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만족하는 직원도 필요하다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리더십, 조직변화 등을 주로 연구합니다.

김태규의 HR 나우

적당히 만족하는 직원도 필요하다

오래된 고민: 인간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까?

경제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합리성 가정을 토대로 인간의 의사결정에 대해 분석하고 예측해 왔습니다.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말은 ‘인간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모든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고, 정보를 통해 모든 대안을 섭렵할 능력이 있으며, 그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돌아보면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가정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이 현실의 문제에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이유죠.

이러한 경제학의 한계를 절감한 미국의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교수는 인간에 대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기존의 가정을 현실에 가깝게 완화하면서도 경제학 모델링과 이론 구축을 가능하게 하여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합니다. 인간의 합리성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정보나 대안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신 가능한 대안을 순차적으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거죠.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각자의 의사결정 기준에 비춰 몇가지 대안을 살펴봅니다. 기준에 충족되는 방법을 찾는 순간, 더 좋은 대안이 올 가능성을 쉽게 포기해버립니다. 기다리지 않고 차선에 불과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는 겁니다.

최선을 찾는 Maximizer, 적당히 만족하는 Satisficer

전통적인 합리성 가정보다는 좀 더 현실에 가깝게 들리지만, 사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의사결정을 내리진 않습니다. 행동경제학, 경영학, 심리학 분야의 후속세대 학자들은 위의 두 가정(합리성 가정과 제한된 합리성 가정)에서 힌트를 얻어 인간의 의사결정 성향을 크게 2가지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Maximizer와 Satisficer입니다.

Maximizer는 합리성 가정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의사결정을 위해 가능한 많은 정보와 대안을 마련합니다. 그 중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고자 노력하고 고민합니다.

Satisficer는 Satisfy(만족하다)와 Sacrifice(희생하다)를 합성시킨 용어로, 제한된 합리성 가정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최선의 선택지가 아님에도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더 나은 대안을 포기하기도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사결정 성향이 직장 생활에 미치는 차이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쉬나 아이엔가(Sheena Iyengar) 교수팀은 미국내 11개 대학의 졸업반 학생들 548명의 의사결정 성향을 측정하여 Maximizer 와 Satisficer 로 구분하고, 이들을 1년간 추적 관찰한 후, 의사결정 성향에 따른 다양한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졸업반 학생들의 성과 지표로 삼을 수 있는 첫 직장의 연봉 평균이 Maximizer는 $44,500인데 반해, Satisficer 는 $37,100으로 거의 20%에 가까운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Maximizer 의 성과가 Satisficer에 비해 높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구직과정에서의 자신의 노력에 대한 만족도, 현 직장에 대한 만족도 등의 조사에서는 Satisficer 가 Maximizer 보다 훨씬 높은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Maximizer가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누렸을텐데” 라고 자책하거나 후회하는 반면, Satisficer는 ‘역시 내 결정이 당시 상황으로서는 바람직한거였어’ 라며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Satisficer가 Maximizer에 비해 자신과 조직생활에 대해 더 높은 만족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기업조직은 어떠한 성향의 사람들을 더 선호할까요? 기업이 재무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조직이라면 Maximizer를 더 선호하겠습니다만, 좋은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균형 있는 구성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이 높을수록 조직은 건강해진다

몇 주전 리멤버 나우에 기고한 재무적 성과를 넘어서는 좋은 조직’에서 ‘좋은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조직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조직시민행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조직시민행동의 가장 큰 선행조건은 만족한 구성원입니다. 조직 구성원 대다수가 Maximizer 라면 재무적 성과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메마르고 피곤한 조직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대다수가 Satisficer 라면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조직생활을 할 수 있겠으나, 성과에 대한 우려로 조직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사실 리더가 Maximizer 성향을 지니면 팀을 Maximizer 위주로 구성하는 경향이 있고, Satisficer 일 때도 자신과 비슷한 성향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팀의 성향이 리더의 성향과 맞물리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균형 잡힌 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자신의 성향에 치우치면 안됩니다. Maximizer가 성과로 공헌하는 부분에 대해서 인정하고 Satisficer가 조직의 윤활유 역할을 통해 공헌하는 바를 다양하게 인정하는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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