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과 신용위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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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유가 급락과 신용위기 가능성

원유 가격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하루에 30%가량의 낙폭을 보이면서 유종별로 다르긴 하지만 배럴당 30달러 안팎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러시아와 사우디가 유가를 올리기 위한 감산 합의에 실패했는데 감산을 요구하던 사우디가 감산을 포기하고 오히려 증산 쪽으로 돌리겠다고 발표한 탓입니다.

사우디와 러시아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사우디와 러시아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석유가 제1의 수출품이며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 큰일나는 나라들입니다. 석유 생산량 순위로 세계 2위와 3위인 나라입니다. 이 두 나라가 지난주에 비엔나에서 석유 생산량을 줄여서 석유가격을 올려보려는 감산 협상을 했는데 러시아가 거부했습니다.

러시아가 거부하자 사우디는 화를 내면서 유가를 끌어내려보겠다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에게 배럴당 5달러 정도를 기존 거래가격보다 더 싸게 주겠다는 제안을 보냈습니다. 지금보다 산유량을 더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유가를 떠받쳐서 올려보려고 노력하던 사우디가 돌변하자 유가가 급락한 것입니다. 

사우디는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나요?

사우디의 목표는 감산을 통해 기름값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석유 생산량 3위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감산을 해봐야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이 석유를 계속 캐내서 팔기 때문에 감산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러시아의 이런 논리는 꽤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 업체들은 사기업이라서 어차피 통제가 안 됩니다. 사우디와 러시아만이라도 감산 합의를 해서 유가를 60달러 전후로 유지하자는 게 사우디의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며 우리(사우디와 러시아)가 캐내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이 캐내서 파는 상황이니 이런 감산 합의는 의미 없다는 입장입니다. 러시아가 그렇게 나오는 이면에는  원유가격이 좀 낮아지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게 생존에 더 도움이 된다 는 판단 때문입니다. 기름은 늘 사오던 곳에서 사오기 때문에 좀 깎아주더라도 납품계약을 해서 고객으로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과거 사우디의 고객이었던 유럽 국가들을 그렇게 해서 고객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우디는 러시아의 이런 행동을 규제하지 않으면 원유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고 시장 점유율도 늘리지 못할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가격 인하경쟁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됩니다. 더 낮은 가격(엄포성 행동이라도 당분간은 그렇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으로  경쟁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치킨게임이 두 나라 사이에서도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유가가 폭락할까요

사우디와 러시아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문제는 사우디든 러시아든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 고통스러워집니다. 기름을 팔아서 나라를 운영하는 사우디는 유가가 6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재정 균형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러시아도 그보다는 상황이 다소 낫지만 저유가를 계속 견디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두 나라가 이렇게 힘겨루기를 하다가 곧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유가가 내려가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유가가 하락하면 금융시장에는 큰 걱정거리가 생깁니다.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은 재정이 튼튼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라서  유가가 하락하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고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부도 위기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우량한 기업들의 회사채에까지 도미도 현상을 일으켜 신용위기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이 그동안 계속 올라서 안 그래도 불안하던 차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유가 하락에 따른 신용 위기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주식시장에는 공포 분위기가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데일리 브리프

중소기업 우산은 누가 씌워줘야 할까

코로나 19 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대출 상환을 유예해달라는 청원을 올렸습니다. 대출 상환 유예는 은행들이 결정할 문제지만, 은행들도 고민이 깊습니다. 이 상황이 곧 나아져서 대출 받은 기업이 회생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대출을 지금이라도 회수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A은행이 상환유예를 한다고 해도 그 돈을 B은행이 받아갑니다.  은행들의 합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은행들은 이렇게 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비난을 자주 듣지만 비가 오면 우산을 뺏어야 하는 게 은행업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빌려간 중소기업이 코로나 사태로 자금 회전이 되지 않는다면 1억원의 대출을 회수해야 하느냐 아니면 기다려줘야 하느냐는 은행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일입니다만, 회수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기다려줬다가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은 몇 개월간의 이자뿐인데 그랬다가 코로나 사태가 길어져서  기업이 쓰러지면 대출 원금 전체를 잃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기업이 안정적일 때도 대출 이자만 받고 기업이 위험할 때도 대출이자만 받기 때문에 기업이 위험해지면 대출을 회수하는 게 은행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입니다.

기업주의 입장에서도 비슷한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회사에 10억원이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회사 재정이 어려워지고 은행은 대출 회수를 요구할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기업주 입장에선 회사 돈 10억원으로 은행 대출을 갚고 직원들 월급을 주면서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려볼지 아니면 회사를 접고 직원들을 내보낸 후 회사에 남은 돈을 회수해서 남는 돈으로 후일을 기약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중요한 선택입니다.

은행이나 정부가 지원을 해줄 가능성이 크면 그 돈을 빌려서 버텨볼 수 있지만(물론 잘못되면 그건 은행이나 정부의 손실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의 자금으로 생존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에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주사위 던지기’입니다. (잘못되면 그 손실을 개인이 떠안아야 합니다)

이렇게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혹시 잘못됐을 경우에 그 부담과 손해를 누가 떠안느냐를 놓고 은행과 기업주가 서로에게 부담을 미루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기업주가 베팅을 포기하고 사업을 정리하는 것 입니다. 그러면 고용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직접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정부가 보증을 서고 은행은 그 보증을 믿고 대출해주는 구조)을 검토하고 추진하는 건 그런 이유입니다.

항공업계에 불어온 한파

글로벌 항공업계가 최근 코로나 19 바이러스 우려 때문에 수요가 줄면서 파산 위기를 맞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영국의 저가항공사 플라이비는 결국 파산했고 주요 항공사들도 매출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저가항공사들은 중국와 동남아 노선을 코로나 19 사태로 운항 중단한 데 이어 유일하게 남아있던 일본 노선까지 최근에 막히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놀고 있는 비행기를 세워두는 주차비(?)라도 깎아달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시간당 1만5000원 정도인 듯합니다. 제주항공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스타 항공을 인수했는데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을 잘 넘길 수 있을지 관심거립니다.

기업들이 위기를 맞으면 약한 기업들부터 쓰러지기 시작하고 그 결과 상위권 업체들은 위기 이후에 시장 점유율을 더 늘리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시장 점유율 상위 업체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데일리 체크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면서 금값이 계속 뛰고 있습니다.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현재 167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요. 북미와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말 가격에 비하면 6% 이상 올랐습니다.

비상식량을 확보하려는 심리에 라면 제조업체들의 실적은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농심의 경우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인기를 끌면서 해외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농심의 해외 매출은 지난 4년간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에 기업의 경영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 때문에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오프라인 행사는 줄고 있습니다. 제조 대기업들은 생산 거점 다변화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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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과 신용위기 가능성”에 대한 42개의 댓글

  1.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소위 양털깎기 아닌가요? 그동안 많이 올랐으니 이제 개미들 털어먹어야지요. 코로나 확산과 유가 하락이 적당한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

    1. 양털깎기는 주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거품을 깨기 위해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시작됩니다. 즉, 달러의 흡수를 전제합니다. 지금 상황은 기업들의 부채 부실로 인해 공황이 올 수 있는 상황으로 양털깎기라고 보긴 힘들 듯 합니다.

  2. 거의 매일 아침 리멤버나우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애독자(?)입니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최근들어 오타가 보이는데 무슨 일이 있는건가요? 주옥같은 내용에 티끌이 보이니 안타깝습니다.

  3. 국내외 경제 전반적인 내용과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경제를 보는 눈을 만들어주셔서 항상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4. 매일 매일 고맙게 생각하며 구독하는 애독자 입니다.
    헌데 간혹가다 문맥에 맞지않는 표현들이 등장하여 멈칫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는 것이지 스스로 확산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검수에 좀 더 신경 써 주시면 최고의 서비스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1. ‘확산하다’라는 단어는 ‘흩어져 널리 퍼지다’라는 뜻을 지니는데, 이를 ‘확산되면서’라고 쓰는 건 불필요한 피동 표현이지 않나요..?

      1. 국문과 전공? 내용을 이해못한체?? 부적절한 시비로 보임. 그냥 하던 공부에 전념하고 문법연구는 다른분과 하세요. 우물가에서 숭늉비유거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2. 안전자산은 자발적일수 있나없나로 쓴논믄에 근거?
      문맥은 몰라도 문장은 잘못이해하신듯. 뜻을 모르고 보고 나온 영화평? 좀더 공부하고 지적하시면 일하는사람
      분발할엔데 뭐 불평은 합리적일 필요가 없을까요 표현자유?

      1. 누구나가 쉽게알만한 글은 이해는 쉽지만 의문의 수준이 상식수준에서 못벗어나고 도리어 역효과가 선무당 사람잡을수 있다.
        근로자 야학선생이 준수한 외모의 입에서 나온 섯부른 정치선동의 독설이 존재하지도 않는 낙원을 주입시키듯 주입식은 뭐든 시용자 경고문이 필수적이다봄.
        차라리 어려운 부분은 무리한 해석보담 전문가문장을 발췌하는것이 맞다봄. 소위 가라사대!

  5. 사우디와 러시아가 치킨게임을 하는게 아니고,
    사우디&러시아가 연합해서 셰일가스 죽이기에 들어간걸로 봐야하는거 아닌가요?
    사우디랑 러시아가 싸울 이유가 있나요?

  6. 너무 쉽게 합리성 이라는 말로 본인의 주장을 포장하지 마세요. 은행의 많은 기능들 중에서 비올때 우산을 뺏는것이 합리적 이라늬..ㅡㅡ

  7.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
    미국국채의 수요가 늘면서 채권금리가 내려가고 있습니다.
    마이너스금리가 되면 어떤 상황이 예상되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금리상한제를 통한 채권매입이 주는 영향도 알고 싶습니다.

호균에게 댓글 남기기 댓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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