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권한을 주니어에게까지 부여하라 – 패스트캠퍼스

성공하는 기업의 문화를 연구합니다.

그 회사의 기업문화

극한의 권한을 주니어에게까지 부여하라

‘극한의’ 권한을 주니어에게 이양합니다. 신입 사원도 이 회사에 들어오면 하나의 상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 시장에 내놓습니다. 그리고 실패를 겪습니다. 대학 시험을 망쳐서 받은 C 학점이 아니라 수백, 수천만 원을 들여 만든 상품에 아무 반응도 없는 소비자를 마주합니다.

권한 이양(Empowerment)의 중요성은 전부터 강조돼 왔습니다. 실무자들의 능력과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려면 실제로 그들이 일에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기업은 적습니다. 여태껏 해오던 방식을 버리기 어렵고 막무가내로 권한을 부여했을 때 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성인 직무 교육을 하는 패스트캠퍼스는 주니어를 포함한 조직원 각자가 최대 수준의 권한을 갖는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성공 가도를 걷고 있습니다. 패스트캠퍼스는 어떻게 파격적인 권한 이양이 가능했을까요.

 

<파격적인 권한 이양이 가능했던 비결>

1. 본질적으로 권한 이양이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

패스트캠퍼스는 직무 교육 서비스 제공 업체입니다. 매일 직장인에게 주어지는 실무를 다루는 교육입니다. 실전에 바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트렌드에 민감한 비즈니스 강의다 보니 시기를 놓치면 효용이 떨어집니다. 하나하나의 강의가 ‘빠르게’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패스트캠퍼스는 사업부 별로 팀을 나눴습니다. 역량 개발 강의를 만드는 ‘직무교육본부’, 취업/이직을 위한 강의를 만드는 ‘취업교육본부’와 같은 식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각 팀에는 기획자와 마케터가 소속돼 있고, 그 안에서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려 경쟁사보다 시의적절하게 거친 뒤 강의를 기획하고 만들어내고 홍보했습니다.

이런 구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주니어에게도 권한이 주어져야 했습니다. ‘기획팀 막내’로서 잡일만 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의 기획자로서 코스를 기획, 제안할 수 있어야 했고 수백만 원의 광고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야 했습니다. 패스트캠퍼스는 사업 초기부터 과감하게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누구나 새로운 상품을 제안하고 구체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2. CEO의 성향과 의지

패스트캠퍼스의 시작은 ‘패스트트랙아시아’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회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회사는 ‘컴퍼니 빌딩’이라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사업 개발을 하는 게 목적인 회사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려면 빠른 시도와 실패, 재시도가 필수입니다.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박지웅 대표(패스트캠퍼스의 공동 대표이기도 하다)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테스트 차원에서 ‘스타트업 창업 부트 캠프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반응이 좋자 직무교육으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그 사업이 확장된 것이 현재의 패스트캠퍼스입니다. 박 대표와 함께 패스트캠퍼스를 이끌고 있는 이강민 대표도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사업 개발을 담당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의 성향이 패스트캠퍼스의 조직 문화에 깊이 배어있죠.

3. 권한 이양을 위한 제도의 구축

비즈니스 모델이 권한 이양을 필요로 한다고, CEO가 의지가 있다고 권한 이양이 뿌리내리진 않습니다. 지속 가능한 권한 이양이 되려면 문화와 제도가 갖춰져야 합니다. 패스트캠퍼스는 제도와 문화 구축에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일단 빠른 시도의 핵심은 실패를 질책하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아무 성과도 없이 예산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고 있기는 힘드니까요.

신해동 CBO

패스트캠퍼스의 실제 사례로 보시죠. 신해동 사업본부장(CBO)은 본인의 예를 들었습니다. 신 본부장은 과거 ‘SCHOOL 교육과정’ 런칭을 담당했습니다. SCHOOL은 수강생이 실제로 커리어를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 풀타임 교육과정입니다. 예를 들면 개발 지식이 전혀 없는 기획자가 개발자가 되기 위해 4~6개월간 매일,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 형태입니다. 파트타임 교육(CAMP)만 제공하던 패스트캠퍼스에게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신 본부장(당시에는 사업개발 팀원)이 먼저 제안해 론칭했는데 시장조사와 기획이 허술해 열리지도 못한 채 폐강되고 말았습니다. 많은 투자를 했던 만큼 큰 실패였으나 회사는 신 본부장의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회사는 내가 아는 한 지난 6년간 개인에게 실패의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제도가 이런 현상을 만들었을까>

위에서 권한 이양을 위한 ‘제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패스트캠퍼스는 성공적인 권한 이양을 위해 어떤 제도들을 가지고 있을까요?

1) 매출에 집착하지 않는 인사평가

신해동 본부장은 “인사 평가 시 해당 구성원이 일으킨 매출 자체에 두는 비중은 상당히 적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매출보다 ‘일하는 방식’과 ‘과정’에 더 큰 무게를 둔다는 말입니다.

패스트캠퍼스는 워낙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기에 분야에 따라 매출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누가 얼마의 매출을 내느냐’에 따라 평가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그보다 확실한 건 ‘끊임없이 부딪히고 시도하면 시장의 반응은 언젠가 따라온다’라는 믿음이라는 거죠.

여태 사업적 성공을 거둔 것이 대부분 많은 시도와 실패를 통한 것이었기에 가능한 발상입니다. 신 본부장은 “성과를 숫자로만 보면 더 많은 시도와 실패가 어려워진다”라고 답했습니다.

2) 실패의 교훈을 얻기 위한 하드 톡 (Hard Talk)

실패를 질책하지 않는 것과 실패를 그저 용인하는 것은 다릅니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넘겨서는 안되겠지만,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반드시 체득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하드 톡(Hard talk)’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패스트캠퍼스의 문화 중 하나입니다. 동료가 낸 결과물에 대해 상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말합니다.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것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내가 한 일을 향한다는 걸 알고있습니다.

제도적으로도 하드 톡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피어 리뷰(Peer review)’를 진행합니다. 동료에 대한 피드백을 익명으로 제출하고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나에 대한 익명의 평가들을 놓고 한자리에서 팀원들이 함께 얘기하는 것은 강도 높은 방식입니다. 신 본부장은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피어 리뷰는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패를 분석해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조직원들 사이에 심어졌다”라고 했습니다.

 

<권한 이양의 결과>

권한 이양을 포함한 모든 경영 전략은 결국 회사가 잘 되기 위한 것입니다. 파격적 권한 이양을 실행한 패스트캠퍼스는 무엇을 이뤄냈을까요. 그리고 어떤 부작용이 있었을까요.

1. 매출 성장

패스트캠퍼스는 법인 독립 이후 6년간 매해 2배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이뤄냈고 온라인 강의와 미용, 제빵 등 라이트한 학습 니즈에 맞춘 교육과정 ‘콜로소’ 등 신사업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습니다.

2. 젊은 조직

패스트캠퍼스의 특징은 리더급 레벨의 직원들의 나이가 어리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30대 초중반으로, 어린 나이에 입사해 오랫동안 근속하고 있는 직원들이 요직을 맡고 있습니다. 직원 평균 연령도 30세에 불과합니다.

파격적 권한 이양, 실패를 질책하지 않는 문화가 젊은 리더를 많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신 본부장은 “다른 업체에서 오래 계신 분들은 자신의 노하우를 믿고 새로운 시도를 꺼린다”라며 “어차피 남들이 안 해본 시장이니 만큼 전문성이나 노하우보다는 얼마나 많은 시도를 하고 실패를 해 봤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역시 30대 초반이지만 현재 40명 규모의 직무교육본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채용 자체를 주니어, 심지어 신입에 집중합니다. 한때는 전체 직원의 70%가 신입 직원인 적도 있었습니다. 박지웅 대표는 “다른 어느 회사보다 압축적 성장이 가능한 곳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직 리더들이 젊으면 아무래도 조직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기존 타성에 젖지도 않습니다. 요즘 대기업들이 30~40대를 임원으로 빠르게 승진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3. 빠른 인원 순환

순작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권한 이양은, 권한을 이양 받는 당사자에게는 극한의 부담을 줍니다. 아무리 실패의 책임을 본인에게 넘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패를 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 또한 큽니다. 그 결과 패스트캠퍼스는 직원의 이직이 잦은 편입니다. 일종의 부작용이죠.

시도를 빠르게 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될 뿐 아니라, 빠른 시도 속에서 이런저런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신 본부장은 “조직 규모가 점점 커지고, 시도의 규모도 커지면서 무조건 빠른 시도와 실패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라며 “체계를 갖추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신의 조직이 권한 이양을 시도하려 한다면>

1. 사업 모델이 ‘권한 이양’에 맞는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대형 장비를 다루는 B2B 업체에서 주니어에게 큰 권한을 이양하는 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패스트캠퍼스처럼 작고 빠른 시도가 필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권한 이양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CEO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리더가 권한 이양을 체득하고 실천해야 조직에 퍼집니다. 패스트캠퍼스는 CEO가 권한 이양과 빠른 시도/실패에 익숙했고 이를 조직 전체에 전파해야 한다는 의지도 강했습니다.

3. 실패를 잘 다뤄야 합니다. 실패를 질책해선 안되지만 용인해서도 안됩니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실패의 과정에서 조직원이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잘 조율하는 장치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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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권한을 주니어에게까지 부여하라 – 패스트캠퍼스”에 대한 5개의 댓글

  1. 물론 타 사지만 구매권한을 MD에게 주고 CEO는 발주전에 레포트 한장 원하는 회사에서 일해본 결과 엄청난 내공이 쌓이더군요. 단점으로 개개인이 그 상황에서는 힘들어서 회사 욕을 한다거나 퇴사를 감행하지만 딱 1년만 지나도 그게 본인 커리어에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2. 법원과 검찰로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 수 있겠습니다. 독립적인 재판진행 경험과 수많은 판례를 체화한 판사들과 상급자의 지시와 정치적 외압에 크게 영향받는 검사들의 수십년 후의 모습은 어떤가요. 사법부 우위의 구조도 있지만 실력에서 법원이 검찰을 압도합니다. 물론 판사가 검사보다 사법시험이나 연수원 성적이 우수한 경우가 많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나 수십년간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훈련된 것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3. 권한 이양에 대한 얘기는 공감하면서 들었으나… 이직률이 높은 이유가 거기서 나온다는건 아직 패스트캠퍼스에 대한 자기객관화가 부족한듯 하네용 ㅎㅎ 잡플래닛 평가 보니 처참한 수준이던데

  4. 주니어에게 엄청닌 권한을 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회사 내부의 문제고… 수강생들에게는 딱 한마디로 정리합디다. ‘아시는 것처럼 저는 그럴 권한이 없어요… 윗분이 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윗분이라는 분은… 대체로 꼬빼기도 보기 힘들더군요. 어설프게 흉내내봤자…
    치떨리게 경험해본 저로서는 정말 공감하기 힘드네요. 협찬? 광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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