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과 집값을 동시에 못 잡는 이유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다주택자들이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끔 유도했던 정부의 정책기조는 2018년 9.13 대책을 기점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주택 시장이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물가가 1년 만에 1만%가 올랐습니다. 2월 7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채상욱의 부동산 나우

전셋값과 집값을 동시에 못 잡는 이유

작년에 새롭게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7만4000명이고, 신규 등록 임대주택 수는 14.6만호였습니다. 2018년과 비교하면 신규 주택임대사업자 수는 14만8000명에서 절반이 줄었고, 등록 주택의 수도 38만2000호 대비 62% 감소했습니다.

– 임대사업자가 1년 사이에 왜 저렇게 많이 줄었죠?

2018년에 새로 등록된 임대사업자와 임대주택이 많았던 건 2017년 12월 발표된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의 결과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임대주택에 한해 취득세를 감면해주고, 주택을 오랜 기간 임대했을 때 최대 70%까지 양도세를 공제해주며, 종부세 합산과세대상에서 제외해주는 혜택 을 약속했습니다. 그 결과 월 1만호, 연 12만호 수준으로 등록되던 임대주택의 수가 38만호로 약 3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이 정책은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임대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이었습니다.

– 임대사업자 등록은 왜 유도한 거죠?

임대주택의 공급 주체는 크게 보면 개인(다주택자), 기업, 공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럽은 공공 부문의 영향력이 큽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을 통해 전체 임대주택의 절반 이상을 공급합니다. 개인 소유의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에게도 주거 보조금(바우처)을 지급하는데요. 실질적으로 공공 부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에선 임대 주택 공급을 안정시키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민간 영역이 큽니다. 다만 기업이 임대 주택 공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지점입니다. 미국은 40% 이상의 임대 주택을 기업이 공급합니다. 일본에는 임대 주택의 소유자와 세입자를 연결해주는 대기업들이 존재하고요.

반면 우리나라는  임대 주택의 80% 이상을 개인(다주택자)이 공급합니다.  전체 800만 임대 주택 중 640만호 이상이 개인이 소유한 주택인 겁니다. 이 점이 우리나라 주택 시장의 특징입니다. 김대중 정부부터 공공 임대 주택을 적극적으로 공급했으나 OECD 평균엔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임대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임대인들이 오랜 기간 주택을 빌려줘야 합니다. 정부는 그걸 유도하기 위해 앞서 말한 혜택을 제공한 거고요.

– 개인이 임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꼭 나쁜가요?

다주택자가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이들이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고 5년, 10년 동안 집을 빌려주는 것은 임대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집값이 오를 걸 기대하는 다주택자가 실제 수요보다 많이 주택을 구입해야만 임대 주택이 공급된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습니다. 임대 주택 시장의 수요∙공급 균형 그 자체를 위한 공급이 아니라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에 기반한 투자 관점에서만 임대 주택이 공급되므로,  임대 주택 시장은 주택 투자 시장에 종속됩니다.   임대 주택 공급이 늘어나려면 집값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이 점은 한국 주택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고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2018년 9.13 정책 이후로 상황이 변했습니다. 이전에 제시했던 종부세 합산 배제와 양도세 70% 공제 혜택을 공시가격 6억원 미만 주택에만 적용하게 하면서 가입 혜택을 크게 낮췄습니다. 그 결과 2019년의 주택임대사업자 수는 절반으로, 주택 수는 60% 이상 감소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임대 주택 등록은 권장되어야 할 텐데요. 다만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는 건 지양해야 할 겁니다. 현재는 청약조정지역이 아닌 지역에서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을 임대 주택으로 등록할 때엔 종부세 비합산과 양도세 70% 감면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주택들은 실수요자들의 생애 최초 주택 구입대상이기도 한데요. 혜택을 받으려는 다주택자들이 이 주택들을 집중 매입해서 10년간 임대할 땐 장기간 매물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힘들어집니다.  혜택을 적정한 수준(등록주택의 종부세는 50%합산, 양도세 30%공제 등)으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6억원을 넘지 않는 주택은 우리나라 주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 시장에 대해서 더 적극적인 주거정책을 펼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하나금융투자의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입니다. 과학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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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자동차 회사는 부품 공급 다변화를 왜 안 했을까

중국에서 번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중국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부품 생산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들이 부품 조달을 제조 비용이 싼 중국으로 돌린 탓이라는 해석입니다.

부품 조달을 원가만 보고 중국에서 조달하지 말고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국내와 중국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이긴 하지만  왜 자동차 기업들은 그동안 부품 소싱의 다변화를 왜 안 했을까 를 생각해보면 이 이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자동차 회사들의 조업이 중단되고 있지만 당장 큰 문제는 아닙니다. 고객에게 팔 자동차 재고가 없다면 문제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1~3개월치 재고를 판매용으로 갖고 있기도 하고 요즘은 판매가 부진해서  오히려 재고가 쌓이는 게 걱정이기도 합니다 (물론 차종별로 대기가 긴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노조가 1~2개월씩 파업을 해도 자동차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은 큰 변동이 없습니다. 파업으로 인한 조업 중단이 이익에 큰 변동이 생긴다면 파업이 시작되면 주가가 크게 내려야 하고 조업에 들어가면 크게 올라야 할겁니다. 그런데 파업과 주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부품의 소싱에 대해 며칠 또는 몇주간의 공급 중단에 대해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소싱의 다변화는 특정 부품업체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줄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도입 단가가 올라가는 문제가 생깁니다. 한 업체에 몰아주면서 단가를 낮추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판단을 한 후에 결정한 결과입니다.  어설프게 둘 셋으로 찢어 놓으면 단가도 올라가고 해당 업체에서도 주요 고객으로 인정 받기 어려워서 문제가 생길 때 부품을 공급 받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자동차 부품 조달을 우리나라 업체로 바꾸거나 다변화해야 한다도 조언하는 이유가 없진 않겠으나 그 조언의 주체는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겪는 베네수엘라

요즘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연간 1만% 수준입니다. 100원짜리가 1년만에 1만원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2018년에 약 13만%였던 것에 비하면 양호(?)해졌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왜 물가가 계속 오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돈을 계속 찍어내는 방식으로 재정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 쓸 곳은 많은데 돈은 없으니 돈을 찍어내는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돈 가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즉 이유는 두 가지(1. 돈 쓸 곳이 많은 것 2. 돈이 없는 것)인데요. 2번의 이유는 유가가 하락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주력 수출품이자 정부 재정의 원천이었던 석유 판매 대금이 줄어들었고 베네수엘라 정부가 외국계 석유회사의 자산을 몰수하는 정책을 펴면서 석유 채굴 업체들도 베네수엘라를 떠났습니다. 그러다보니 석유는 땅에 묻혀 있지만 캐낼 방법이 없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포퓰리즘 정책의 부작용입니다.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식의 포퓰리즘 정책은 결국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면서 베네수엘라가 좋은 사례라고 설명합니다.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는 1번의 이유는 왜 생겼을까 하는 점입니다. 돈을 쓸 곳이라는 건 빈민들을 위한 교육∙의료∙보육 시설을 만들고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일인데요. 이런 정책이 방만한 정책이었다는 시각에 반대하는 쪽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런 곳에 돈을 쓸 수밖에 없을 만큼 빈부격차가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포퓰리즘 정책은 경제의 몰락을 낳고 경제의 몰락은 빈부의 격차를 더 심화시키고 빈부의 격차가 커지면 포퓰리즘 정책이 지지를 받게 되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처음부터 빈부의 격차가 크게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데일리 체크

작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최근 7년간 가장 적은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 가격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600억달러입니다.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들은 ‘7년 만에 최저 수출부진에 울었다’는 표현을 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세계에서 독일, 중국, 일본 다음입니다. GDP 규모와 비교한 경상수지 흑자규모(GDP의 약 4%)는 중국이나 일본보다 우리가 더 높습니다. 전 세계 주요국 중에는 GDP대비 경상수지 흑자 폭이 독일 다음으로 한국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를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의심하는 것도 그런(이렇게 경상수지 흑자가 많은데 환율이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혹시 한국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달러를 사들이기 때문 아니냐는) 이유에서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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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ply to “전셋값과 집값을 동시에 못 잡는 이유”

  1. 데일리체크에서 우리나라가 경상수지흑자 부분 4위로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국내 상황을 보면 안좋은 내용만 계속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잘 버티고 있는건지? 아니면 그 외에 나라가 전부 안좋아서 그러는건지 궁금합니다. 모든 비교에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내가 상대방보다 더 좋거나 아니면 상대방이 나보다 더 나쁘거나 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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