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인데 자산가격은 왜 오를까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불경기인데 자산가격은 왜 오를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상을 인플레이션의 시대로 끌고 갈 것인가 아니면 디플레이션으로 몰고 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아마도 인플레도 나타나고 디플레도 나타날 것이라는 답이 가장 흔하게 도출되는 결론인 것 같습니다. 실물경제의 물가는 낮게 유지되고(디플레이션) 반대로 투자용 자산의 가격은 높게 오르는(인플레이션) 현상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실물경제도 인플레이션, 투자용 자산도 인플레이션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물가는 내릴까 오를까: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0.1% 수준으로 매우 낮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아예 물가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감소 때문입니다. 손님이 없으니 자꾸 할인해서 팔아야 하고 좀처럼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겁니다.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의 원가도 낮아질 여지가 큽니다.  기업의 생산물은 노동과 자본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노동의 가격인 임금과 자본의 가격인 금리가 모두 하향세입니다. 기업은 비용의 하락분을 가격 인하에 쓰게 되고 가격은 계속 하방압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탈세계화는 비용을 늘린다: 이런 전망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오히려 비용이 증가하고 그게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탈세계화 때문입니다. 탈세계화는 두 가지 이유로 인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첫째는 코로나 바이러스 그 자체로 인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유사한 바이러스가 창궐할 경우 바이러스 감염으로 주요 부품의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제품 공급처를 다변화하거나 아예 국내로 끌어오려는 움직임이 생깁니다.  그 과정에서 비용이 올라갑니다. (비용이 저렴한 곳에서 조달하는 원칙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탈세계화가 확산될 수 있는 두 번째 계기는 국가 간의 갈등 때문입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촉발된 탈세계화는 필연적으로 비효율과 비용 증가를 유발합니다. 결과적으로 소득이 줄어듭니다. 특히 세계화의 혜택을 많이 입었던 국가들일수록 그 감소폭이 큽니다.  소득 감소가 큰 국가들은 자국 이기주의와 보호무역으로 해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 제조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지만 그러나 그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생필품 가격은 오를 겁니다(비싸도 안 살 수 없으므로). 그러나 생필품의 범위를 벗어나는 상품은 가격 인상이 어려울 겁니다. 올라간 가격이 수요를 위축시키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 없이 위기에 대처하는 법: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원동력은 시간입니다. 경기가 둔화되고 물건이 안 팔리고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은  사람들의 소득이나 수요에 비해 상품이 과잉생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경기가 나쁘면 물 속에서도 잘 들리는 30만원짜리 방수 이어폰은 팔리지 않습니다. (과잉생산) 그러면 그 회사는 망합니다. 그 회사에 다니던 사람들과 그 회사에 빌려줄 예정이던 돈은 누군가가 창업한 즉석만둣국 공장으로 투입되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 만둣국을 소비합니다. 그러면 다시 돈이 돌기 시작하고 경기가 살아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이전에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우리 인류가 그 과정에서 고통이 따른다는 걸 20세기 초반 대공황의 경험에서 알게 되었고 21세기 초반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자율을 낮추고 시중에 현금을 강제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고통이 덜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30만원짜리 방수 이어폰 공장도 망하지 않고, 계속 시중에 돈을 주입하면 경기가 언젠가는 살아나서 사람들이 30만원짜리 방수 이어폰도 구매하게 될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자산 가격은 오른다: 이런 처방을 하려면 오랜 기간 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들이 망하지 않고 불경기를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산 가격은 필연적으로 상승합니다.

🏢 예를 들면 1년에 월세로 1억원을 벌어들이는 건물의 가격은 시중 이자율이 10%일때는 10억원 수준이지만 이자율이 1%가 되면 건물값은 100억원에 육박하게 됩니다.

물론 이자율을 낮춰야 할 만큼 경기가 나쁘면 월세로 1억원을 계속 벌어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경기가 나빠서 월세 수입이 감소하는 기울기보다 경기가 나쁘다는 이유로 낮아지는 이자율의 기울기가 훨씬 가파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그래야 낮은 이자율이 경기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자산의 가격은 계속 올라갑니다.

💎 월세 또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금 같은 자산의 가격도 오릅니다. 이 자산들은 오로지 사람들의 마음 속에 형성된 느낌에 의해 가격이 결정됩니다. 동일한 수익형 자산의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비수익형 자산도 비슷한 폭으로 오르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자산 가격은 언제까지 오를까: 저금리가 가져오는 장점은 기업이 좀처럼 망하지 않고 그렇다 보니 사람들도 직장에서 쫒겨나는 일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그 결과 구조조정이 생기기 어렵고 부채가 많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비효율적인 기업이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의 부채가 계속 늘어나면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비효율적인 기업이 여전히 살아있으므로 사람들의 수요를 자극하는 매력있는 상품이 등장하기도 어렵습니다. 부채가 늘어나 있어서 그 부채 부담으로 인해 그런 매력적인 상품이 나와도 사람들의 수요는 쉽게 살아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의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이 느끼는 부채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회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부작용만 아니라면 오히려 내심 권장할 만한 결과물입니다.

자산 가격의 상승은 고통을 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과도한 저금리의 대표적인 부작용입니다. (자산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의 부작용입니다) 그 부작용을 피하려면 경기 위축과 실업의 고통을 당분간 감내하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선거로 선출되는 정부와 그 정부가 임명하는 중앙은행의 리더가 그 권력의 원천이 되는 유권자들에게 인내와 고통을 강요하기는 어렵습니다. 

자금의 이동이 자유로운 환경에서는 어떤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색다른 정책을 펴기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만 금리를 내리지도 않고 자금을 공급하지도 않으면서 경기 위축에 정공법으로 대응하면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경쟁국의 기업들보다 더 불리해지고 망하지 않아도 될 기업까지 망하는 일이 생깁니다. 저금리와 돈 풀기 정책이 위험하고 부작용이 많더라도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동시에 그걸 멈추지 않으면 어느 한두 국가에서 남다른 선택을 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멈추기 어려운 열차에 이미 우리는 몸을 맡겨놓은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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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단기 외채가 늘었다

우리나라의 단기 외채가 지난 1분기에 꽤 늘었습니다. 전체 외채에서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28.8%에서 30.6%로 2%포인트 가량 상승했습니다.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종전의 흐름에서 벗어난 이상신호가 있다면 원인을 살펴야 합니다. 단기 외채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달러 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늘어난 달러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외국에서 달러를 빌려와서 공급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부채는 늘어나는 것보다 줄어드는 게 더 큰 위험 신호입니다. 부채가 늘어난다는 건 그나마 상황이 양호할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빌려주는 주체가 보기에 빌려줄 만하니까 빌려준다는 뜻입니다. 상황이 나빠지면 부채가 오히려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회수요구가 계속 들어오고 새로운 대출은 막히기 때문입니다. 늘어난 부채는 미래의 골칫거리가 되기는 하지만 ‘당장은 괜찮다’는 신호입니다. 가계부채도 기업부채도 늘 경기가 좋을 때 늘어납니다.

한국은행이 직접 기업에 지원한다

한국은행이 돈을 쩍어서 어려운 회사의 회사채를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형식적으는 한국은행이 찍은 돈을 별도로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에 자본금으로 투입하고 그 페이퍼 컴퍼니가 불량 회사채를 사들이는 구조입니다만, 사실상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으로 부실 회사를 도와주는 구조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동일한 구조로 시행한 정책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일이 필요하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한국은행은 그 국채를 매입해서 사실상 한국은행에서 나온 돈이지만 정부의 부채로 포장한 뒤 그 돈으로 부실기업 회사채를 사들이는 구조를 짰습니다. 적어도 중앙은행이 직접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전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정부의 부채가 늘어나고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따릅니다.  자금 공급의 본질이 같다면 그냥 손쉽게 중앙은행이 자금을 투입하는 게 편리합니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 정부의 지출에 대해 국회의 승인과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사라집니다. 이렇게 한 번 간편해진 절차는 앞으로도 자주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원칙보다는 속도가 중요한 시대 또는 속도가 원칙을 삼킨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데일리 체크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타격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 줄었습니다. 석유제품(-68.6%), 승용차(-58.6%), 무선통신기기(-11.2%) 등의 수출이 특히 많이 감소했습니다. 반면 반도체 수출은 13.4% 늘었습니다. 코로나19 피해가 큰 미국(-27.9%), (EU·-18.4%), 일본(-22.4%) 대상 수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신규 확진자가 줄어든 중국 대상 수출은 1.7% 떨어지는 데 그쳤습니다.

당분간 인증서 춘추시대가 벌어질 전망입니다. 연말부터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민간인증서(카카오페이 인증 등)도 기존의 공인인증서와 동등한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민간인증서와 경쟁하게 된 공인인증서는 편의성을 높이도록 개선됩니다. 유효기간마다 수동으로 갱신하지 않도록 자동 갱신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다만 액티브엑스등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인증할 수 있는 민간인증서를 공인인증서가 이기긴 쉽지 않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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