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는 더 안전할까요?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펀드에서 자꾸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익률도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보다 낮아졌는데요. 당분간 이 현상은 지속될 걸로 보입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디지털 화폐로 발행하려 준비 중입니다. 1월 13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간접투자는 더 안전할까요?

“스스로 재테크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투자는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가 성과도 좋고 더 안전합니다. 직접 투자보다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간접투자를 권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권하던 간접투자의 신화가 요즘 흔들리고 있습니다. 펀드 환매가 중단되기도 하고, 높은 연봉의 펀드매니저들이 유망한 주식을 직접 골라담은 펀드보다 그냥 주식시장 전체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가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른바 간접투자의 수난시대입니다.

그래도 간접투자가 직접투자보다 더 좋은 것일까요. 어떻게 해야 이런 사고를 피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직접투자가 더 나은 것일까요. 고민입니다.

– 간접투자에서 왜 자꾸 사고가 나나요?

얼마 전 라임자산운용에서 운용하던 펀드가 큰 손실을 입어 환매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왜 손실을 입었는지, 언제부터 이런 손실 가능성을 알았는지,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는 것인지 아직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책임자도 도주 중이고 직원들은 계속 퇴사하고 있습니다. 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던 펀드는  “수익률이 좋다”면서 은행 창구에서 권유하던 펀드 였습니다. 잘 모르는 개인들은 직접 투자하려고 하지 말고 이렇게 괜찮은 펀드에 돈을 맡기는 게 좋다는 조언이 무색해진 것입니다. 전문가도 실수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사고 같은 것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간접투자는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뭘 잘 모르기 때문에> 간접투자를 하는 것인데 뭘 잘 모르면 어디에 간접투자를 해야 옳은지도 잘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뭘 잘 모르고 간접투자를 하면 뭘 잘 모르고 직접투자를 하는 것보다 결코 안전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주 가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좋다고 권하면 그냥 좋은 줄 알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리스크가 있고 왜 예금보다 좋은지 알지 못한다면 <간접투자를 하라>보다는 <투자를 하지 말라>고 권하는 게 낫습니다. 

– 금융당국이 감독을 하면 되지 않나요?

간접투자는 믿을 만한 전문가에게 내 돈을 맡기고 수수료를 주는 형태입니다만, 모든 전문가가 믿을 만한 전문가는 아닙니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처럼 과거 수익률을 부풀려서 허위로 광고하고 그 데이터를 믿은 고객들이 돈을 많이 맡기면 돈을 잘 굴리는 전문가보다 돈을 더 잘 벌 수 있습니다.

자산운용사가 채권이나 주식 같이 평범한 상품에 투자한 거라면 당국이 불시에 찾아가서 투자자산을 내놔보라고 하고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의 복잡한 자산에 투자를 한 경우라면 그 투자 대상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는 국내에서 아무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일이 벌어졌어도 모른 척하고 <잘되고 있다>고 하면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매우 잘되고 있다고 더 과장해서 계속 고객을 끌어들이기만 하면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새로 들어온 고객이 맡긴 돈으로 기존 고객의 투자금을 내주는 폰지게임이 가능합니다. 금융당국이 이를 파악할 방법은 없습니다. 파악이 되더라도 몰랐다고 하고 눈감아 줄 인센티브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나쁜 펀드>를 운용할 이유도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는 의미입니다.

물론 모든 간접투자가 다 이런 것은 아닙니다. 고객이 아무 종목이나 골라서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고객보다 더 경험이 많은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골라담는 게 더 안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어떤 펀드가 <나쁜 펀드>인지 구별할 방법이 없다면, 그런 펀드를 만날 확률이 아주 높지는 않다는 이유로 그래도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가 낫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덱스 펀드로 시중 자금이 자꾸 몰리는 흐름도 간접투자의 유용성에 의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인덱스 펀드는 주식에 투자할 때 투자종목을 애써 고르지 말고  <지수에 편입된 모든 종목을 골고루> 담아서 코스피 지수나 코스닥 지수 등 시장 전체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펀드 입니다. 펀드매니저가 따로 필요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이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보다 더 좋습니다. 왜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습니다.

처음에는 수익률이 우연히 좋았겠지만 수익률이 좋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심지어는 수수료도 낮다는 장점도 부각되면서 시중 자금이 인덱스 펀드로 몰리게 된 겁니다.  자금이 몰리니 그 돈으로 <지수에 편입된 모든 종목을 골고루> 담게 되고 그래서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만 더 오르는, 순환현상이 반복되는 중입니다.  이건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펀드매니저가 잘 고른 종목이라도 많은 투자자들이 그걸 인정하고 매수를 해야 주가가 오르는데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인덱스 펀드에 돈이 몰리니 기껏 골라놓은 종목에서도 오히려 돈이 빠져나갑니다. 이런 흐름을 알지 못하고 똑똑한 펀드매니저를 믿고 돈을 맡기면 그냥 기계가 운용하는 인덱스 펀드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습니다. 간접투자를 섣불리 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정리하자면
직접투자가 위험하다면 간접투자도 원래 위험한 거였습니다. 모르고 하는 묻지마 투자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간접투자가 괜찮았던 이유는 <간접투자는 괜찮다>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간접 투자에 돈을 넣고 그 돈을 한국 주식 한국 채권이라는 몇 안되는 상품에 넣었기 때문에 그 돈의 힘으로 우연히 괜찮았던 겁니다.

이제는 간접투자도 세계 곳곳의 투자상품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먼 돈이 그런 곳으로 몰려주지 않는다면 유동성의 힘으로 우연히 수익이 나는 경우는 흔치 않아지고 개인들의 직접투자처럼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아집니다.

모르고 투자하는 건 간접이든 직접이든 다 위험합니다. 주식이나 펀드 대신 아파트나 빌라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투자자들의 목소리중에 일리가 있는 부분은 이런 겁니다. “내가 산 빌라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가보면 알고 떨어져도 왜 떨어지는지 물어보면 알죠. 주식이나 펀드는 오르든 떨어지든 그 이유를 모릅니다. 운이 나쁘면 손해보고 운이 좋으면 이익을 얻죠. 그게 투자입니까? 도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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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디지털 화폐 발행하면 위안화도 기축통화?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디지털 화폐로 발행하는 걸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움직임이 위안화가 국제화되거나 달러 등 다른 통화들도 디지털화되는 계기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화폐의 디지털화는 지폐나 동전 대신 디지털화폐(전자화폐)를 쓰자는 것입니다. 만약 한국정부가 내일부터 현금 사용은 안 되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만 된다고 선언한다면 한국의 원화도 그날부터 디지털 화폐가 되는 것입니다. 디지털 화폐는 어떤 식이든 사용 기록이 남을 수밖에 없고 어떤 형태이든 사용기록이 모두 데이터로 남는 화폐는 모두 디지털화폐입니다.

이런 흐름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도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서 사용할 유인을 제공하게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지 않는 이유는  지하경제가 급속도로 위축될 경우 생기는 부작용, 디지털 화폐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소외현상 등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거나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화폐의 강점이 더 부각되지 않는다면,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은 굳이 빨라질 이유는 없습니다.

위안화의 국제화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위안화가 국제화되지 않는 이유는  위안화 가치와 유동성이 시장이 아닌 중국 정부에 의해 움직여지기 때문 에 신뢰할 수 없고 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게 디지털화된다고 달라질 이유는 없으니 위안화의 디지털화가 위안화의 국제화를 앞당길 이유는 없겠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도시에는 중국인들이 보유한 디지털 위안화를 결제할 수 있는 단말기 등을 보급해야 할 유인이 생기고 그럴 경우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마치 VISA카드처럼> 널리 사용될 가능성은 있으나  VISA카드가 기축통화가 아닌 것처럼 디지털 위안화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올해 금리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25%이고, 3년짜리 국채의 이자율은 1.3% 정도입니다. 시중금리가 대략 그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올해는 금리가 어떻게 될까요. 일단 전문가들은 이 정도에서 1년 내내 유지되거나 약간 내리거나 또는 약간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 내리거나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많습니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의 전망이니 그와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최근의 변화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의 금리가 글로벌 충격에 대단히 둔감해졌다 는 겁니다. 과거에는 문제가 생기면 우리나라 채권을 팔고 탈출하려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금리가 높아졌지만 최근에는 국제 정세가 불안하면 한국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 수요가 줄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 주식은 글로벌 위기에 여전히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한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이제 돈을 못 돌려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진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는 점은 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계속 희박해지고 있다는 근거 가운데 하나입니다.

데일리 체크

자동차보험료가 이번주부터 3% 정도 오릅니다. 자동차보험료는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데요. 보험료 수입의 90%가량은 보험금으로 지출하던 보험회사들은 요금을 더 인상하길 바랐지만, 정부는 보험회사들이 사업비를 더 아낄 수 있다고 보고 보험료를 더 올리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게임과 음원, 전자책 같은 디지털 콘텐츠도 중고거래가 가능한지를 두고 최근 유럽에선 엇갈리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전자책 중고거래는 불법이라고 판결했지만, 프랑스 법원은 게임의 중고거래를 막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현재 국내 디지털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대부분 약관을 통해 중고거래를 막고 있습니다.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이 찾아오면서 1월에도 골프업계가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골프용품 매출이 1년 전보다 19.4% 증가했습니다.

적금을 들어도 2%대 이자도 받기 힘들어지면서 발행어음에 투자 수요가 쏠리고 있습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개인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어음입니다.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아서 정기 예금과 성격이 비슷합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2% 후반대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녀서 증권사가 문을 닫으면 원금을 잃을 수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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