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공식적인 금리는 낮은데도 대출은 어려우면 다양한 방식으로 추가 비용을 내면서라도 대출을 받으려고 합니다. 이자와 그 ‘다양한 비용’의 합이 연 3%가 될 때까지 대출 수요는 계속 이어집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이런 금리가 요즘 거의 0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이른바 ‘금리의 죽음’은 그 어떤 사업이나 자산에 투자를 해도 연 1%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만한 대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세상에 더 이상 개발하거나 발명할 뭔가가 남아있지 않든, 남아있더라도 어떤 이유로든 그러기가 어렵든 둘 중 하나 입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간혹 그런 유망한 사업을 발견하고 대출을 받아서 그 대상에 투자하지만 대부분의 돈 주인들은 그런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1%의 금리라도 만족하고 예금을 하거나 채권을 매입합니다. 투자 대상이 없지는 않지만 그 비해 돈이 더 넘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너무 많은 돈이 시중에 흘러나온 탓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별것 아니어보이는 수익형 자산들이 과거보다 높은 몸값에 거래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금방 회복하긴 어렵다: 이런 극단적인 저금리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렇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 저금리가 해소되려면 투자수요가 늘어야 하는데 고령화가 더 심화되면서 그럴 가능성은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인하는 일이지만 사람은 나이가 많이 들면 생산적인 또는 모험적인 활동을 하기가 어려운 게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어떤 동기가 생겨서 경기가 좋아지고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더라도 그런 현상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높아진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경제주체들의 부채 규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는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 금리 수준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는 다시 위축되고 금리가 낮아집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지게 될지,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계기는 어떤 사건이 될지는 모두들 궁금해하지만 아무도 모릅니다.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 물린다

새로운 사실: 정부가 2023년부터는 상장주식을 거래해서 생기는 투자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연말에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에 대해서만 투자 차익에 양도세를 물리는 다소 이상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주식을 보유하지 않기 위해 너도 나도 매물을 던지는 현상이 몇 년째 이어지는 중입니다.

모든 투자자한테 걷어서 회피 못하게 한다: 주식거래에 따른 투자 차익에 양도세를 매기는 것을 ‘부유층들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적용한 방식이긴 하지만 그런 단계적 적용이 오히려 그 적용을 피할 여지를 남기면서 시장에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오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2023년부터는 모든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투자 차익에 대해 모두 양도세를 내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면 이런 잡음과 부작용이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정부의 이런 판단과 계획이 원칙과 시장원리에는 모두 부합하지만, 주식 거래에 따른 양도 소득세는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불경기 때 세수가 오히려 더 감소하는 결과가 생긴다는 점 때문에 재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보입니다.

뚝뚝 떨어지는 주담대 금리

새로운 사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최대 0.14%포인트 내려가는 등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올해 들어서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최저 연 2.1%대까지 낮아지게 됐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예금금리와 시중 단기금리가 낮아진 탓입니다. 만기가 긴 장기채권의 금리는 수년 후 미래의 경기 상황을 각자의 기준으로 예측하고 전망하는 시장 투자자들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만기가 짧은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변동금리는 한은이, 고정금리는 시장이 정한다: 그래서 변동금리 대출을 이미 받은 분들이나 앞으로 받을 분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반드시 대출금리도 비슷한 폭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갑니다. 그러나 새로 고정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분들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장기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다시 예약률 올라가는 에어비앤비: 각국에서 봉쇄령이 해제되면서 여행산업이 조금씩 회복하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숙박 예약률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CEO는 5월 미국 내 숙박 예약 일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았으며, 독일, 포크루갈,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예약률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해외 여행이 아닌 국내 여행 수요만 올라가고 있습니다.

🧂’집콕’ 덕에 줄어든 설탕 소비: 설탕 수요가 40년 만에 줄어들 걸로 보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탓에 식당, 스포츠 경기장, 영화관이 폐쇄되면서 콜라 소비 등이 줄어든 탓입니다. 사람들이 집에서 섭취하는 설탕의 양이 외부활동 중에 섭취하는 설탕의 양보다 적다는 의미입니다. 4월 첫 3주 동안 코카콜라 판매량은 1년 전보다 약 25%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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