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인데 금리가 오르는 이유

일하다가 궁금한 것이 생겼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나요? 업계 이슈에 대해 다른 전문가의 생각이 궁금하신가요? 지금 리멤버 커뮤니티에서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해 보세요. 좋은 질문을 해주신 분께 주유권도 드립니다.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불황인데 금리가 오르는 이유

경기가 나빠지면 금리는 내려가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경기가 가파르게 나빠지면 가끔은 금리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요즘 시장에서 간혹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간혹 나타난다’고 담담하게 표현했지만, 간혹이기에 망정이지 사실은 매우 공포스러운 현상입니다.  경기가 나빠지는데 금리마저 올라가면 경제주체들의 고통은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나빠진다는 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남는 돈은 굴릴 곳이 없어지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서 금리도 낮아집니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요즘 왜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생길까요.

금리가 얼마나 올랐나요?

실제로 지난 주말 한국의 국고채(3년물) 금리는 하루 사이에 0.1%포인트나 상승해서 1.15%가 됐습니다. 10일 전인 3월 4일에는 1.03%까지 하락했던 금리가 갑자기 튀어 오른 겁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1월에 1.4% 정도였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반영되며 1.0% 수준까지 빠르게 내려갔다가 다시 반등한 것입니다.

미국의 국채 금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루 전보다 0.1% 포인트 올라서 0.95%가 됐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첫째는  ‘무조건 현금 확보’  공포가 생겼다는 해석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마비되면 가장 큰 고민은 곳곳에서 쓰러지는 기업과 상인들이 속출한다는 것입니다. 사업이라는 것은 대부분 먼저 지출하고 나중에 수확하면서 그 차익을 이익으로 가져가는 활동입니다. 먼저 지출은 했는데 수확이 늦어지면 보유자금이 넉넉한 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쉽게 쓰러집니다. 경제 위기가 오면 부도 기업이 속출하는 건 그런 이유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도 그렇게 기업들의 부도를 유발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일단 현금을 확보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현금이 급한 상황까지는 아니라도 투자자들은 그런 상황을 예견해서 행동합니다. 안전한 국채도 급하게 현금으로 바꿔야 하는 보유자들이 몰려와서 내다팔기 시작하면 매우 헐값에 팔아야 합니다. 그러니 일단 팔아뒀다가 실제로 그런 때가 오면 싸게 다시 담자는 투자자들도 생길 수 있고 그런 투자들이 생긴다면 지금부터 먼저 파는 게 이익입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금리가 낮아진다는 공식은 경기가 나쁘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과거보다 줄어들기 때문이지만,  경기가 “정말 많이” 나빠지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급증합니다.  투자용 돈이 아니라 생존용 돈입니다. 마치 경기가 나빠지면 수퍼마켓에 사람들이 뜸해지지만 경기가 정말 많이 나빠지면 공포심때문에 사재기를 하거 수퍼마켓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나요?

경기가 나빠지면 정부가 돈을 많이 써야 합니다. 정부는 그 돈을 시중 자금시장에서 조달합니다.  경기가 나쁘지만 돈을 필요로 하는 거대한 수요자가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히려 올라갑니다.  최근의 금리 상승은 그런 예측을 반영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추경을 하려면 그 돈을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해야 하는데 정부가 큰 돈을 빌리려면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금리는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추경을 하는데 그렇게 쏟을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활동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중 금리가 크게 올라간다면 오히려 경기가 더 나빠지고 사람들은 고통스러워집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중앙은행이 출동합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시중에 쏟아지는 국채를 사들입니다(양적완화). 그러면 시중에 돈이 부족해서 금리가 올라가는 일(국채 가격이 떨어지는 일)은 사라집니다.

결국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정부에게 경기 살리기 위한 예산을 빌려주는 셈입니다. 더 요약하면 정부가 돈을 찍어서 시중에 푸는 겁니다. (그러면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느냐는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불경기는 시중의 유동성이 오히려 줄어들고 마비되는 현상입니다. 시중의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늘리는 건 인플레 같은 부작용을 불러오지 않습니다.)

미국 금리도 그런 이유로 오르는 건가요

위의 두 가지 이유는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선물시장에서의 움직임은 미국 국채 금리를 더 끌어올렸습니다. 일반적으로 30년물 국채는 드문 거래량 때문에 30년물 국채 선물보다 좀 더 싸게(더 높은 금리에) 거래됩니다. 그래서 국채 현물을 싸게 사고 국채 선물을 팔아서 약간의 차익을 취하는 거래가 활발했는데, 최근에 시장이 요동치는 과정에서 그 차익거래 구조가 깨지면서 손절매가 많아졌습니다. 그 거래는 국채 현물을 매도하는(채권을 파는) 거여서 채권값은 떨어지고 채권금리는 올라가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리다 보니 아주 작은 마진이 보이는 곳에도 거대한 자금이 몰립니다. 그 계산이 자칫 흔들리면 갑자기 다른 쪽으로 자금이 몰리거나 그쪽으로 몰려가기 위해 다른 쪽에서는 자금이 부족해지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지난해 가을에 있었던 레포시장의 문제도 이런 자금 변동성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금리가 오를까요?

금리 급등은 잠시 나타나는 이상 현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상황이 나빠지면 정말 부도 기업이 속출하고 자금이 경색되면서 필요한 돈을 구하기 어려워서 높은 금리에라도 돈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가 폭등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런 일이 벌어지면 중앙은행이 또 나서서 카드를 꺼내들 겁니다. 예를 들어 주요 기업들이 부도가 나면 그런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중앙은행이 직접 사주는(쉽게 말하면 한국은행이 기업에 직접 대출해주는 겁니다) 정책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중앙은행이 특정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비상시에는 간혹 그러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갑작스러운 금리 급등은 결국은 해결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생각해보면 금융시장에서 생기는 문제는 아무리 큰 일이라도 결국은 이런 식으로 해결됩니다. 돈을 찍어내는 중앙은행과 그 돈을 신뢰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한 해답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러스로 인한 문제는 중앙은행이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불러올 경기 위축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전망은 그래서 조금씩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데일리 브리프

불경기에 중앙은행이 하는 일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하는 일은 전시에 보급을 담당하는 보급관의 역할과 비슷합니다. 직접 적군과 싸우지는 못하지만 전방의 군인들이 적과 싸우는 일 이외에 다른 것을 신경쓰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중앙은행은 시중에 자금이 필요한 곳에 직접 대출을 해주지는 않지만 은행들이 그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은행의 고민을 덜어주거나 고민될만한 일을 사전에 풀어주는 일을 합니다.  유럽 중앙은행(ECB)이 유럽의 시중 은행들에게 낮은 금리로 돈을 장기간 빌려주는 LTRO라는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 돈을 빌려서 은행들은 조금 더 높은 이자를 받고 시중에 돈을 빌려주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은행들은 그 약간의 예대마진을 취하려고 위험한 대출을 해주지는 않겠지만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대출은 잘 살펴보고 해주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량한 대출처에 대출이 나가고 나면 시중에는 그보다 신용이 낮은 대출처만 남아있게 되고 그중에서 그래도 제일 우량해 보이는 쪽에 대출을 해주려는 금융회사가 또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정책입니다.)

문제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는 우량한 기업들도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대출이 마비되고 은행들은 몸을 사린다는 점입니다.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에게 자금을 계속 공급해서  <은행들이 몸을 사리는 비용>을 늘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폭염때문에 사람들이 외출을 안하고 있으면 전기요금을 올려서 에어콘 사용비용을 높이고 그래서 일부라도 집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미국 연준이 단기유동성(단기대출자금)을 계속 공급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위기가 닥치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어 돈을 쉽게 빌려주던 관행이 사라지고 자칫하면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금융회사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금융회사들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기관이 나오려면 시중에 돈이 흔해야 합니다.  “돈이 워낙 흔해서 내가 안 빌려줘도 남이 빌려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 남이 빌려주기 전에 내가 빌려줘서 이익을 취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이 널리 퍼지면 누구나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경기 위축, 언제 끝날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아무도 모르는 질문이지만 딱 하나 누구나 동의하는 대답은 ‘이 바이러스가 잠잠해지거나 치료제가 개발되면 해결된다’입니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바이러스가 저절로 잠잠해지기 전에는 이 문제는 계속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더라도  그 줄어든 확진자는 경제 활동이 얼어붙을 만큼 강하게 방역을 한 결과로 얻은 성과 여서 다시 과거와 같은 경제활동을 해도 확진자가 더 늘어나지 않으려면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늘 주목해야 할 소식은 치료제는 언제쯤 나올 것인가과연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가 저절로 없어질 수도 있을까에 대한 힌트를 주는 소식들입니다. 아직은 희망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데일리 체크

관광업계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큽니다. 웨스틴조선, 더플라자 등 서울 시내 특급호텔들의 객실점유율이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는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입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들의 최근 50일간 매출도 1년 전보다 20% 이상 줄었습니다.

사람들이 집 밖을 나서지 않으면서 TV 시청시간은 늘었습니다. 시청률조사업체 TNMS의 조사 결과 지난 2월 한 달 동안 가구 평균 하루 시청 시간은 9시간 33분으로 지난해 2월 8시간 51분보다 42분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에선 유럽에서 오는 여행객의 입국을 한 달 동안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상품 교역은 제한하지 않지만, 기업 활동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80여만명을 고용하는 아마존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곤 전원이 집에서 일하도록 권고했습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북미 직원 10여만명이 한 달간 재택근무를 하도록 권고했으며, 트위터는 아예 재택근무를 의무화했습니다.

리멤버 나우를 지인들과 공유해 보세요

 

오늘 레터를 읽고 궁금한 점이 남으셨나요? 댓글창에 질문을 남겨보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답해 드립니다. 실명과 하시는 일을 적어주시면 선정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15 Replies to “불황인데 금리가 오르는 이유”

  1. 하필 연준에서 0%대 금리를 발표하고나서
    이 칼럼이 뜨니 아이러니하네요
    아마 글을 쓰고 다음날 업데이트 하시는 것 같은데 좀 아쉽습니다
    현상황과 정반대인 칼럼을 보니

    1. 시장은 금리를 올리려고 하는데 그걸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최대한 내리는 거지요. 잘못된 글이 아닙니다

  2.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는 현재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아직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근접하지 않았다 또는 국면전환시 금리상승이 갑자기 올까요?

    1. 제가 보기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요. 미국입장에선 잠재적 감염자 대응이 몇달안에 해소가 어렵지 않을까요? 유럽은 부익부빈익빈 경향으로 차단막이 심화될 것 같은데…

  3. 현재 부동산 가격이 국민소득 대비 너무 비싸서 거품이며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향후 부동산 가격의 변동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4. 위기상황에 한국은행이 주요기업 회사채을 살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원했던 거랑 같은 건데 기관만 다른 건가요?

  5. 미연준에서 금리를 갑자기 1%나 내린 것과는 어떤 연관으로 봐야 할까요? 미측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금리인하가 효과가 있을거라고 판단하는 사태일까요? 금리를 내려도 갑자기 너무 많이 인하해서 도저히 판단이 안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경험하지 못한 상태일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일까 싶기도 하구요.
    가끔 역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금리인상은 인상적입니다.

  6. 일전에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천정부지로 오르는 이유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나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 했었습니다. 리먼 사태 이후 모든 기축통화들이 엄청난 돈을 시장에 공급했었고 금리까지 내렸었는데 한국에는 그 돈이 들어오지 않았을까요 ?
    지금 미국이 금리를 내리는 목적이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위한것이듯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다면(실제로 한국의 금리도 많이 내렸죠) 같은 이유일텐데 시중에 풀린 돈과 부동산가격은 상관관계가 없나요 ?

조영철에게 댓글 남기기 댓글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